과학이 나를 부른다 -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30편의 에세이 APCTP 크로스로드 1
APCTP 기획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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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과 인문학, 그 경계에 선 사람들의 30편의 에세이.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못하는 많은 의문점들을 책을 통해서 해결하려 애써왔다고 생각한다. 문학은 내가 경험하지 못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처지와 행동, 그리고 숨겨진 감정들을 헤아려 볼 수 있는 장면을 제시해 주었고, 인문학은 사회와 인간이 살아가면서 만들어온 문화에 대한 여러가지 관점을 보는 창이 되어주었다. 자연과학과 공학은 자연과 인간의 행동들을 원칙과 법칙을 통해 그 해답을 제시해주려 노력했다고 할까. 그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도 있었고, 때론 틀린 답을 주기도 했지만, 계속 오류를 수정해가면서 각기 학문은 인간의 삶에 기여해 왔다고 생각한다. 과학과 가장 관련이 없어보이는, 인문학자들과 과학책을 번역하는 사람처럼 과학과 인문학 사이를 오가는 이, 그리고 과학의 범위 내에서 활동하는 과학자 각기 10명씩, 총 30명의 에세이가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표지에 지구본 모양의 마크가 보이던데 무언가 했더니, APCTP라는 이 단체에서 발행하는 <크로스로드>에 실린 에세이를 모은 책이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첨단 물리학 주제에 대해 다양한 학술행사를 개최하는 이곳에서는 과학계의 자유로운 토론 뿐 아니라, 일반인들과의 소통에도 시도를 나섰다. 그 결과 중 하나가 이 책이라고 한다. 
 
  수학을 좋아하지만, 과학의 모든 분야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 목차를 보고 내가 알고있는 필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세어보았다. 김연수 작가, 김병익 평론가, 고병권씨, 정영목 번역가,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의 저자 김용규씨, 홍성욱씨, 정재승 교수까지 8명이었다. 30프로는 되네,하는 마음으로, 별 기대없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 다양한 시선에서 과학을 이야기하다.
 
 
  30개의 눈으로 바라보는 과학의 면모는 각양각색이었다. 글쓰기에서 과학적 방법론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김연수 작가의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현직 과학선생님이 고민하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과학을 즐겁게 해 줄것인가에는 암기위주의 주입식으로 물든 사회현상이 보이기도 했다. 인간실험과 과학영웅담에 스며있는 음모를 드러낸 정영목 교수의 이야기도 좋았고, 인간윤리를 위해 기생충 연구를 위해 자신의 몸에 기생충을 주입하는 서민 교수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과학은 실험과 딱딱하고 어두운 분위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인문학과 사회와 깊은 연관을 지으며 존재한다는 점을 책을 통해 재확인하게 되었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들을 다시 기억하는 즐거움, 미처 몰랐던 사실을 배우는 즐거움과, 과학이 안고 가야 할 숙제들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청소년들에게 바로 효과적으로 다가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대학생 이상의 성인들이 꼭 한 번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하는 책이다. 심장에서 흐르는 피가 온 몸에 곳곳이 퍼져야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듯이, 손과 발이 따로 떨어져 있어 보이지만, 각기 한 몸안에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 문화의 틀 안에서 과학과 인문학은 함께 공존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칼럼형식이라 그렇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깊이는 상상이상이다. 깊이 고민하면 고민할수록 많은 지식도 얻을 수 있고, 언급된 책들을 다시 찾아보며 읽게 될거라 생각한다. 많은 책 파도넘기 할 책을 발견하였다. 과학에 대한 선입견도 고쳐주었던 점이 책이 안겨준 또다른 선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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