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세상을 탐하다 - 우리시대 책벌레 29인의 조용하지만 열렬한 책 이야기
장영희.정호승.성석제 외 지음, 전미숙 사진 / 평단(평단문화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 책을 좋아하는 친구 만나는 일은, 좋은 책을 만나는 일 만큼 어렵다.

 

  학창시절에 책을 좋아했지만, 책을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는 일은 참 어려웠다. 농구나, 야구, 축구 등의 운동을 좋아하고, 때론 썩 잘했던 아이들은 쉽게 볼 수 있었고, 공부도 각 과목마다 두각을 나타냈던 아이는 쉽게 발견할 수 있었지만, 책을 좋아하는 아이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그리 활동적이고, 먼저 다가서는 성격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중학교때부터 6년간 사서를 했지만,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거의 보기 드물었다. 그때는 몰랐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참 슬프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가 생기게 되었고, 책을 읽고 글을 남기면 책을 공짜로 볼 수 있다는 글에 혹해 카페에 가입을 하게 되었다. 도서관에 들어오는 책들은 발간된지 세 달이 넘어야 겨우 들어오는 실정인 현실에서, 돈은 풍족하지 않고, 신간을 보고 싶다는 욕심과 보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어보았으면 하는 마음과 글쓰기 실력을 억지로라도 좀 늘려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섞이어 시작되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글을 남기는 일은 녹록치 않았다. 줄거리가 대부분인 글을 보면서 좌절하고 무기력해지는 경험하고 난 후, 20권, 50권, 100권이 넘어가자 조금씩 내 생각과 감정이 스미기 시작했다. 책을 돈을 들이지 않고 보는 것도 좋았지만, 내가 읽었던 책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담긴 글을 읽을 수 있어 좋았고, 내가 들어보이도 못한 제목들의 책을 먼저 읽은 이가 남긴 흔적을 보는 일이 좋았다. 오프라인에서 책친구를 만나서 하고 싶었던 일들인,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다른 책들을 추천해주는 돈독한 관계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많이 채워갈 수 있었다.   

  <책, 세상을 훔치다>라는 책을 출간했던 평단출판사에서 책벌레 29인의 책 이야기를 담은 <책, 세상을 탐하다>는 책이 나오게 됨을 알게 되었다. <책, 세상을 훔치다>에서는 서재 이야기가 흥미로웠는데, <책, 세상을 탐하다>에서는 도서관과 책 읽는 행위를 권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오프라인에서 친구를 만나는 느낌으로, 카페에 앉아 친구가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 다양한 개성을 가진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권하는 책 이야기.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생각을 지닌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이야기하는 책 이야기들이 마음에 쏙 들었다. 책을 훔치고 싶은 충동을 느낄만큼 소장하고 싶은 책을 만났지만, 실현을 하지 못한 책도둑을 미리 실천한 성석제 작가의 이야기도 좋았고, '실랑이를 벌이다'를 '가랑이를 벌이다'로,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여 문화관광인의 긍지를 높입시다'라는 글을 '문화관광인을 분리수거하여 쓰레기의 긍지를 높입시다'로 오독했던 하성란 작가가 다짐하는 정독의 시간도 공감이 갔다. 책장에 책은 쌓여가고, 책을 읽고 싶지만 여유는 나지 않고, 서점을 지나치면 책을 다시 사고마는, 책을 읽다보면 한 번은 경험해 보았던 글에 고개를 끄덕이고, 책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과 상상력들을 통해, 다른 이들이 생각하는 책에 대한 단상과 견해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어 좋았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는 일은 책에서 아이들을 멀어지게 하는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부모님께서 책을 권하지 않고, 집안 사정이 넉넉치 않았기 때문에, 저렴하게 할 수 있는 대안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도서관에 다니게 되었고, 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놀이하듯이 이 책, 저책을 읽다가 책을 읽는 재미에 자연스럽게 빠졌다고 할까. 살아계시는 동안 부모님께 효도를 다해야 마음에 후회가 남지 않는다는 말을 알려준 것도 책이였고, 부모님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나 자신도 부모님도 슬프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준 이도 책이었다. 책을 통해, 어떤 생각이 영원히 옳을 수 없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모두가 희생하면서 참는 사회보다, 각자의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면서, 섞이는 칵테일처럼 아름답고 매혹적인 관계를 만드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라는 점도 알게 되었다. 모든 책이 다 양서는 아니지만, 많은 책들을 통해 내 가슴에 하나 남은 소중한 책을 만나가는 과정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오랜시간을 필요로 하는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마음에 닿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나와 비슷한 경험과 생각들에 더욱 마음이 끌렸고, 두 번째 읽었을 때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내게 부족한 부분의 견해와 생각들을 통해 책에 대해 좀 더 넓은 시각을 보는 안목을 배우게 되었다. 진국처럼 자꾸 읽으면 읽을수록 진한맛이 우러나온다고 할까. 책의 인세는 기적의 도서관과 공공도서관 등을 지원하는 <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이라는 단체에 기부된다고 하니, 책도 보고 좋은 일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노년이 되어 해 보고 싶은 일은, 영국, 런던의 책마을처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한국의 책마을 근처에 사는 것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는 되지 못하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개인도서관처럼 만들어 놓고, 대여료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책을 좋아하는 이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을 얻고 싶은 꿈이 있다. 혼자서 이루기 힘들고, 많은 이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가능한 일이다. 돈도 필요하고, 책에 대한 애정을 지닌 많은 이들이 필요하다고 할까. 기술의 발달에 따라, 종이책이 전자책으로 모습을 바꿀지도 모르지만, 책이 인간의 삶과 함께 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믿고 있다. 적어도 일본만큼, 책에 대한 시장이 넓어지고 활성화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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