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의 힘, 듣기의 힘
다치바나 다카시.가와이 하야오.다니카와 순타로 지음, 이언숙 옮김 / 열대림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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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기의 달인, 듣기의 달인, 상상력의 달인, 세 명이 만나다!
  

  고양이 빌딩에 수만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 다치바나 다카시, 70-80권의 책을 썼고,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적어도 100권의 책을 읽고, 인터뷰와 논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지성의 수준과 서점의 네트워크의 힘을 알 수 있다고 할까. 번역과 서점에 대한 인프라와 네트워크는 대한민국보다 한 수 위라는 점을 인정한다. 카운셀러이자 심리학자인 가와이 하야오는 <불교가 좋다>를 통해 만나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늘 들어야 하는 듣기의 달인이라 생각한다. 다니카와 순타로는 <무엇이든 대답해주는 질문상자>로 만나게 되었다. 엉뚱한 질문에 깊이있지만 상상력을 뛰어넘는 대답을 한 그는 일본의 유명한 시인이다.  

  대담을 나누는 세 명 모두, 책으로 이미 접해읽었기에 그들이 대담이 기대되고 설레였다. 일본 최고의 읽기 및 질문의 달인, 깊은 듣기의 달인, 상상력의 달인이 만났다고 할까. 60대에서 80대의 지혜가 깊이 묻어나는 세 명의 지식인이 읽기와 듣기에 대해서 대담을 나누었다. 독서를 할 때 행간의 의미를 잘 읽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잘 헤아려 깊게 듣지 못하였기에, 책에 잘 읽고, 듣기 위한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책장의 페이지가 인쇄된 부분에 가운데 손가락을 대고 넘기기 시작했다.
 

# 보다 깊이있게 읽고, 듣는 법을 배우다.
  

  늘 새로운 발견을 하기 위해 책을 읽는 다치바나 씨는, 지적호기심이야 말로 인간이 진화할 수 있는 힘이라는 믿음이 있다.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통해 많은 책을 읽는 일과 함께, 연구자들의 논문을 찾아 읽고, 연구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듣기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는 읽고 듣는 능력 모두가 중요하다고 할까. 충분한 조사가 잘 수행되었기에 그의 책들이 큰 울림과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다치바나씨는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이 인공내이를 통해 귀로 소리를 듣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면서, 결국 듣는 과정은 귀로 소리를 듣는 과정이 아니라, 그 소리의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알려주었다.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이 수화를 통해 언어를 표현하는 법을 처음 배웠을 때, 서광이 비치는 듯한 경험을 했다는 에피소드를 언급하면서, 진정으로 '듣는다는 것'은 이해하는 '앙당튜'의 세계로 진입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판가름이 난다고 주장한다. 눈으로 보는 행위도 그저 망막에 상이 맺힌것이 아니라 맺힌 상을 나의 뇌에서 인지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귀로 듣는 일도 나의 뇌가 듣고 판단하고 사고하는 과정이라고 할까. 뇌가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수 많은 사람들의 상담을 들어야 하는 듣는 일이 직업인 가와이 하야오씨는 온몸으로 듣는 일에 대해 알려주었다.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상담자의 현재 생각과는 다른 측면을 주목하고 발견 하기위해 온몸의 감각을 이용해서 듣기를 행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전 안정환 선수가 마지막 헤딩을 하는 그 순간이라고 할까. 골을 넣기위한 그 순간에 집중하듯 온힘을 다해 듣기를 행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수 많은 대화와 자연의 소리들을 듣고 있지만, 내 마음의 여유가 없어 깊이 듣지 못하고 마음의 번잡함에 이끌려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채 지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이야기를 듣더라도, 온몸을 다해서, 집중해서 듣고, 하나의 글을 읽더라도 글 뒤의 행간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읽는 행위를 한다면, 보이고 들리는 그 너머의 것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담을 읽다보니, '시'야 말로 언어의 표현 그 이상의 것을 표현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글로 표현하기 힘든 한계 너머의 공간을 최소한의 언어를 통해 언어 너머의 공간으로 닿을 수 있게 해 주는 비행기라고 할까. 음악이나 예술작품에서 느끼는 감동을 언어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수단이 '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글자의 의미에 너무 신경을 썼기에 그 뒤의 의미를 잘 읽지 못해 시의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빙산의 일각처럼 수면 아래 더 크고 깊은 무언가들을 보지 못한채 수면 위의 얼음덩어리만 보고 너무 쉽게, 시는 난해해하며 포기했었다는 점을 대담을 통해 알 수 있었다.
 

# 대담을 나누면서 쌓이는 지식과 지혜들..
  

  세 사람이 대담을 나누면서 공통점을 찾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상대가 대답할 수 있게 질문하는 법을 잘 안다고 할까. 대화가 끊어지지 않고 물 흐르듯 잘 이어질 수 있는 건, 질문하는 이와 대답하는 이 모두, 뛰어난 읽기와 듣기의 달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생각한다. 시인과 카운셀러, 논픽션작가, 접점을 찾기 힘든 세 사람이지만, 듣기와 읽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각자 자신의 전문분야를 어렵지 않게 공통적인 주제에 맞추어 이야기하는 과정을 통해 충분히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려주었다. '이 사람은 말이 통하지 않아'라며 내가 이해하기 힘든 사람을 평가하곤 했지만, 어쩌면 내가 그 사람과 잘 이해하려는 노력을, 그 사람의 말 뒤의 행간들을 잘 들어주고 보아주지 못했기 때문은 아니였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기와 듣기의 달인들을 통해 행간의 의미를 헤아려야 함을 배웠다. 작지만 생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는 가르침이라 생각한다.  

  노령의 세 지식인들은 새로 발전하는 IT 세계와 기계와 인간의 가능성에 대해서로 대담을 나누었다. 하나의 글을 읽고 그 키워드로 다른 글로 넘어가는, 인터넷으로 따지면 검색을 통해 링크가 계속이어지는 과정을 프랑스 혁명시대부터 주석달기를 통해 책으로 만든 과정을 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운송수단과 정보수단의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발전되면서 나와 다른 문화에 있는 사람과도 쉽게 교류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버렸다. 문자가 세상의 중심에 놓인 시대에, 문자 없는 세상의 감정인 감성과 지혜들이 정보보다 가치가 낮아지는 현상을 경계하면서, 그 한계도 생각해 보았음을 이야기하는 대담자들의 조언은 충분히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지혜와 지식을 함께 잘 아우르는 일이 지금 세대와 다음 세대가 해결해야 할 숙제임을 알게 되었다.  

  '읽는다는 것'과 '듣는다는 것' 배후에는 '산다는 것'이 자리하고 있다라는 말고 "우리가 사는 이 현실세계는 언제나 만남의 연속입니다"라는 말이 가슴속에 긴 여운으로 남아있다. 다치바나씨의 넓고 깊은 독서력과 인터뷰의 요령, 가와이 하야오씨의 온몸으로 듣는 능력, 다니카와 순타로씨의 문자와 감성 사이의 공간에서 양자를 잘 넘나들 수 있는 상상력을의 근원에는 깊이있는 듣기와 읽기가 숨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림책, 아동문학 연구센터'에서 주최한 '읽기, 듣기' 문화 세미나를 글로 옮겨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처음에는 문자로 읽고, 두 번째는 회의 공간과 그들의 문체를 생각하면서 대담을 상상해 본다. 강당에 앉아 세 명이 발표하고 대담을 나누는 상상하면서 글을 읽다보면, 더 많은 점을 느낄 수 있게된다. 읽기와 듣기의 요령을 알 수 있을까 했는데, 그보다 더 깊은 지혜를 배운 느낌이다. 지혜의 의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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