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법 - 엔도 슈사쿠의 행복론
엔도 슈사쿠 지음, 한유희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 인간에 대한 이해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2009년에 대학교 졸업반이 되는 지인과 통화를 하였다. 취업을 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을 이야기하다가,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남과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면접에 들어서게 되면, 일정 수준의 자격은 갖추었으니, 그 이후에는 남과는 다른 자기만의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는 요지였다. 무엇보다 기획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어떤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틀로 잡아내어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기획력이 있는 사람은 어느 곳에서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기획 능력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자신있는 분야를 크게 발전시키는 일은 중요하다 생각한다. 꼭 취업이 아니더라도 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하다고 할까. 내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알고 있어야 타인을 보는 관점도 좀 더 여유있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나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이다.

 
# 『침묵』의 작가, 엔도 슈사쿠가 젊은이에게 들려주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엔도 슈사쿠는 오정희님이 추천한 책소개에서 알게 되었다.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기독교를 이해하기에 가장 좋은 책이라는 메시지가 기억에 남아, 그리스도교라는 종교에 관심을 갖게 되면 제일 처음 읽어보아야 겠다고 다짐한 책이다. 『바다와 독약』, 『예수의 생애』등 종교적인 내용을 다룬 소설을 많이 쓰는 작가이기에, 외로이 혼자서 깊은 사색에 잠겨있을거라는 생각이 작가의 책을 만나기 전, 작가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이었다. 그런 생각은 저자가 쓴 『전략적 편지쓰기』라는 책을 보고 많이 바뀌게 되었다. 편지쓰기에 가장 중요한 점은 상대의 마음에서 생각해서 글을 쓴다는 점, 상대를 배려하는 점을 가장 중요시하는 마음씨가 글 속에 잔잔히 스며 있었다. 따스한 문체를 가진 작가의 글이라면 타인과의 소통에 많은 배려를 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작가의 에세이집을 찾아서 읽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그 후 처음 만나는 책이 『나를 사랑하는 법』이다.

   1982년에 출간되어 오랜시간 일본에서 사랑받고 있는 책이라한다. 젠체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잔잔하게 들려주는 배려심 있는 문체에 마음이 끌렸다.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라는 자기계발서가 아닌, 나약하고, 질투많고, 부족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어 보는, 삶에 대한 시선을 바꾸어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글이 마음에 닿았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를만큼 작품의 깊이가 대단해서, 큰 재능과 편한 삶을 살았을거라 생각했는데, 에세이 속에 닿아있는 저자의 삶은 그리 평탄하지 않았다. 수학을 0점맞는 실력으로 어쩔 수 없이 문과에 갔다가 문학선생님 덕분에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삼수끝에 고생해서 대학에 간 이야기, 배우가 되고 오디션도 여러차례 보았지만 떨어진 이야기,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힘들게 4등석 선실에서 고생하면서 유학을 간 경험이 자신감을 키우게 만들어 준 에피소드 등은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책의 메세지에 어울리며 글에 대한 설득감을 더 높여주었다.

 
# 강하고, 자기 주장이 세지 않은, 나약한 듯 솔직한, 인간미 넘치는 작가가 전하는 메세지.

  
  나약하고 부족한 사람이 쓴 서툰 고백같은 글이기에 더욱 마음이 끌렸다. 어머니의 강요로 받는 세례로 인해 그리스도교를 많이 불편해 했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어머니가 주신 최고의 선물이기에 내 몸에 맞게 고쳐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된 소설쓰기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결합되어 걸작 <침묵> 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유명한 명성을 지닌 최고의 신실한 믿음을 가졌다고 알려진 신부가 에도 시대에 생의 마지막 순간에 결국 그리스도의 얼굴에 발을 밟으며 배신을 하게 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도리어 신의 큰 사랑을 전했다고 할까. 출간당시 기독교 단체의 판금 요청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극복하여 쓴 작품의 뒷 이야기를 알 수 있던 점도 좋았다.  

  모두에게 맞는 해법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힘들고 견디기 힘든 폭풍우가 몰아칠 때, 맞서 싸우기 보다는 조용히 폭풍우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잘 맞을거라 생각하며 쓴 글이다.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이가 읽기 보다는, 자신의 의지박약함을 한탄만 하는 마음 여린 사람들이 읽다보면, 힘을 얻을 구절을 많이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리 잘나지 않았지만, 자기 생에 만족하면서 사는 친근한 삼촌이 들려주는 조언 같은 책이라고 할까. 편안하게 다가서도, 방향을 제시해 주는 글이 마음을 토닥여주었다.  

  거울을 바라보며 "나는 정말 멋져,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될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서툰 말솜씨를 잘하려 노력하기 보다는 다른 이의 말을 잘 맞장구치고, 주의깊게 들어주는 능력을 키우고, 나의 결점은 나의 장점이 될 수 있다는 말을 꼭 기억하기로 다짐하였다. 능력이라는 것은 젊은 시절에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그 말을 마음에 새겨, 나를 변화시키는 작은 계기를 눈을 크게 뜨고,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기로 다짐하였다.

  냉철하게 생각해보면, 뻔해 보이는 말이지만, 전하는 방법이 세련되어, 마음이 훈훈해지는 책이다. 어설픈 자기계발서나 이 기술만 익히면 성공할 수 있다는 처세서들보다는 저자가 주장하는 나약한 자신, 보통의 자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직시하는 일을 먼저 하는 일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 다음은 자기 삶의 방식을 진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을 실천해 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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