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살인이 벌어지다. 범인도 밝혀졌다. 도대체 왜???
  

  4월 16일 화요일, 히다카 구니히코는 정원수가 있는 집에서 살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살인 사건이 벌어진 날, 그는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이자 절친한 친구인 노노구치를 만난다. 중학교 때 왕따학생을 괴롭히고, 타학교 미소녀를 성폭행한 동급생을 모델로 한 소설로 인해, 피해자 여동생으로부터 원고를 고쳐달라는 부탁을 받은 후, 마감 원고를 작성하다 살해당하고 만다. 유력한 용의자는 아동 작가인 노노구치, 가가형사는 노노구치와 예전에 두 사람 모두 중학교 선생님일때 함께 선생님으로 만난 친분이 있다. 쉽게 범인은 밝혀지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 용의자는 입을 열지 않는다. 동기를 밝히기 위한 가가형사의 노력으로 하나씩 밝혀지는, 충격적인 사건의 전황, 하지만 가가형사는 뭔가 이상한 기운을 떨쳐버리지 못하는데.....
   

#  Who, How 에서, Why 로 넘어가는 히가시노 추리소설의 수작.

     
  고전적 추리 소설은 범행 수법과 범행을 저지른 이가 누군지에 관해 초점이 맞추어진다. 알리바이를 어떻게 조작하였을 때, 범행의 혐의를 어떻게 피해가려고 함정을 숨겨놓았을까, 하는 함정을 명탐정이 푸는 과정에서, 스릴를 느끼게 한다. 저자는 용의자가 되고, 독자는 탐정이 되어 사건을 푸는 저자와의 추리게임이라고 할까. 트릭이 치밀하면 치밀할수록 나중에 진상이 밝혀졌을 때 얻는 스릴도 강해진다. 명탐정 홈즈와 괴도 루팡,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등에서 그런 재미를 충분히 느꼈던 기억이 있다. <악의>에서는 사건 초반에 추리소설의 큰 호기심의 동력인 두 가지를 공개해 버린다. 범인도 밝혀졌고,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도 전체 분량의 삼분의 일이 넘기도 전에 밝혀져 버린다. 하지만, 동기를 용의자가 숨기려 애쓴다. 왜 숨길까? 도대체 이유가 뭐지? 하면서 알려진 정보와 결합되어 하나씩 의도를 밝혀내기 시작한다. Why! 범행위주로 사건을 풀어가는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소설의 정점에 선 작품이라 생각한다. 일본에서 이 작품이 출판된건 2000년이다. Windows 2000이 나오고 사람들이 전자메일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를 대상으로 해서, 팩스와 컴퓨터 기능이 트릭의 한 종류로 사용된 점이 독창적이다. 무엇보다 8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작품의 매력이 시간에 녹슬지 않은 점이 좋았다.


# 이유와 사회현상의 결합.
   

  단지 이유만 부각되었다면 재미있는 추리소설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호숫가 살인사건>에서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특목고에 입학하기 위해, 부정 시험문제를 유출해서 연습을 시키다 살인사건에 연루되는 사건을 통해, 일본 사회의 학업비리를 돌아보게 한다. <악의>에서도 왕따을 시켰던 가해자의 입장, 왕따를 당했던 피해자의 입장, 왕따를 지켜보는 선생님의 입장을 통해서, 학교폭력의 문제점을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한 점이 일반 추리소설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추리소설의 흥미진진함과 함께 사회 현상의 문제점도 돌아볼 수 있다고 할까. 평생 그 기억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학교폭력에 가담해야 하는 무력한 인간의 모습과 죄책감, 자신의 모든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저지르는 질투와 편견, 무의식중에 남아있는 어머니의 편견이 자식에게 끼치는 영향 등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처럼 그 당시 현상을 볼 수 있게 하는 묘미도 작게나마 가지고 있다는 점이 다른 소설과 다른 점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추리소설이 지니는 가장 기초적인 호기심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유지되는 점이 좋다. 저자의 안내에 따라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계속 걷고 있었는데, 나중에 결과를 보니, 결국 오른쪽으로 걸어서 나온 길에 같다는 점을 깨달은 느낌이라 할까. 책을 읽다보면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이 떠오른다. 정말 악인은 누구일까? 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던 <악인>과 인간 내면에 스며있는 악의를 다양한 시각에서 보여주는 <악의>를 보며 진실이란 무엇인지, 사건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시간이었다. 한 가지 장면을 다각도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캐치하는 작가의 매력이 가득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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