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특별한 악마 passion] 동화와 패러디가 만나 재밌는 소설이 만들어졌다.

내 안의 특별한 악마 - PASSION
히메노 가오루코 지음, 양윤옥 옮김 / 아우름(Aurum) / 2008년 9월

# 패러디와 동화가 만나 재미있는 소설이 탄생했다.

 
  청빈한 생활과 신에 대한 신앙심이 깊었던 프란체스코가 현대에 여성으로 태어난다면 어떨까? 행복한 왕자에서 모든 걸 다 주고 딱딱한 심장만이 남았던 동화와 현대의 성의 문란과 사랑의 가치가 떨어진 시대가 결합하여 한편의 재미있는 소설이 탄생했다.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프란체스코는 어린시절부터 수녀원에서 생활을 하던 습관을 유지하는 게임 프로그래머이다. 모델일을 해 보아도, 그녀와 함께 일하는 남자들은 경건한 마음이 들어버린다. 아무 남자와도 깊은 관계를 가지 못하는 프란체스코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한 종기가 생겨나고, 그녀의 은밀한 곳에서 긴 생활동안 함께 생활하게 된다.
 

 
# 날카로운 풍자와 따뜻한 메세지가 공존하는 독특한 작품.
   
   
  일본 소설의 특징 중 하나는 거침없는 성묘사라고 생각한다. 성에 대한 터부없이 끝없는 상상력을 펼치는 특유의 섬세함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 안에 숨겨져 있는 현대인의 가식적인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대화를 함께 하는 관계가 아닌, 상대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대는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처럼 생활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풍자하며, 진실한 관계에 대한 해답을 프란체스코의 수난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타인에 대한 따스한 마음씨를 가진 프란체스코의 남자와의 좌충우돌 데이트와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면서 결국 특별한 선택을 하게 되는 프란체스코, 그리고 피그마리온처럼 특별하게 변하는 마지막 반전까지, 프란체스카에게 생기는 에피소드를 보면서 현대인의 연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얼굴에 종기가 나는 사람이 생긴다는 에피소드는 일본내에서는 흔하지 않게 볼 수 있는 경우인가 보다. 문화의 차이에 의해 조금 낯설었지만, 친근한 소재인 동화와 옛 이야기들을 잘 조합해서 현대식으로 잘 구성한 저자의 짜임새 있는 전개로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 프란체스코가 한국에서 태어난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저자는 프란체스코의 이야기를 듣고, 그가 현재의 일본에서 태어나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며 소설을 완성했다고 한다. 청빈하고 경건한 삶을 살았던 프란체스코가 수녀가 아닌, 현대인의 생활을 하게 된다면, 어떤 모습으로 현대를 살아갈지 궁금해졌다. 소박하고 경건한 마음이, 사람들에게 속고 상처받는 마음으로 변하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하고, 그 특유의 맑은 마음으로 사람들의 마음의 부끄러움을 비춰주는 계가기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역사 속의 사라져 버린 인물들의 현실적 적응기를 상상해보며 현대 사회만의 특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따스함이 넘치는 시대를 바랄 순 없지만, 좋은 사람들이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사람의 결심이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할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