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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있었다 - 그리고 다시 한 사람...
김종선 지음 / 해냄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 두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 사람..
사랑에 빠진 남녀는 자연스레 연애를 시작한다. 밀고 당기면서 설레는 마음을 간직하기도 하고, 헌신없이 주기도, 이유없이 사랑을 많이 받기도 한다. 눈에 씌워졌던 콩깎지가 벗겨지는 권태기에 좀더 냉정하게 자신과 상대와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기도 한다. 여러가지 여건에 의해 이별을 하고 나면, 다시 혼자가 된다. 이별후에, 찾아온 혼자라는 느낌, 이별하기 전 느끼게 되는 감정의 변화의 풍경들을 이야기한다. 깊은 밤 새벽녁에 감미로운 목소리의 DJ가 들려준다고 생각하고 글을 소리내어 읽어보면 느낌이 참 다르게 느껴진다. <지현우의 기쁜 우리 젊은 날>에서 반응이 좋았던 이별이야기가 묶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날까봐, 그 추억들이 다시 생각날까봐, 그 사람과의 추억이 얽힌 곳에 마음은 가고 싶지만, 발걸음을 울리지 못하기도 하고, 이별 후에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 그 사람의 감촉, 기분전환을 위해 머리를 바꾸고, 지나와서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이별의 감정에 젖어있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스스로를 자책해 보기도 하고, 지난 후의 그이의 큰 사람에 감사하기도 하고, 이별을 예감하면서 두려워하는 그 모습들을 한 장의 글로 느낄 수 있다. 그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하는 수많은 거짓말들은 이별 후에 사람들이 많이 하게 되는 행동이라는 점도 느낄 수 있었다.
# 99편의 이야기가 모여서..
소리내어 읽으면 2분 정도 걸리는, 짧은 이야기들이 99편이 모였다. 이별을 예감하면서 흔들리는 마음, 이별후에 다시 깨닫게 되는 회환, 기분을 전환하려 소개팅을 했다가 그의 친구를 조우했을 때, 멋지게 차려입었지만 아무런 약속이 없을 때 등등 공감을 원하는 저자의 바램처럼, '이럴 땐 이런 마음이였겠구나'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질투가 사랑보다 더 강해서 상처받을까봐 먼저 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애인이라는 말 대신, 친구라고 소개했을 때 느껴지는 서운함, 헤어짐의 원인이 자신에 대한 컴플렉스였다는 것을 발견한 순간 등 많은 장면과 그 속마음들이 나타나 있다. 순서에 관계없이 아무때나 짧게 하나 읽을 수 있어 편리하기도 하고, 한 편을 읽으면 전체 내용이 어떻겠구나 다 알 수 있어 식상하기도 했다.
책을 읽어가며, 이별 후의 이야기들은 사랑을 시작하기 전의 싱글이나 사랑중인 연인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다 읽고 난 후,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사랑해도 남는게 아쉬운 마음이지만, 마음껏 사랑하지 못했을 때 마음에 남아있는 빚과 같은 무거운 마음들이, 흐린 날씨나 기분이 쳐질때 더욱 스스로를 힘겹게 한다고 할까. 사랑때문에 아파한 이에게는 공감을, 다른 이들에게는 경계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글들이 많다.
# 연애는 함께 내딛는 2인 3각게임.
친구와 연애의 차이는 관계의 종료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는 멀어졌다가도 다시 가까워질 수 있지만, 연인 사이는 서로 헤어짐을 경험하고 나면, 다시 재결합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사이로 되돌아가기도 어려운 것 같다. 이별의 아픔과 상대와의 헤어짐을 인정하는 시간이 지나고 다시 편안해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고 할까. 쿨하게 만나고 헤어진다지만, 역시 연애는 피가 뜨겁기 때문에 쉽게 냉정하게 하기 힘든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초심을 기억하고, 서로 노력해야 하는 일이 중요한만큼, 더이상 진전이 없는 정체된 사이에서 마음도 없는데, 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 질질끄는 일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타인의 연애에는 쉽게 답이 보이지만, 내 문제에서는 왠지 주춤할 것 같은 이 기분..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닌, 가슴으로 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연애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스케치북과 물감을 동일하게 주어도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다른 풍경들이 나오듯, 연애 역시 둘이 함께 그려가는 그림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때로 마음이 맞지 않아 그림을 찢고 다시 그리는 경우가 있어도, 헤어짐은 순간 서로 함께 그리는 순간들을 즐거운 기억이 될 수 있게 노력하는 일은 멈추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다 찢어버린 후에, 다시 테이프로 이어 붙이려 해도 그때는 이미 늦은 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