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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 헐리웃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 언제나 날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 츠츠이 야스타카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최후의 끽연자>로 츠츠이 야스타카를 알게 되었다. 일반적인 상상을 뛰어넘는, 생각의 틀을 뛰어넘는 소재와 발상의 전환으로 즐거운 SF세계를 만나게 해 주었다. 처음에는 즐거운 재미를, 두 번째는 자유로운 상상을, 세 번째는 사회와 현실에 대한 강한 메세지를 만날 수 있다. 30편의 짧은 장편(掌篇)이 모여있는 <헐리웃 헐리웃>에서는 세 번째 메세지를 다른 소설에서 보다 좀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머리속이 복잡하고, 재미있는 것을 찾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지만, 한바탕 웃고 난 후에는 저자의 글 뒤에 숨어있는 강한 메세지를 느낄 수 있다. 날카로운 사회풍자와 재치있는 상황들, 일본 소설의 가벼움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작가만은 독특하게 다가온다.
# 현실을 잊게 해 주는 독특한 상상력.
얼굴도 못생기고, 공부도 못하는 무력한 나. 유일한 취미는 헐리웃 영화를 보는 것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영화잡지에서 나온 '영화의 신'은 무력감에 빠진 나에게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고 하고, 난 얼굴 예쁘고 몸매좋은 여배우를 얻게 된다.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그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교로 데리고 가게 되고, 친구들의 시선은 달라지게 된다. 다른 학생들도 사정을 알게 되고 영화의 신에게 다들 부탁을 하게 되는데... <헐리웃 헐리웃>
때론 키우던 강아지 불독의 생각을 알게 되기도 하고<불독>, 도산 직전의 회사를 살리기 위해 악마와의 계약을 시도하기(악마를 부르는 자들)도 한다. 전화를 하나 최초의 전화기가 일본에 들여온 궁내성과 통화<최초의 혼선>를 하기도 하고, 학생인 척 끼여드는 도깨비와의 추억<다다미 도깨비>을 만들기도 한다. 모두가 소멸해버리고 넷만 남아버린 페허의 시대, 여자를 발견하지만 놓치기도 한다<폐허>.
이제까지 만났던 SF 소설들은 현실을 뛰어넘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 화성이라던지 목성이라던지, 2000년 후의 첨단 과학 세대등을 배경으로 했다면, 츠츠이 야스타카에 등장하는 단편들은 현실을 기반으로 작은 하나를 비틀어 놓은 느낌이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내가 UFO와 소통을 한다면, 갑자기 강아지와 대화를 하게 된다면, 소소한 현실에서 살짝 바꾸어 놓은 하나로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전해준다. 일상을 지겹고 지루하게 생각이 드는 이유는 내가 바라보는 현실의 시각을 고정되어 바라보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즐겁게 웃은 후, 느껴지는 밝지 않은 사회의 모습.
소설의 책무는 읽고싶게 만들어야 한다 생각한다. 어렵고 딱딱하고 진지한 내용은 철학, 인문서적을 읽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재미없지만 유익한 소설이 인기없는 건 독자의 탓이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야스타카의 소설을 읽고나면, 즐겁게 웃고 난 후 보여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의 느껴진다. 과학기술이 발전해가면서 더 이상 상상을 하지 않는 사람들 <피투성이 토끼>에서 만날 수 있고, 인생의 계획보다 빨리 승진하고 돈을 많이 벌게 되어 할 일을 잃어버린 부부<마이 홈>에서는 직장사회에서 계급에 매여 생활습관과 타인의 생활을 의식하며 생활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암 치료약을 개발했지만, 아버지의 죽음이 연장될까 두려워 출시를 두려워하는 약학박사와 회사의 회장과 마누라의 죽음을 기다리는 사장과의 대화<특효약>를 통해 돈에 지나치에 매여있고 그런 사람들이 특별한 존재가 아닌 현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지나친 경쟁에 빠져있는 모습<타쿠 건재한가>, 남자가 아이를 낳는다면<산기>, 유행에 따라 그날 하루가 달라지는 상황을 보여주며, 유행에 빠진 일본사회의 모습<유행>, 일시적 스트레스가 쌓여가며 이상행동을 보이는 현대인의 모습 <어떤 죄악감> 등을 볼 수 있다.
재미와 함께 현대사회의 풍경을 엿볼 수 있는 건, 츠츠이 야스타카 특유의 매력이다. 즐겁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즐거운 소설이다. 일상의 틀을 넘은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건 독자가 책을 읽는 기쁨 중 하나이다. 그의 다른 책도 한국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