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의 연애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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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을 기록하는 무심한 여진 이진.

  그녀를 사랑하고, 사랑의 힘을 믿는 이현의 2년간의 계약 결혼 이야기.

 

  아버지를 따라 성대한 결혼식장에 간 여섯살 꼬마 아이는 결혼식에서 무심한 표정으로 부케를 들고 있는 아름다운 신부를 보고 첫사랑에 빠진다. 그녀가 허리를 굽혀 볼에 살짝 입맞춘 이후 빠진 첫사랑의 추억을 가진 마흔 살이 넘은 경제경제부 국제기구과 과장 이현은 지하매점에서 그녀와 똑같은 모습의 지하 매점 아르바이트 생 여인 이진을 만나게 된다. 세 번의 결혼을 하였고, 모두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왠지 모를 싫증으로 모두 이혼을 해 버린 이현은
아이 또한 좋아하지 않는다.

 첫사랑을 만난 결혼식장의 사진을 매개로 아르바이트생과 그는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는다. 대화를 통해 그는 그녀가 결혼식에서 만난 신부의 딸임을 알게 된다. 자신은 영혼을 기록하는 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세상일에도 사랑에도 관심없이, 오직 살아숨쉬는 영혼들의 인생을 기록하는 그녀는 영혼을 기록하는 작업을 할 공간이 필요하지만 현실의 생활을 영위할 능력이 없는 무기력한 존재이다. 이현은 그녀에게 3년간의 계약결혼을 제안한다. 3년이 지난 후 일을 하지 않고, 영혼을 기록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위자료를 주겠다고 제안하고, 그녀는 승낙한다.

  조금의 움직임에도 관절의 고통을 느끼는 그녀의 아버지 이세 공은 젊었을 적 유명한 시인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부인의 죽음 이후 사업에 몰두하고, 딸 이진과 신부와 관계된 일은 히스테리적 반응을 보인다. 결혼승낙을 받으러 온 이현에게 연민의 마음으로 결혼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지만, 이현은 그녀를 사랑하며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녀를 행복하게 해 주려는 마음을 버리라며,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는 마음이 없어 사랑을 베풀어도 고마워 할 줄 모른다고 이야기하지만 이현은 굴하지 않고, 이세는 진정 그녀를 사랑하거든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이현이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동안 그녀는 영혼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퇴근 이후에는 평범한 가정생활을 하자는 이현의 제안과 자신을 겉모습을 존중하듯, 자신의 작업 노트를 보지 말아달라는 그녀의 부탁으로 그들의 결혼은 시작된다. 매우 작은 채식의 식사와 소식을 하는 그녀를 배려해서 그녀에 맞게 자신의 식단을 맞추게 되고, 외부의 출입을 싫어하는 그녀를 배려하는 헌신적인 그의 노력으로 그들은 평온한 결혼생활을 지내게 된다.

  결혼생활이 된 2년이 되었을 즈음, 경제부총리의 만찬에 참석하고 난 후 이현은 부총리에게서 정계로 진출할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게 되고 마음속에서 명예욕을 가지고 있던 그는 아내의 폐쇄적인 성격으로 고민을 하게 된다. 부총리로부터 그녀의 작업 노트를 보고, 보안에 위촉되는 내용은 버려야 한다는 제안을 받게 되고, 이현은 아내의 부탁과 자신의 욕망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데...

 

# 사랑이란 이름의 환상과 그 안에 숨어있는 나르시시즘의 결을 느끼다.


  자신이 영혼을 기록하는 일지를 보지 말아달라는 부탁과 이세 공의 그녀와 결혼하지 말고 대가를 바라지 말라는 말에서 신화 속의 비극의 씨앗을 엿보았었다. 신화 속의 뒤를 돌아보면 돌이 된다는 경고를 들은 아내와 선악과를 먹으면 안된다는 하느님의 이야기를 들은 아담과 하와, 상자를 절대 열어보면 안된다고 이야기를 듣는 판도라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하지 말라는 일'은 꼭 하고 만다.
 
  마음이 없는 그녀를 자신의 사랑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고 믿었던 그의 무모한 열정과 사랑의 대가를 받고 싶어하는 마음 안에서 사랑이란 이름의 환상에 기대었던 이현의 무모함과 나는 그녀를 바꿀 수 있어라고 믿었던 나르시시즘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그녀는 달라질꺼야, 내 마음을 알아줄꺼야 하는 그 마음 역시, 사랑의 이면인 동시에, 베푸는 사랑에 대한 기대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할까. 이현의 마음에 공감하며, 그 욕망의 덧없음도 함께 느꼈다.
 
 

# 희생의 끝 뒤에 놓여진 변화의 시작.


  이현의 시각에서 보는 둘만의 결혼 생활이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다 읽고 난 후, 영혼을 기록하는 이진의 일상처럼 이진에 의해 기록되어진 이현의 삶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중간 중간 담긴 이진의 기록으로 명명된 4편의 단편 속에 담긴 복잡한 삶을 살았던 각 편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책 전체의 완결된 형태가 이현의 삶의 기록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갖 정성을 다했지만 전혀 변하지 않는 그녀를 증오하고 원망하던 이세 공과는 달리, 이진의 희생뒤의 이현은 이세와는 다른 삶을 선택했다. 그녀를 볼때마다 표현하기 힘든 고통과 자신의 배덕으로 인한 회환의 마음을 평생 안고 가야하지만, 원하지 않는 아이와 성의있는 아버지가 되려는 선택을 보며 변화의 가능성을 보기도 했다.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의 모습과 실수 뒤에 더욱 성장하게 되는 인간의 마음을 함께 볼 수 있었다고 할까. 이현의 열정과 이진의 은둔의 마음을 공감하기에 또 글을 써 내려가는 소설가의 길을 선택한 저자의 또다른 작품이 기대가 된다.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는 인물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써 내려가는 일에서 소설가와 이진의 작업의 유사성을 느낀다. 소설가인 저자가 작업 중 절대 절대 건드리지 마세요 라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면 조금 무섭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이가 생긴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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