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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 동화나라에 사는 종지기 아저씨 ㅣ 청소년인물박물관 8
이원준 지음 / 작은씨앗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 어둠속에서 희망을 피워낸 종지기의 따뜻한 이야기.
중학교 때, <몽실언니>라는 책을 읽고, 권정생님을 알게 되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기 않고, 꿋꿋하게 생을 살아가는 몽실이의 모습이 아이들의 마음이 따뜻하게 전해져와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에도 생생히 떠오른다. 권정생님의 생애를 알고 난 후, 그의 작품을 다시 읽게 되었다. 힘겹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당당히 달이 되어 세상을 비춰주는 따뜻한 동화를 만났다. 힘겹고 어두운 책의 분위기에서 작가의 힘겨운 삶이 겹쳐지고, 어려운 삶에서도 생을 포기하지 않고 동화로 피워올린 그의 삶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 고난과 역경의 세월, 힘겨움 속에서 피워올린 동화.
일제시대 일본에서 태어난 권경수(어릴때의 아명)는 셋방살이를 살던 아버지가 모아오던 헌 동화책을 보며, 동화작가로의 꿈을 키운다. 해방 후 1년 후 간신히 고국으로 돌아오지만, 검문으로 어머니가 모아오던 돈을 다 뺐기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식들을 나눠 맡아 따로 생활을 하게 된다. 6.25때 어머니와 헤어진 후 부산에서 재봉틀가게에서 일하며 중학교에 대한 꿈을 키우지만, 함께 책을 읽으며 마음을 나눴던 자동차 정비공이었던 지훈의 자살을 겪고 교회에 다시 다니도록 권유해 준 명자 역시 힘겨운 삶을 선택했음을 알게 된다. 1957년 어머니를 만나 다시 집에 들어오지만, 가난한 가정으로 인해 동생이 가출하게 되고 가난으로 지인들도 세상을 하나씩 떠나게 된다. 신장과 방광으로 병이 이전되고, 어머니의 임종 이후 아버지의 부탁으로 1년간 가출을 권유받게 되고 4개월 만에 돌아왔지만 부고환 결핵까지 병을 얻게 된다. 길어야 2년을 살겠다는 사망선고를 받은 때가 28세, 동생의 결혼과 집을 떠나야 하는 가정사정으로 30살의 나이에 일직교회의 종지기로 삶을 시작하게 된다.
맨손으로 쳐야 종을 친다는 마음이 든다며, 검소한 생활을 했던 그는 꾸준히 글을 쓰는 일 만은 놓지 않고, <제 1회 기독교 아동문학상 현상모집>에 강아지똥이 당선이 되고, 1973년 신춘문예 당선, 강아지 똥을 보고 찾아온 이오덕님과의 만남으로 동화창작에 대한 열의를 피우게 된다. 30년이 넘게 지속되는 그들의 우정과 죽을 끓여먹으면서, 검소한 삶을 지냈던, 오직 욕심을 내었던 건 책 사는데만 욕심을 내고, 나머지 돈은 통장에 모아두게 된다. 기자들과의 만남을 피하고, 사람들의 의문에 관계없이 검소하고 낮은 삶을 살았던 그는, 임종과 함께 자신이 모아둔 돈은 북한 어린이의 굶주림을 피하는 데에 보태라는 유언을 남기고 2007년 하늘나라로 떠난다.
# 존경할 만한 스승의 없는 사회에 본받아야 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
지독한 가난의 끝에서 겪어야 할 절망과 좌절의 늪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4달간의 방랑생활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다고 말하며 낮은 자리에서 겸손하게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한결갈이 살아온 그의 삶이 따스한 작가의 문체와 함께 가득 담겨있다. 작가가 지은 동화와 작가의 삶이 겹치는 부분을 보여주었을 때, 그의 동화가 왜 힘겹고 어두웠는지, 그러면서도 왜 희망을 놓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강아지 똥과 여러 작품의 인세로 풍족하게 살 수 있었지만, TV를 통해 유명해질 기회가 있었지만, 거절했던 그의 따듯한 마음과 가난하고 굶주리는 아이들의 아픔을 마음 아파하면서 꾸준히 돈을 모았던 신념이 멋졌다. 작가의 생애를 몰랐을 때, 그냥 따뜻한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권정생님의 삶을 보고 다시 동화를 읽어보니, 자신의 삶의 힘겨움 속에서, 이오덕 님의 말씀처럼 '피를 찍어 글을 만들어 낸다'는 말이 정답임을 알게 되었다. 낮은 자리에서 힘겨운 삶을 지낸 사람들에게 따뜻한 희망의 빛을 안겨주었던 그의 따뜻한 글들이 세상이 남아있기에, 힘겨운 이의 그 마음을 그대로 대변하였기에 더욱 더 마음에 와 닿는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 해야 한다고 외치는 명사들은 많지만, 삶과 행동이 일치했던 스승을 만나기 힘든 사회에 살고 있다 생각한다.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지만, 낮은 자리에서 매일 오줌주머니를 비워내야 하고 지병에 싸워 이겨내야 하는 힘겨운 삶에 지지않고, 희망을 피워내는 따뜻한 글을 지어내는 그가 있었기에, 그의 작품이 있기에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고 믿는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외딴집에서 힘겨운 삶을 피워올렸던 권정생님, 그의 작품이 있기에 세상에 그분이 존재하지 않지만, 아직 작품에 살아 숨쉬고 있다고 느껴진다.
"교회에서는 착하게 살라고 설교를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서로 싸우기에 바쁩니다. 세상에는 교회나 절이 많은데 왜 전쟁과 다툼을 막지 못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는 모두가 자기 자신만 옳으며 잘났고, 상대방 잘못이며 못났다고 여겨 벌어지는 결과입니다. 사는 동안만이라도 우리 모두 서로서로 따뜻하게 사랑을 나누며 지내야 하지 않겠어요? 나는 죽어서 가는 천당보다는 지금의 평화를 더 원하고 그것을 위해 매일 기도를 합니다."
임종하기 1년 전, 드림교회에서 했던 연설이다. 나의 아픔, 나의 고통만 생각하지 않고, 함께 따뜻하게 사랑을 나누며 살기를 꿈꾸었던 그의 삶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는 방법을 찾아 보아야 겠다. 모두가 함께 사랑을 나누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그의 작품을 읽으며 오랜 시간을 두고 곱씹어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