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크림 러브 -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가’ 나가시마 유 첫 장편소설
나가시마 유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 첫맛은 달콤하지만... 끝은 여운이 남는 슈크림..


   제과점에서 슈크림 빵을 샀다. 달콤한 크림이 들어있어 단맛이 강하다. 먹을때는 달콤하게 먹지만, 다 먹고 난 후 왠지 아쉬움이 남는다. 사랑해서 결혼을 결심하고, 달콤한 슈크림 빵처럼 맛있는 첫맛으로 시작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달콤한 슈크림 빵은 다 먹어버리고, 달콤한 맛만 기억한 채, 아쉬움이 남기 시작한다. 두 개의 서로 다른 인격이 만나 공존하는 결혼 생활, 그리고 부딪치게 되는 곤란한 상황들.. 결혼 했지만,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하게 된 주인공 무카이 시치로와 일과 사랑을 전부라 믿는 시치로의 친구 츠다의 두 결혼식 방문기가 펼쳐지면서 결혼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 결혼이라는 환상에 벗어난다는 건....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집세는 절반씩 내고 공동생활비는 한 통장에 입금한다, 나머지 돈의 사용에 대해서는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세 가지 원칙을 가지고 결혼을 한 시치로는 권태로운 회사생활을 이겨내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아내와 크게 싸우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의 불륜으로 인해 별거에 들어가게 되고, 결국 이혼을 하게 된다. 이혼을 했지만, 서로 문자를 보내고 연락을 하는 두 사람은, 이혼 한 후 두 달이 지난 후, 자주 찾아오던 아내의 소식이 끊기던 날, 안절부절하며 큰 병이 난 건 아닌가, 고민하던 시치로가  다음날 아침 열쇠를 여는 소동을 벌이는 헤프닝이 벌어진 후, 재혼 결심을 포기하게 된다. 이혼 하였으면서도 새로운 연애가 시작되지 않자, 끝맺음을 하지 못하는 시치로의 모습에서 결혼 생활에 빠져있는 하나가 눈에 띄었다.

    결혼이란 문화입니다. 가장 작은 문화는 부부입니다. 부부라는 문화에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니라, 결혼을 통해서 두 사람만의 문화를 가꿔 나가라고 제자의 결혼식에 축사를 했던 츠다는 일과 사랑이 전부라 믿고, 많은 여인들과 연애를 한다. 하지만, 결혼할 거라 믿었던 상대에게는 직장으로 도피하여 도망가고, 결혼을 결심했던 자주 만나던 호스티스 사오리에게는 회사의 부도로 고민하다 청혼을 포기하고 만다. 결혼을 동경하면서도 결혼 생활에 확신을 갖지 못하던 츠다의 모습에서  책임감과 자신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 찬 모습이 눈에 띄었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좋던지 싫던지 함께 살아야만 했던, 이혼이라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거나, 거의 갈때까지 서로의 감정의 골이 바닥이 날때까지 간 후에야 이혼이 가능했던 기성 세대와는 달리, 서로의 차이가 있다면, 굳이 결혼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많이 형성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 마음에 맞는 사람이 함께 사는 동거와 또 다른 결혼, 혼인신고서의 작성과 이혼 시, 법적인 절차를 받아야 하는 차이 외에 결혼이 지금 세대에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결혼을 동경하지만, 결혼에 성공하지 못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실패하는 결혼의 표본을 보았다고 할까. 두 사람에게 가장 부족했던 건 대화와 믿음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심할 것이 없기 때문에 믿는 것이 아니라, 그냥 모든 것을 믿는 것. 상대한 대한 신뢰와 배려가 없이는 걸어나가기 힘든 결혼생활, 또한 양보가 필요한 결혼생활이기에 더욱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잔잔하지만,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기는 소설.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묘사는 보이지 않는다. 섬세하고 캐릭터가 잘 살아있는 등장인물을 통해, 막연하게 보이는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틈을 주었던 소설이었다. 한국 정서에는 소설과 달리, 고부갈등, 처가, 시댁과의 관계도 결혼에 많은 고려를 하겠지만, 소설에서는 개인의 가치관과 성향의 차이에 의한 흐름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있다. 가족지간이라도 서로 간섭하지 않는 개인주의가 잘 발달된 일본의 문화를 이해하고 바라본다면 좀 더 깊이있게 등장인물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츠다 어머니의 쓰러짐, 결혼식 선물로 받은 입욕제, 교토의 여행과 성형수술 등, 대화와 이야기 흐름에 나오는 작은 사건등은 뒷 이야기와 연결되어, 유기적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츠다의 직장 후임의 결혼식과 츠다의 옛 여친의 결혼식까지 두 번의 축사를 통해, 두 인물과 관계있는 여러 인물들의 사건 흐름이 잘 짜여지는 점도 보기 좋았다. 큰 울림보다, 잔잔한 물결처럼 마음에 와 닿는 소설이다.

  이혼 후 한 번도 아내의 이름을 부르지 않다가, 애인이 생긴 후에 아내의 이름을 불렀던 시치로의 모습을 보며, 관계의 시작에는 그의 이름을 불러주고, 솔직한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의 마음을 내 생각으로 예단하지 않고 진심을 다해 조금씩 이야기 해 나간다면, 늘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겠지만, 관계의 끝을 아름답게 마무리 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그가 어떤 모습이던지, 믿고 지지해 주는 것, 결혼생활의 가장 큰 비결을 배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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