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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 그때가 더 행복했네 ㅣ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1
이호준 지음 / 다할미디어 / 2008년 4월
평점 :
#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 버리는 세상.
사라져 가고 잊혀져 가는 대상들을 다시 떠올려 보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제일 먼저 배우는 말이 "빨리빨리"라고 한다. 밥도 빠르게 먹고, 뭐든지 빠르게 해야 하는 세상. 농업사회에서 빠르게 산업화 단계로, 다시 정보화 시대로 발전하게 된 원동력에는 결정이 내려지면 빠르게 추진하는 힘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힘으로 한국이 급성장하게 되었다고 믿는다.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려는 노력은 시대에 발 맞추게 걸을 수 있게 하였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폐단을 안겨 주었다고 생각한다. 성급함은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일을 추진하는 과정의 절차적 중요성과 합의를 많이 고려하지 않았다고 할까. 인권과 소외받는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그 반대급부로 경제가 발전하게 되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많은 것이 변해버렸다. 아버지의 유년시절에는 학교에 가기 위해 산 하나를 넘어다녔다고 했다던데, 우리땐 걸어다녔고, 요새 아이들은 부모님이 태워다 주거나, 학교버스가 데려다 준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노는 것도 아버지 세대에서는 강에서 수영도 하고, 산에서 노는 등 자연 친화적인 놀이가 많았다고 한다면, 우리 세대에서는 운동장에서 구슬치기나 제기 차기를 하거나, 오락실과 게임기를 가지고 놀았고, 지금 아이들은 컴퓨터와 더욱 발전된 기계의존도가 높은 게임을 하며 지낸다. 함께 간직할 추억이 적기에, 소통이 더욱 힘들다고 할까. 세대간의 간격을 메우는 일도 쉽지 않다.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에서는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화하면서, 또 더욱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잊혀지고 망각해버린 대상들에 대해 다시 떠올리게 한다. 필자의 추억과 에피소드 등이 생생한 사진과 함께, 추억의 공간으로 다시 돌아가게 해 준다.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의 공간으로 다시 돌아가는 느낌이다. 사회의 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손길과 시선에서 멀어지는 대상들, 하지만 잊지 않고 기억하면 더욱 좋을 것들에 대해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함께 이야기는 전개된다.
#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40가지의 대상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원두막과 섶다리였다. 참외서리, 수박서리 등을 막기 위해 만들었던 원두막과 마을 내에서 아이들이 하는 서리에 크게 처벌하지 않았던 당시의 정이 느껴졌다고 할까, 서리에도 정도를 나누어 뿌리나 다른 열매까지 상처주지 않을만큼 조심히 했던 추억도 서려있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때부터 서리의 풍습은 사라져버린 것 같다. 마을이 아닌 다른 마을에서 온 이가 농사를 짓고, 학교에 다니던 아이 하나가 작은 서리 하나를 했다 파출소에 끌려가고, 큰 사단이 났고, 밭 주위로 가시철망을 세우면서, 서로 각박해진 세상이 되었다고 할까. 이제는 서리가 아닌 절도로 인식되어지는 세상이 되어버렸음을 느낀다.
다리가 놓이기 전, 마을 사람들끼리 힘을 모아 지은 섶다리는 공동체적인 단결과 소통의 힘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설계도 없이, 못을 박지 않고, 나무와 나무를 서로 맞추고 이어 상판을 놓고, 소나무 가지로 골고루 뿌리고 흙을 덮어 만드는 자연친화적인 다리가 만들어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폭이 좁아 두 사람이 함께 오갈 수 없기에, 연장자나 보따리나 짐을 든 사람, 아이들 업은 이가 먼저 지나가도록 배려하는 풍습 속에서 자연스럽게 질서와 인간성 교육이 이루어졌다는 설명에서 자연스럽게 예절과 마을 내의 협동심을 만들어지게 하는 모습을 알 수 있었다.
한때 사람들의 인기를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사양사업이 되어버린 것들도 인상깊었다. 사진사와 이발사, 대장간의 대장장이, 줄타기, 서커스, 옛날 극장 등은 시대와 함께 사라져가면서, 20-30년 지나면 더욱 보기 힘들어지고, 문화유산으로 희소성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올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변화하는 시대와 함께 화석처럼 남아버릴 대상들이 안타까웠다.
# 한 장의 사진으로 남게 될 우리들의 추억.
그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는데, 10년 20년 후에 생각해 보면 그때만의 추억이었음을 알게 된다. 한때 다시 붐을 이뤘던 7080세대의 노래나 풍습, 축제들이 만들어 지는 것도, 그 시대에 함께 보냈었던 청춘과 추억의 힘을 다시 떠올리기 위한 노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보고, 듣고, 마시고, 느끼는 대상들이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거나 사라져버리는 것이 될거란 생각이 들면 마음이 아련해진다. 나와 함께 길을 걸었던 손때가 닿았던 공간이기에 애착이 더욱 강하다고 할까. 같은 문화에서 호흡했던 사항들은 시대의 발걸음과 함께 다시 변해갈 것이다. 지금 붐을 이루고 있는 핸드폰도, 컴퓨터도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책 역시, 시대의 흐름과 함께 다른 대상으로 변해가고 사라져 갈 것이다.
물건과 대상은 변해가지만, 소통과 함께 하려는 마음이 만들어낸 문화의 힘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작은것도 함께 나누었던 소통의 마음, 상대를 존중하는 배려의 마음등이 살아남는다면, 물건은 변하더라도 더욱 생기 넘치는 사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사라지고 잊혀져 가는 것들을 박물관에서 보는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았으면, 잊혀지는 대상들이 전해주는 메세지가 사장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