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 도종환의 산에서 보내는 편지
도종환 지음 / 좋은생각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 맑은 샘물이 흐르는 산 속. 숲에서 삶을 보내는 이의 편지를 받다.
  
  일상의 늪에 빠져 삶의 의욕을 잃었을 때, 일상의 삶을 벗어난 동경의 장소에서 지내는 삶을 꿈꾼다. 산은 내게 동경의 대상이다. 맑은 산소를 마시고 싶을 때, 새들의 지저귐과 숲속에서 자신만의 삶의 보금자리를 일구는 생물들을 보면 삶의 의욕이 되살아 난다. 

  글속에는 글쓴이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있다. 이전 작품의 저자의 글을 읽을 때면 감정의 선을 그대로 잘 드러내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자신의 슬픔도 아픔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용기,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가슴 절절한 그리움의 글과 콩나물 시루에서 답답하게 학교를 다니던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던 그의 마음이 담긴 글이 좋았다.

  맑은 샘물같은 저자가 마음 속 슬픔마저 다 안아줄 것 같은 산 속으로 들어갔다. 5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의 산중생활이 담긴 편지가 세상으로 내려왔다. 넉넉한 산의 기운을 받은 탓일까? 마음이 맞은 공간을 찾았기 때문일까? 여유로움과 산중 생활에 정착한 그의 시선이 시리도록 맑다. 맑은 기운을 담긴 저자의 편지를 읽다보면, 이미 산속에 드러앉은 느낌이다.

# 행간 뒤에 숨은 자연을 느끼다.


  빼앗기 위해, 남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 농사도 내가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짓는다. 내가 먹을 수 있는 양은 적기에 찾아오는 이에게 넉넉히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눔할 수 있다.  자연의 생물체를 음식의 대상으로 보지 않으려는 그의 따스한 마음이 담겨, 따스함과 도시생활에서 미처 보기 힘든 여유가 스며 있다. 조급해 하지 말라며, 옳은 일은 결국에는 밝혀질 것이라는 그의 말 속에 여유와 함께 자연의 섭리가 배어있음을 느낀다.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암탉의 알이 병아리로 부화하는 모습도, 세심한 그의 관찰과 애정이 담기어 생명에 대한 진지함을 되새겨 보게 한다.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보는 이의 시선과 관점에 따라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라지듯이, 자연과 함께 벗삼으며, 같은 눈높이에서 보려하는 그의 시선에 감탄하며, 배워야겠다 다짐한다.


# 60개의 풀빛 가득한 글들. 그 숲에 살고 싶다.

  사회생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몫을 다 한 후에는 작은 암자를 지어, 그 속에서 생활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저자의 풀빛 가득한 글들을 읽은 후, 하루 빨리 숲으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욕심을 버리고, 순리를 따르며, 많은 일들을 한 번에 하기보다, 주변에 작고 사소한 것들을 조금 더 깊이 볼 수 있는 여유로운 삶.. 사람들에게 지친 상처와 마음을 골짜기 물로 닦아주고 나뭇잎의 숨결로 말려주는 숲에서 살고 있는 그의 글을 읽으니, 함께 숲속에 찾아가 보고 싶다.

  오랜시간 연락하다가 소식이 끊긴 제자와의 인연을 생각하며 자신의 잘못을 돌이켜보는 저자의 글을 읽으니, 은사님께 연락을 드리고 싶어졌다. 시간에 쫓겨서, 일상에 치여서 연락을 드린지 오래 되었는데, 서운한 마음만 가득 안고 계실까 하는 마음이 앞선다. 늦기 전에 소식 전하고, 찾아가 뵈어야겠다. 

  작지만 소중한 깨달음, 때론 많이 들어 익숙한 내용도 그의 손길이 닿은 글에는 다시 되새겨 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저자의 맑은 마음 때문인지, 숲이 전해주는 맑은 기운 덕분인지 알 수 없다. 일상에 쫓겨 마음을 잃어버렸던 마음에 작은 여유가 생긴다.

  일상에 휘둘리지 않게, 삶이 지치고 힘겨울수록 한 꼭지씩 읽으며, 맑은 기운을 잊지 않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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