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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문명과 지식의 진화사 - 파피루스에서 e-북, 그리고 그 이후
니콜 하워드 지음, 송대범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 문화의 하나가 되어버린 책, 옛 모습은 어떠했을까?
한 권의 책은 어떻게 만들어 질까? 저자의 탁월한 원고, 편집자의 뛰어난 안목과 실력, 기획자의 탁월한 아이디어, 표지 디자인의 세련됨, 마케팅 시기와 방법의 현명함 등 여러 사람들의 노력과 고민을 통해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진다. 책은 왜 읽는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편안함을 찾기 위해 책을 펼친다. 때론 내가 알고 싶은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찾는다. 저자의 생각을 알고 싶어서, 세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책을 보기도 한다. 지식과 정보, 오락과 흥미를 넘어 이제 문화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다.
책은 저자의 생각을 활자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는 공간이라 생각한다. 그 공간은 수 천년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과 이해관계를 통해 모습을 바꾸어 왔다. 정보가 귀한 시절이었던 옛날에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정보를 간직할 수 있었다. 책이 매우 귀했던 시절과 책을 읽기 못하게 억압받었던 시절, 기독교의 교리를 널리 전파시키는 데 일조 했으며, 루터의 개혁을 한층 빠르게 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파피루스에서 왜 양피지를 정보를 담는 수단으로 활용했는지, 구텐베르크는 어떻게 인쇄기를 완성 하였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 인쇄기 발명 이전부터, 종이가 아닌 E-Paper 까지..
문명의 진화와 함께 발전한 책의 모습을 살피다
파피루스에서 e-북, 그리고 그 이후라는 부제에서 책의 여러가지 모습을 다루겠구나 예상했다. 문명과 지식의 진화사라는 어려워 보이는 말과는 달리, 정보를 담는 책이라는 수단이 수천년간 어떤 모습을 통해 변화해 왔는지,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이였던 건 어린아이가 성인이 되는 과정처럼 16세기부터 20세기를 구분한 점이었다. 구텐베르크가 목제인쇄기를 발명한 16세기 이전을 유아기로, 종교개혁의 시대인 16세기를 청년기, 편집자와 인쇄업자, 저작권이 등장한 17-18세기를 성인기, 철제 인쇄기와 석판인쇄, 평판 인쇄가 도입된 19세기를 성숙기, 전기잉크와 종이를 사용하지 않고도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E-북과 E-페이퍼가 등장하는 20세기를 통해 책의 모습이 어떤 이해관계에 의해서, 변화하였는지도 살필 수 있다.
예전에는 책의 인세로 삶을 연명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던 시기가 존재했었다. 변화하는 시대의 가치들 처럼 책에 관한 사람들의 시선 또한 다양한 색깔을 보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변화하는 책...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할까?
적절한 시점에 등장하는 삽화가 책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고, 구텐베르크가 풍족한 삶을 살지 못하였다는 사실과 문맹률이 높았던 예전에는 삽화가의 비중이 높았다는 사실 등 교양으로 알아두면 좋을 상식들이 가득 담겨 있었던 부분은 상식이 부족한 내게 지적 샘물이 되어주었다. E-북과 E-페이퍼를 통해, 책을 만들기 위해 소요되는 많은 나무들을 아낄 수 있는 환경보호의 장점이 있는 것과 함께, 정보의 과다의 시대의 편집의 중요성과 정보를 검색하는 능력이 앞으로 매우 중요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무엇을 알고 있는가가 중요한 암기과 기억의 시대가 아닌, 주어진 정보를 어떻게 적확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를 배워야 하는 편집과 논리적 효용이 더 중요하겠구나하고 예상해 보기도 했다. 책이 만들어진 과거의 모습을 통해 책의 재료와 인쇄술과 사회적 큰 변화에서 책이 어떤 역활을 했는지 알 수 있었고, 정보의 모습이 담긴 책의 현재와 책 대신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컴퓨터가 어떻게 책의 역활을 바꾸어 가는지를 통해 책이 나아가야 할 모습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언젠가 모 작가가 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라고 했을 때, "만원짜리 한 장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했던 글이 떠오른다. 멋진 음식과 귀한 술, 보석 등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많은 선물이 있지만, 수십년이 지나도 그 모습을 지키면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책이기에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양질의 책은 현명한 독자를 많이 가진 시장에서 멋진 저자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책이 여러가지 모습으로 변화하더라도, 지적 호기심과 더 나아지려는 욕구를 가진 사람들의 함께 공존하려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모두가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 발전하는 책에 관한 기술만큼, 인간의 감성과 지성 역시 그 발걸음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다. 책의 내용이 아닌, 여러가지 모습과 사회상을 살필 수 있는 책이다.
저자가 미국인이기 때문일까? 서양의 모습을 중심으로 책이 전해져 온 부분이 아쉬웠다. 유럽뿐 아니라 중국 이슬람의 부분도 소개했지만, 제 3세계와 동양에서 책을 만든 부분이 많지 않은 점은 많이 아쉬었다. 우리의 문화와 다양한 빛깔의 모습도 함께 담겨있다면 더욱 빛날텐데 하는 소망이 생겼다. 우리의 문화와 기술 역시 외국의 저자들이 인용할 수 있게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노력의 필요성을 느끼며, 책과의 데이트를 끌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