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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랑할래요?
김선우 엮음 / 샘터사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 사랑, 그 다채로운 빛깔에 눈이 멀다.
<내 입에 들어온 설탕같은 키스들>이란 책에서 엮은이를 먼저 만났다. 저자의 감성이 모여 유리보다 투명한 거울을 만들어지고, 그 거울에 비춰진 달콤한 글들에 사르르 녹았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의 한 편에는, 시인의 감성으로 가려뽑은 80편의 시가 있고, 맞은 편에는 시인의 짧은 느낌이 살아 숨쉬는 글이 담겨있다. 시인이 고른 사랑이란 주제의 달콤한 시들은 어떤 것일까? 책을 펼치기 전에는, 내심 가슴 저미는 연애시를 생각했었다. 첫 장을 열자 보이는 시는 손택수 님의 '거미줄'이란 시였다. 9줄의 행간에 고향에서 자식의 건강을 기원하는 어머니의 따스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기대는 바로 깨어졌지만, 사랑의 다채로운 빛깔을 느낄 수 있었다. 설레이는 마음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바뀐 첫 마음... 시작이 좋았다.
# 시와 함께 쌓여가는 아름다운 추억들.. 시를 통해 두터워지는 지인과의 우정..
다채로운 빛깔과 함께 너무나 밝아 눈이 부신 시들과 어두운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게 만든 시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좋은 시를 읽으면, 마음에 맞는 벗에게 보내고 싶지만 주변에 시를 좋아하는 이가 거의 없었다. 따뜻한 사람들이 가득한 모임에 가입하면서, 조금씩 친해진 지인들이 있다.
힘겨운 사랑에, 자주 볼 수 없음에 마음 아파하는 지인이 있다. 서글픈 마음을 잘 담은 듯 보이는 이홍섭 님의 시, <물수제비뜨는 날>이란 시를 문자로 보내 주었다. 시에 빌어 펑펑 마음속에 슬픔을 덜어내기를 바랬는데, "울리려고 작정했구나"란 문자가 도착했다. 시를 받았을 때, "이게 뭐야"하고 타박하지 않고, 글에 마음을 소통할 수 있는 벗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 박철 시인의 <연>이란 시를 읽게 되었다.
끈이 있으니 연이다.//
묶여 있으므로 훨훨 날 수 있으며 / 줄도 손길도 없으면 / 한낱 종잇장에 불과하리//
눈물이 있으니 사랑이다 / 사랑하니까 아픈 것이며 / 내가 있으니 네가 있는 것이다 //
날아라 훨훨 / 외로운 들길, 너는 이 길로 나는 저 길로/ 멀리 날아 그리움에 지쳐/ 다시 한 번/ 돌아올 때까지//
지인에게 보냈더니, "나 한테 맞는 시네"라는 답이 왔다. 글에 마음을 열 수 있는 이가 세상에 있기에, 아직도 시가 살아남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외에도 나를 닮았다고 느껴지는 풍경을 보내준 지인에게 보낸 시를 지인이 감사하게 받아주었던 추억, 시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보낼 마음에 와 닿은 시를 조금씩 필사해서 담는 행복한 시간들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살펴보니, 시를 좋아하는 벗이 적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세상을 표현하는 함축적인 수단이기에 비평가나 깊이있는 이가 접할 수 있다 생각했었다. 쉽지 않은 시도 있지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시도 적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시를 좋아하는 따스한 감성을 가진 벗이 주변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음을 알게 된 소중한 추억이 쌓이게 되었다.
# 혼자가 아님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 사랑은 시작됩니다.
'우리, 사랑할래요?'라는 제목이 좋았다. 나 혼자 하는 사랑이 아닌, 우리와 사람을 더욱 아름답게 해 주는 사랑이라는 말이 함께 어울린 모습이 좋다. 혼자 하는 사랑은 타인을 힘들게 하지 않아 좋다. 하지만 때론 힘겨움이 있더라도 함께 사랑을 하려 애쓰는 모습이 멋지다고 믿는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내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바꾸어 말하면 내가 아는 이는 많지 않지만, 사랑의 힘으로 알아 나갈 수 있는 대상들은 많이 존재한다. 같은 방향을 보는 모습은 우리 통한다는 느낌으로,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을 때, 같은 모습을 보는 다른 시각을 인정하려는 마음만 같는다면... 내 모습이 옳다는 생각. 나는 혼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좋은 관계를 얻기 위한 시작의 씨앗이 뿌려지는 것이고, 조금씩 관심이라는 물로 적절한 때에 뿌려준다면 아름다운 향을 가진 결실이 나올거라 믿는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 함께하고픈 이가 생겼다는 그 느낌만 있다면 더 나은 자신과 아름다운 삶을 발견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고도, 사랑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수히 많다는 것과, 표현할 수 없는 많은 사랑들이 존재하기에 아직도 세상은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글을 알게 되어, 글을 통해 마음을 느낄 수 있어 기쁘다. 어렵게 느끼고 피하고만 싶던 시에 조금 다가선 느낌.. 조금 더 발걸음하게 만든 계기를 만났다.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