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한 초상
이갑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 독특한 작가이 이력, 13년만에 옷을 다시 갈아입은 소설.

  작가의 이력이 독특하다. 시인으로 등단을 했고, 2차례 개인전을 열만큼 화가 활동도 했고, 스스로 최고의 오디오 전문가라고 자부할 만큼 음향분야의 전문가이다. 독특한 이력이 맺어진 작품은 어떤 빛깔과 향과 음을 가질까 궁금해졌다. 

  시인으로 감수성을 키우고, 오디오 전문가에 의해 조율된 청각력 묘미와, 화가의 눈에 비친 시각적 효과는 한 편의 매혹적인 작품이 나올거라 생각했다. '아트 사이코 팩션'이라는 익숙하지 않는 작가가 택한 장르는 추리소설이다. 제목만 봐서는 아름답고 로맨틱한 이야기가 나올 듯 하다. 하지만 '로맨틱한 초상'이라는 음악을 들으며 죽음을 떠올렸다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난 작품은 핏빛과 섬뜩함이 가득하다. 

  1994년 소설이 출간되었다. 작가는 1년 후 고인이 되었다. 13년의 시간이 흐른 후 작품이 다시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작가는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작품은 다시 새로운 옷을 입고 다가왔다. 광기와 섬뜩함, 그리고 전문적인 이야기, 책을 읽으며 세 가지 단어만 머리속에 떠올랐다.


#  잘 짜여진 추리소설과 섬뜩함이 가득한 심리소설을 동시에 만나다.

  <로맨틱한 초상>의 음악이 흐른 곳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오디오에 일가견이 있던 장형사는 현장에 투입되어 사건 해결을 위한 수사를 시작한다. 역시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원장과 정신과 전문의 정교수와 생물학 분야의 홍교수까지 사건에 휩싸이게 된다. 전문적인 지식을 사용한 부분은 문외한인 내겐 조금 버거웠지만, 그런 느낌을 배제하고서도 충분히 아귀가 잘 맞는 추리와 현실 너머의 인생을 사는 이해하기 힘든 정신병을 가진 범인의 모습을 생생이 느낄 수 있는 점은 단점을 덮고도 남았다. 

  추리소설이 아닌 공포소설을 보는 듯한, 공포영화에서 볼 수 있는 섬뜩한 모습들이 글로써 생생하게 담겨져 있고, 간질을 비롯한 정신병력과 이상징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범인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추리소설의 장점과 심리소설의 묘미를 함께 느꼈다고 할까. 마지막에 알 수 없는 허전한 부분이 가득했던 점은 내겐 많이 아쉬었지만, 눈에 보일듯하게 묘사가 뛰어난 작품은 책장을 중간에 멈출 여유를 주지 않는다.


# 납치 - 강간 - 독살 - 유기, 현실이 아닌 상상이기에 용서할 수 있다.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네 단계의 모습등이 생생하게 작품내에서 드러난다. 현실이 아니기에, 섬뜩한 묘사에도 떨리는 마음으로 찬찬히 읽어 갈 수 있다. 작품의 묘사들이 공포영화 못지 않게 생생하다. 그래서 더욱 현실이 아닌것에 감사하게 된다. 실제 현실이라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무거워진다. 공포소설이나 성을 통제하는 사회보다 그것을 유통이 자유로운 사회가 더욱 더 건강하고 범죄율이 낮다는 조사결과를 본 기억이 난다. 상상속의 나쁜 생각이나, 있을 수 없는 일을 상상의 산물로 해소해 버리기에 꿈에서나 일어날 일들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 등장한 음악과 전문 용어를 좀 더 이해하면 할 수록 작품의 완성도의 느낌과 작품의 섬뜩함 역시 더 깊어질것이라 생각한다. 간질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이력이 인연이 되어 하나의 작품이 등장했다. 작품 곳곳 간질의 무해성을 강조하는 부분에 대한 언급은 간질을 치유하였지만, 세상의 몰이해와 편견으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은 작가의 항변인거 같아 안타까웠다. 기억과 기록으로 사람들을 옥죄는 또 하나의 모습을 본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치밀하게 전개되는 스토리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작품이 끝이 난다. 잘못된 이상의 광기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아프게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긴장감을 읽다보니, 어느새 책이 끝나버렸다. 소설로 파악되는 범인의 무서운 모습과 피해자의 슬픈 모습이 머리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빼어난 작가의 모습을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작품에 등장하는 음악을 갖춘 후 음악을 들으며 다시 읽으면 느낌이 어떨까? 머리속에 생생한 모습들이 희미해 질 때, 다시 한 번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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