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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 관한 짧은 동화
리하르트 폰 폴크만-레안더 지음, 최영란 그림, 송휘재 옮김 / 책씨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 발랄한 사람과, 진지한 사람 모두 읽어볼 만한 책을 만나다.
어린아이와 어른의 가장 큰 차이는 먹었던 밥 그릇 수의 차이라 생각한다. 오감의 발달의 차이라고 할까. 밥을 먹을 때 인간의 오감은 다 발휘가 된다. 눈은 마음과 결합되어 더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찾아 떠나고, 수저를 이용해서 촉각을 사용하고, 귀로 밥 먹는 소리와 함께 먹는 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대화의 타이밍을 조율한다. 음식의 향은 미각을 자극하기도, 때론 밥맛을 없애기도 하면서 나의 마음 상태를 알려준다. 많이 경험한다고 꼭 좋은 건 아니지만, 조금 더 마음을 쓰면 좀 더 많은 걸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어린아이가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책을 만나는 건 행복한 일이다. 나이를 초월해서 무언가 함께 할 수 있는 소재가 있다는 건 세상을 더 따뜻하게 한다. 그리고 경험이 쌓여가는 이에게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을 만난다는 건 축복이다. 돌아서는 것 만으로도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고 믿는다.
어린아이던지 어른이던지 사람은 더 나아지는 삶을 갈망한다. 나아지는 삶이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얻는 것일수도 있고, 자신이 갖지 못하는 걸 만족하는 것일수도 있다. 어린아이와 어른 모두 가지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욕망이다. 욕망에 관한 짧은 22가지의 이야기가 책에 담겨있다. 내용은 짧지만, 깊이는 만만치 않다.
# 내 소중한 사람, 자신의 욕망에 노예가 되진 말아요..
곱사등이 아이의 굽은 등 안에 천사의 날개가 숨어있다는 내용이 담긴 '곱사등이 작은 소녀'를 제외하고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진 이야기이다. 읽으면서, 노력하지 않고 다 갖으려하는 '탐욕'의 마음은 조금씩 사그라들고, 조금 더 현명해진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신부감을 찾는 셉'에서는 남들에게 칭찬받으려는 명예욕을 경계해야 함을 배웠다.
'천국으로 착각한 부자'에서는 감사함을 모르는 '충동적인 부자'에게 맛있는 음식과 화려한 공간이 어떻게 지옥으로 느껴지는지 알 수 있었다. 하나의 글 나뭇가지에 한 개 이상의 생각 열매가 맺혀있다. 힘들이지 않고 쉽게 딸 수 있지만, 그 맛은 깊다.
# 누구나 횡재를 꿈꾸지만.. '갈망하지 말고, 채워주자.'
속담은 오랜 시간 살아남은 삶의 교훈의 모음이다. 쉽게 얻는 것은 쉽게 가버리게 된다고 할까.
욕망을 꿈꾸지만, 그 욕망이 실현되더라도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기에 쉽게 가버리게 된다. 다른 사람보다 더 멋지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삶을 끌어안고 만족해야 한다고 쉽게 말하지만 인간은 관계의 동물이라,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게 힘들다.
로또나 복권에 당첨되어 수천억을 벌었다 하더라도 그 돈을 잘 유지하지 못하는 이가 더 많다고 한다. 큰 행운은 큰 그릇이 되어가는 사람에게 왔을 때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돼지목에 진주목걸이라 할까. 탐심이 강한 사람을 만나면, 목걸이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
다양한 욕망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 '나이팅게일에서 참새가 된 아기새'에서는 아무리 화목했더라도 자신이 생각을 인정해 주길 바라는 작은 욕망의 불씨가 부부를 반목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걸 알게된다. 내 마음을 때론 나도 잘 모르는데, 상대가 내 말을 이해해 주길 바라고 판단하고 단정하는 건 참 무의미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음과 감정에 노예가 되지 않은 일은 늘 내게 숙제이다. 또한 아무리 나쁜 불씨라도 따뜻한 마음과 희망, 그리고 상대에게 솔직하게 다가서는 사과의 말 한마디에서 관계의 회복이 시작된다는 것도 배울 수 있었다.
# 욕심을 버리는 일,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욕심을 버리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 하는 마음, 타인보다 더 나아지려는 만심, 내 생각이 많다는 고집, 노력하지 않고 편해지려는 타성, 타인의 결점을 알리려는 나쁜 마음, 내 맘에 맞지 않으면 나쁘게 보는 속좁음..... 등 가진게 하나도 없어 우울했는데, 나쁘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 마음들이 가득 내 안에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욕망을 없앨 순 없다. 따듯하고 맑은 생각을 조금 더 키워 나쁜 생각에 더 관심을 주지 않는 건 가능 할거라 생각한다. 따뜻한 마음을 갖는 일,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