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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더스트 ㅣ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 스토리에 빠져, 더위를 잊다.
현실 세계는 내 눈이 익숙해진 공간이다. 내 눈으로 보고, 내 생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비현실의 공간을 꿈꾼다. 현실에서 두 발로 날 수 없지만, 가상 공간에서는 가능할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는 사는 공간이 다르면, 보통 언어가 달라져 의사소통하기 힘들지만, 가상공간에서는 전혀 낯선 물체가 등장해도 쉽게 말이 통해진다. 사랑, 우정, 반복 등 사회의 경험은 그대로 안은 채, 낯설고 신비한 공간속에서 상상의 폭을 뛰어넘는 일들이 일어난다.
'스타더스트'는 월이라는 마을의 성문 지키미와 마녀와의 계약으로 새로 변한 신비의 미녀와의 인연으로 태어난 '트리스트란 쏜'이 갈은 마을 처녀 빅토리아에게 청혼할 때 떨어지던 밤하늘에 떨어지는 별을 따다준다는 약속을 실천하는 모험기이다. 70년대 사랑을 약속할 때 쓰던 허황된 말인 '별도 따다 줄 수 있어'라는 말이 생각나 잠깐 웃었다. 과학시간에 배운 항상 '별'이 아닌, 상상을 이루어주는 생명체 일수도 있겠다는 가슴속에 상상력과 꿈이 들어올 공간을 열어둔다면, 당신은 트리스트란과 여행을 떠날 준비를 마친 것이다.
비현실의 세상을 용인할 여유가 있다면, 가독성이 뛰어난 글의 스토리 전개로 인해 마지막까지 몰입해서 더위를 잊을 수 있다. 이야기의 맛깔나는 힘이라고 할까, 허무맹랑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소설을 만났다.
# 꼼꼼하게 얽힌 복선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 준다.
상상의 공간안에서는 많은 일들이 가능해진다. 저자가 규정한 소설 내에서 세운 규칙에 의해 또 하나의 세상이 만들어지고, 그의 규칙에 의해 주인공들은 좌충우돌 일을 겪으며 행복을 찾아간다. 달의 자식인 미녀의 모습을 한 별 '이베인'은 트리스트란에게 벗어나길 꿈꾸고, 트리스트란은 빅토리아의 약속을 지켜 그녀의 청혼을 얻기 위해 그녀가 '월' 마을로 돌아가길 육망한다. 늙은 마녀여왕은 이베인의 살아숨쉬는 심장을 얻어 젊어지기를 꿈꾸고, 스톰홀드 성의 왕자들은 왕의 증표를 얻어 왕이 되기를 꿈꾼다.
각자의 욕망이 얽히면서 그들은 서로 만나고 부딪치고, 교훈적인 동화가 그러하듯, 착한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 긍정적인 결과를 맞이한다. 던스턴과 새의 첫번째 만남에서 나온 의미심장한 이야기, 중간 중간 섞인 복선들이, 변화하는 이야기의 흐름속에 나타나기 쉬운 논리적 연결을 그렇수도 있겠구나 하고 수긍하게 한다.
'용기있는 사람만이 미인을 얻는다',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대가가 필요하다' 등 열정과 따스한 마음 하나로 미인을 얻고, 출생의 기연으로 인해 왕자의 지위를 받지만, 세상을 많이 경험한 뒤 돌아가는 모습이 멋졌다. 운명을 부정하지 않지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그 여유가 부러웠다고 할까. 마녀와 인간의 싸움에서 강한 힘을 보이는 마녀가 마지막에 약해지는 모습은 안타까웠지만, 심장을 다른 이에게 주었기 때문에 영영 잃어버렸다는 센스 넘치는 표현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말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자신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이 조금 이해되기도 하였다.
생생 보여질 듯 묘사된 모습은 '영화'화된 모습을 기대하게 한다. 소설의 '힘'인 이야기하기와 영상의 '힘'인 보여주기의 힘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재밌는 소설이었다. 환타지 영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소설이 어떻게 영화로 묘사되었는지 궁금해진다. 몽환적 세계에 빠진 등장인물들과 여행을 다녀오면, 무더위는 내 관심을 얻지 못할 것이다. 여러가지 결말로 끝난 부분을 어떻게 영상속에서 어떻게 보여질지도 궁금하다. 머리속으로 상상한 세계와 감독이 보여주는 세계의 차이도 느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