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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열전 - 나무에 숨겨진 비밀, 역사와 한자
강판권 지음 / 글항아리 / 200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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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가 가득찬 숲, 한자가 가득찬 숲으로 놀러오세요!!

  서평을 쓰기 위해 해남 대둔사에 다녀왔습니다. 매표소까지 30분에 달하는 긴 거리에 늘어선 나무들이 즐비해 있거든요. 일상에 쫓겨, 마음에 쫓겨 많은 걸 놓쳐가는 것 같고, 방 안이 왜 답답해서 탈출구가 필요했습니다. 서평을 핑계로 떠난 여행, 못보던 사이에 산책길이 생겨 더 좋았습니다. 산책길에 들어서자, 뜨거운 햇살은 나무들이 막아주고, 정신을 놓지 말라고 매미가 쉴새 없이 울어댑니다. 그리고 한쪽가에 흐르는 냇물은 한 곳에 정체되지 말라고 모습으로 보여줍니다.

  나무에 관한 책은 나무가 가득한 공간에서 보고 싶었습니다. 자연과 함께 하는 곳에서 보고 싶었거든요. 매표소에서 1부를 살짝 살펴보았습니다. 나무란 무언인가 부터 키 큰 나무, 뿌리, 줄기, 껍질 잎 등, 나무에 관한 기본적인 상식들과 그와 관련된 한자들이 가득 담겨있었습니다. 한자는 뜻 글자입니다. 자연을 살피며 그 의미까지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살아있는 자연학습이라 할까요. 쉬기 위해 들어가려는 숲이 배움의 현장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 '숲에서 줍는 한자.' 

   나무와 관련된 한자를 통해, 의미와 역사, 문화까지 두루 살피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할까요. 눈에 의미를 담는 만큼 그 관심만큼 알게 되고 느끼게 되나 봅니다. 그냥 쉬러 왔을 때는 그늘이 진 시원한 곳과, 물가에 앉아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오는 걸 제일로 생각했었습니다. '나무'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더니, 정말 다양한 나무들과 각자 개성 강한 잎과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2부 숲에서 줍는 한자'를 펼쳤습니다. 40종류의 나무와 한자,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고사성어들이 담겨 있습니다. 책이 아니었다면 버드나무와 관련진 '물가풍경무늬정병'에 버드나무의 모습도 볼 수 없었을 겁니다. 도색 잡지하면 음란함만 생각했지, 복숭아 색을 빗대어 선인들이 음란함을 생각했다는 것도 그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흔한 귤나무의 귤이지만, 한나라때에는 황제만 먹을 수 있었다는 귀한 음식이었다는 것도 모르고 먹었을 겁니다.   

  나무를 생각하고, 역사를 배우고 문화를 느끼며, 자연이 우리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자리에 자리를 잡고 하늘로 쑥쑥 자라는 나무의 곧은 품성도, 열매와 꽃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서 나만 혼자 사는 곳이 아닌, 자연과 함께 누리면서 살아야 하는 공동의 장소라는 걸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로수나 이익을 위한 계획림이 아닌, 자연 그대로 알아서 잘 자라게 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배웠습니다.  나무에 결이 있으면 더 자르기 쉬운 것처럼  사람도 자기만의 결이 있다는 것도 생각해 할 수 있었습니다.

 

# '숲을 나오며', 자연의 소중함, 나무의 소중함을 배우다.

   한자에 쉽게 다가서는 방법도 얻다.


  맑은 공기와 자연를 보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자연스럽다는 건 눈에 거슬리지 않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라고 할까요.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 편안한 마음속에서, 잊고 지냈던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가슴속에 스며듭니다. 맑고 따스한 기운을 담은 채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나왔습니다. 나무로 만든 목물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나무로 만든 집과 물레방아, 갖가지 소품들이 눈에 보였습니다. 그리고 3부 '숲을 나오며'에 나오는 집을 이루는 나무의 여러가지 것들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주춧돌과 기둥, 용마루와 늘보, 서까래와 지도리, 문과 방과 마루, 대청 까지.. 나무의 기운이 담긴 많은 것들에 대해 그와 관련된 고사성어를 통해서, 나무와 인간과의 관계가 수천년간 이루어 왔다는 것을 배웁니다.   

  집에 들어와 서재를 보니, 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손님들이 많을 때 펴는 도리상 역시, 나무로 되어 있습니다. 장롱, 받침대 등 곳곳에 나무들이 보입니다. 지금 보고 있는 책도, 지폐도 닥나무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자연에게 많은 걸 받고 있는데, 우리가 돌려주는 건, 놀러가면서 남기는 쓰레기와 훼손, 그리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게 다가 아니었나, 내 마음속에 자연을 맘대로 누려도 된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강하지 않았나 돌아봅니다.    

  한자를 배운다는 건, 끊어져 있던 옛날의 기록과 만날 수 있는 끈을 잡는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자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할 수 있는 계기를 기회를 얻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냥 배우는 한자는 너무 깊고 많아서 힘듭니다.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부터 하나씩 되집어 간다면 어려워 보이는 한자도 잘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한국어 단어의 절반 이상이 한자로 만들어진 한자어입니다. 한자를 배우면, 우리말 쓰임도 강해집니다. 한자에 친해질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을 얻은 건 자연이 제게 준 또 하나의 선물입니다.  다시 찾아가 보고 싶은 좋은 터와 좋은 책과 나무를 모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이 건네준 선물,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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