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프로페셔널 - 자신이 믿는 한 가지 일에 조건 없이 도전한 사람들
안대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 미쳐야 미친다! 조선시대, 하나의 분야에 '제대로' 빠진 10명의 '프로페셔널'을 만나다.

  책 표지를 보면, 화가 최북의 모습이 보인다. 턱수염에서 왼쪽으로 가 보면 다섯 자의 한자가 음과 함께 적혀있다.   벽, 광, 나, 치, 오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癖(벽) ①고치기 어렵게 굳어 버린 버릇 ②무엇을 너무 치우치게 즐기는 성벽
狂(광) (어떤 명사(名詞) 뒤에 쓰이어)그 명사(名詞)가 뜻하는 대상(對象)에 
          열광적(熱狂的)인 성벽(性癖), 또는 그런 사람을 나타냄

懶怠(나태) 게으르고 느림

痴   어리석을 치 ㉠어리석다 ㉡미치다 ㉢열중하다

傲  거만할 오  ㉠거만하다 ㉡업신여기다 ㉢놀다 ㉣거만 

  다섯 한자를 보기만 해도, 책의 내용을 가늠할 수 있다. 세상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이 믿는 한가지 일에 너무 치우치게 즐기는 '벽'이 있었고, 자신이 도전하는 일에는 '광'적으로 빠져들었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일에는 '나태'하기도 했고, 남들이 '어리석다(치)'라고 할 만큼 그 분야에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거만(오)'할 정도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과 자긍심이 강했다.


# 알려진 인물이 아니라, 더 놀랍고 즐거운 '그들'을 만나다.


  조선시대는 과거 급제와 입신양명의 출세를 위해 모두가 혈안이 되어있는 사회라고 생각했었다. 모두가 반짝이고 밝은 빛을 향해 달려갈 때, 자신이 좋아하는 빛을 향해 서슴없이 돌아섰던 사람들이 있다. 태생이 선비가 아니라서 천하다고 업신여김을 받기도 했고, '양반'인 사람은 자신의 신분에 걸맞지 않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졸렬하고 눈이 바르지 못해, 모든 사람이 예뻐하는 것보다 눈에 잘 띄이지 않지만 밝고 자신의 빛이 있는 것들을 사랑한다. 주류보다 비주류의 삶에 더 끌린다.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뜻을 세워 끝없이 정진한 10명의 숨겨진 보석과 같은 '프로'를 만났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한 권의 책으로 10명의 개성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책 두 권에 달하는 가격이 결코 싸지 않다. 하지만 안에 담긴 내용은 보통의 책 20권보다 값지다.
# 여행가, 바둑기사, 조각가, 책장수 등 다채로운 직업 속에 조선의 모습이 보인다.

  백두산부터 한라산까지 모든 산을 등반하고 글과 그림으로 기록을 남겼던 여행가 '정란'의 모습과 나이를 종잡을 수 없고, 조선의 책의 유포에 기여했던 '책장수' 조신선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컴플렉스를 도리어 드러내 당당함이 강했던 '천민시인' 이단전의 당당함과 원하지 않은 일을 거부하기 위해 거문고를 부숴버린 '김성기'의 강개함과 눈을 찔러버린 최북의 기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인상이 깊었다. 
  명인을 꺾고 단 번에 최고의 국수로 등극한 '정운창'의 국수도전기를 보며 '열정'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조각가 '정철조'와 과학기술자 '최천약'의 두 사람의 업적은, 장영실 못지 않게 부각 받아야 하는데, 이제와서 알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 뿐이었다.

 선비와 유학이 지배하는 조선의 풍경만 생각했던 마음이,   책을 읽고 난 후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더 늘어났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미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대한 관심만큼 더 깊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혼자 알고 있기엔 아까운, 10명의 개성 강한 인격과 다양한 직업속에 변화하는 조선의 모습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뭔가 도전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알아 주지 않기에 힘들어하는 이를 만나면, 살짝 건네주고 싶다.  생각의 폭을 넓히고 싶은,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맑고 깨끗한 풍경속에서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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