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올해의 추리소설 -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 산다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 무더운 여름은, 시원한 추리소설과 함께.

 

 

  공포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빼어난 묘사를 보게 되면, 잊혀지지 않고 꿈에 나온다. 꿈속에서 그 모습을 대면하다보면, 어찌할 수 없는 절박함이 무섭다. 여름을 이기는 좋은 방법은 더위를 잊는 무언가에 몰두하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추리소설과 함께 무더위를 보내는 게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리소설을 잘 보지 않는다. 한국 추리작가 협회 선정 2006 올해의 추리소설 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안목이 없다면, 타인이 권해주는 책을 읽는게 좋다.  9명의 작가의 짧은 이야기들을 만날 생각에 들떳다. 버스에 앉아 읽기 시작해서, 내릴 즈음에는 더 넘길 페이지가 없었다.



 

 

# 애절함, 엇갈린 마음, 몽환적인 기분 등 다채로운 작가의 매력에 빠지다.
      
  솜씨 좋은 주방장들이 모여 만든 뷔페 식상에 온 기분이라고 할까. 추리 소설이라고 하면, 반전과 감동이 어우려져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조금은 색다르기도 하고, 다채로운 소재와 이야기의 긴장감을 읽고 나면, 더운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이야기의 얼개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된다. 글이 시원하다기 보다, 더위를 인식할 정신을 책에 빠져든게 한다고 할까. 

  이 나라에서 추리문학을 하려면, 미치지 않고는 쓸 수 없다는 서문에 마음이 아파오며, 책을 넘기기 시작했다.

 서미애 작가의 <숟가락 두 개>에서는 살인을 서로 했다고 감싸는 가슴으로 맺어진 부녀관계를 보며, 아내의 소중함과 관계의 중요성을 깨닫는 강형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범인은 누굴까 하면서 지켜보다가, 결국 강형사의 회심으로 바뀌는 부분은 '반전'을 예상하는 독자의 예상을 '반전'시켰다. 

  짧고 딱딱하면서 슬픈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김경로 작가의 <차바퀴 인생>에서는

  이곳은 사람이 살해된 곳이다. 불길한 곳으로 낙인찍힌 이곳에 주차하는 차는 없을 것이다.

 사람이 죽은 곳을 피하는 곳은 본질적인 두려움 때문이었다.

  공포소설을 피하는 이유 역시 본질적인 두려움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현리 작가의 <스투디오 몽>에서는  '몽환적인' 느낌과 함께, 부조리한 마음을 들여다보는 섬뜩함이, 정석화 작가의 <당신의 선물>에서 뻔한 스토리 뒤의 절묘한 반전도 인상적이었다.

  김 연 작가의 <뫼비우스의 꿈>에서는 찰나에 무너질 수 있는 마음과, 찰나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음을 동시에 맞볼 수 있어 좋았다.

  최종철 작가의 <짐승을 처단하다>는 자기 생각속에서 최선의 결과라고 생각되는 것을 행하지만, 엇갈림으로 인해 결국 슬픈 결말이 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현 정 작가의 <포말>을 보곤, 늦은 밤 바닷가와 풍경들이 아른거렸다. 부정적인 마음들이 뭉쳐 만드는 안타까운 결말이 그리 씁쓸하지 않아 내 마음에 잠깐 놀래기도 했다.

  이수광 작가의 <주초위왕>에서는 중종시대의 권력으로 얼룩진 모습들을 엿볼 수 있었다. 현실역시 이러한 역사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살인자, 범죄심리분석관, 피살자, 강력반 형사 등 하나의 사건과 그에 관한 여러 사람들의 마음과 진술이 잘 짜맞춘 퍼즐을 보는 것 같아 좋았다. 퍼즐 조각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전체적 그림에 또 하나의 그림이 보이는 구도가 좋았다.

# 어울리는 계절을 고르라면.. 여름이 좋지 않을까?


  여름에 무더운 날, 책 한권으로 시원함을 보내고 싶은 이에게 살짝 건네고 싶은 책이다. 빼어난 작가의 탄탄한 스토리와 절묘한 묘사, 작가를 경탄시키는 소설을 찾는 이에게는 다른 책을 찾아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무더운 여름, 짧은 시간을 편하게 보낼 수 있다. 미치지 않고서는 추리소설을 할 수 없 수 없는 현실의 슬픈 그림자에 지지 않고, 웃으며 자신의 재능을 발현하는 시대가 꼭 다가왔으면 좋겠다. 

  대작은 한 번에 나오지 않는다. 범작들 속에서 대작이 나올거라 믿는다. 익숙하지 않는 장르와의 만남, 무더운 늦은 밤에는 추리소설 작가들이 데려온 주인공들과 데이트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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