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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 - 산.들.강.바다.하늘에 사는 우리 동물 54가지
박병상 지음, 박흥렬 그림 / 알마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모든 인구가 먹고도 남는 식량이 만들어 지지만, 식량이 균형있게 분배되지 않는다. 굶주리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식량이 많이 만들어 질 수 있었던건 관개농업과 농약의 힘이 크다. 논 가장자리의 물 웅덩이와 채마밭 가장자리의 똥웅덩이가 사라지면서, 농약은 늘어가고, 함께 살던 동물들의 수도 줄어가고 있다. 인간의 풍족한 생활을 위한 도시화가 계속 될수록 사라지는 생물종의 수는 늘어간다.
모든 걸 잡아먹었지만, 결국 대항할 종이 없이 혼자 살려고 발버둥치다 결국 굶어주었다는 공룡의 멸종설 처럼, 인간 역시 다른 동물들과 공존하지 못하고, 사육하는 동물들로 연명하다 결국 지구에서 자취를 감출지도 모른다.
잊혀지는 건 서럽다. 살고 싶지만, 살 수 없는 환경 때문에 사라지는 건 슬프다. 도시 생활로 인해, 하늘을 찌를듯한 고층 건물과 화려한 시설을 보는 시력은 있다. 하지만 동물을 볼 수 있는 눈이 멀어버린 우리에게, 이 책은 잊혀져가고 사라져가는 동물을 볼 수 있는 안경이 되어준다. 새로 낀 안경으로 본 동물들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프지 않다면, 당신의 마음은 이미 굳어져버린 것이다..
# 보이지 않는다고, 눈에 띄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1부에서 등장하는 비오리, 밍크고래, 호랑이, 꼬리치레 도룡뇽, 고니, 살모사, 쉬리, 황소개구리 등에서 동강댐 건설, 천성산 개발 등 뉴스에서 자주 보았던 동물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미처 알지 못했던 동물들이 나오기도 한다. 해박한 지식과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가독성 넘치는 글을 읽다보면, 근처에 보이지 않아서, 누군가 알려주지 않았기에, 내가 관심이 없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주변의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알아야 보이고, 겪어봐야 사랑하게 된다. 그냥 보았다면, 친숙하지 않음에 언짢거나 기피했을 동물들이, 저자의 친절하고 애정깊은 시선과 함께 바라보니, 함께 공존하지 않으면 우리 역시 그들과 같이 되겠구나 하는 걸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2부에서는 [생태 위기를 알려 주는 동물들]인 가마우지, 백합, 동백나무, 벤댕이, 짱뚱어 등이 장소지명과 함께 나와 있고, 3분에서는 멸종 위기에 처한 늑대, 산양, 평창강 수달, 저어새, 두루미, 반달가슴곰 등이 [생존의 길목에 선 멸종 위기 동물들]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4부에서는 주변에 너무 흔해서,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는 제비, 청설모, 청개구리, 참새, 두꺼비, 각시붕어가 [아주 흔해서 귀한 줄 몰랐던 동물들]에 자리잡아 자신을 제대로 보아달라고 이야기한다.
# 모르는 건 죄가 아니라고 하지만....
모르는 건 죄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환경에서는 모른다는 건 잘못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보다 더 잘 살기 위해, 다른 사람과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쏟는 자기계발과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연애의 시간 중 하루에 한 시간, 아니 하루에 십분만, 환경에 관해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더 따뜻해지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천성산에 지율스님이 도룡뇽을 이름으로 단식 투쟁을 했을때, 작은 생명을 위해 투쟁하는 모습이 멋졌지만, 자신의 곡기를 끊어가면서 생명을 상해가면서 한다는 부분에 마음이 많이 아프고 속상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관심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의 외면과 무지가 환경을 소중히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목숨을 걸 만큼 절박하게 만드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현상에서 비판하는 것이 아닌, 전체의 과정에서 내 모습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었던 건 이 책이 내게 준 작은 덤이다.
# 혼자 살 수 없는 세상, 자연과도 함께 공존해야 한다.
사람은 혼자서 모든 걸 해 낼 수 없다. 그렇기에 사회가 있고, 누군가에게 무언가 기여를 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혜택을 받으면서 정을 쌓아간다고 믿어왔다. 능력있는 사람이 잘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능력이 없는 사람도, 주변 사람들이 도와줘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계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회가 되기 위해 오늘도 공부를 하고 취직을 하기위해 준비한다고 믿는다.
양극화가 너무 싫다. 소외받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건 슬픈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과 인간이 20대 80의 사회처럼 되어가는 건 너무 마음 아프다. 농업시대로 모든 걸 버리고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고, 환경과 함께 공존하면서 살 수는 없는 것 일까? 한 사람이 생각을 고쳐 먹고, 다른 사람에게 알려 나가면서, 작은 일부터 환경을 위한 일을 시작한다면, 당장 무언가 바뀌진 않겠지만 조금씩 나아질거라 믿는다.
누군가가 뭘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지 않다. 지금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 나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 부터 시작해야 겠다. 나무 젓가락 사용하는 일, 비닐봉투 대신에 재활용 봉투나 종이가방을 사용하는 일부터 시작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