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 인사 갈마들 총서 1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오두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 '보약'으로 인식되던 근대화의 상징인 '커피'가 

   '사교'의 매개체로 주변의 일상에 자리잡다.

    
  군대가기 전에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다. '각성제 효과'가 있다는 남들과는 달리 마시면 잠이 온다. 수면제로 고등학교때는 종종 마셨는데, 대학생이 되니 '맥주'라는 좋은 음료를 고르게 된 후에는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참 좋아한다. '커피 한 잔 할래요?'라는 말은 함께 이야기 나눌래요? 라는 뉘앙스가 느껴져서,
'저 커피 안 마시는데요. --;;' 라고 말하기 난감하다. 


  카페 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커피 전문점을 가자고 하면 난처했었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는 체질이 변해서일까, 우연히 에스프레소를 마셔 볼 기회가 생겼다. 나쁘지 않았다. 이제는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상태라고 할까..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기 위해서라도 커피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라는 제목이 범상치 않다. . 고종이 스타벅스에 간 것이 아니라, 공식문헌상으로 최초의 커피를 마신 '고종'에서부터, 오늘날 주변에 흔하게 자리잡은 '스타벅스'까지 커피와 다방의 변천사에 대해 다룬 책이다. 하인리히. E. 야콥의 꼼꼼한 미시사인 '커피의 역사'와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커피'가 어떻게 인식되었고 현재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 격변의 시간속에 미신에서 일상으로 들어온 커피. 그리고 다방.
           
            
  7장으로 나뉜 시기는 <개화와 근대화의 시기>(1896-1944),
<해방 후 사랑방에서 다방으로>(1945-1959), <커피 단속에서 다방의 전성시대>(1960-1969)
<인스턴트 커피가 변화시킨 다방문화에서 커피 자판기의 탄생까지>(1970-1979)
<한국인에 맞는 '맥심'의 탄생에서 동서식품과 네슬러의 승부와 '커피전문점'의 등장까지>(1980-1989)
<커피전쟁과 커피의 고급화>(1990-1999), <'국민음료'로 등장한 커피>(2000-2005)로 나누어서 커피와 우리생활의 모습을 잘 비춰주고 있다. 특히 사랑방이란 옛 나눔의 공간이 커피를 마시는 다방으로 변하게 되고, 다시 카페와 에스프레소 전문점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커피를 회충약으로 오인한 웃지못할 에피소드'와 교육인플레로 인해 실업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었던 '다방'의 새로운 모습과 티켓다방으로 대표되는 '어두운 부분'까지 커피가 우리와 100년이 넘게 어떻게 동거동락했는지 볼 수 있어 즐거웠다.
레굴러 커피를 원두 커피라고 부르고, 인스턴트 커피를 '커피'라고 부르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한다. 인스턴트 커피의 강국이라는 점도 새로 알게 되었다. 대중가요속에 '커피'가 어떻게 담겨있는지 알 수 있었던건 내게 주어진 선물이었다.

 

# 양촌리 커피와 스타벅스 커피.. 같은 커피인데 구별짓기는 싫어요.
  

           
  양촌리 '커피'를 마시는 것과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것이 구별짓기가 된다는 점에는 안타까웠다. 커피 자체가 문화를 상징한다는 것, 그 뒤에 한쪽 문화가 다른 쪽 문화를 동경하는 시선이 담겨있는 건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다방'과 '카페', 그리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커피'만 기억하고 싶은 건 내 욕심일까?
 
  커피에 푹 빠진 작가가 1년간의 준비 끝에 내 놓은 책이다. 전국 곳곳을 다니고, 인터넷과 도서관을 헤집으면서 찾아낸 결실이 하나의 책으로 나왔다는 건 멋진 일이다.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문화가 급변하는 한국 사회에서 커피는 여러가지 모양을 바꾸면서 '고추'처럼 한국인이 생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일상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멀지 않은 시간 안에, 대한민국이 커피 역사서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커피 애호가인 '저자'가 충분히 준비해서 테마를 잘 잡는다면, 멋진 작품이 나올거라 믿는다. 커피에 관한 저자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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