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 신영복 서화 에세이
신영복 글.그림, 이승혁.장지숙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이란 말과 관련된 단어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연애를 해 본 이는
첫만남, 첫키스 등을, 결혼생활을 해 본 부부라면 첫 경험, 첫번째 아이 까지 확장되겠지만 그것과 관련 없는 난 '목표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계획을 실행하는 첫 마음', 사람들과 처음 만났을 때의 '첫인상'등이 생각난다.


  무언가를 시작하는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글을 많이 본다. 힘든 일이 생기면 처음 일을 시작했던 그 마음을 생각하면서 다시 시작하라는 뉘앙스..라고 생각했다. '난 어떠했을까' 돌이켜 보았다. 많은 일을 계획하고 많은 일을 실천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깊게 생각하지 않고, 열정에 끌리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일을 시작했었다. 일단 시작을 하면 결과를 떠나 열심히 했지만, 그 결과가 항상 좋진 않았다. 늘 아쉽고, 미련이 남고, 안타까웠다고 할까.. 하지만 또 다른 일을 만들면서 또 거기에 매진하는 일상이었다.

  '처음처럼'이 제목인 책을 만났다. '처음'을 강조한 술 이름도 있고 많은 CF와 글에서 처음을 강조한다. 책 검색을 해보니, '765'권에 '처음처럼'이라는 이름이 들어간다. 식상한 제목이지만, 아는 지인이 책선물로 받고 싶은 책이라 한 권 더 주문하였다. 저자의 강연을 감명깊게 들은 경험이 책을 사는데 망설이는 마음에 결단을 내려 주었다.  

  '엽서'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종종 나오는 그의 글과 그림은 따스했다. 경험에 바탕을 둔 깊은 사유의 힘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글이 무엇인지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소리내어 읽었을 때 눈을 감고 그 글귀를 음미 했을 때 묘한 느낌이 온다면 좋은 글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선물하기 좋은 책 하나를 만났다.


#  글과 그림, 예쁜 필체가 잘 어울린 엽서 모음에 삶의 경험과 통찰력을 담다.

  한 장을 넘지 않은 글과 그림의 만남은, 엽서로 만들어서 소장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산다는 것은 수 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라는 글귀 속에, 저자가 강연회에서 알려 준 많은 이야기들이 예쁜 그림과 함께 잘 어우러져 있었다. 

  '자유'는 '자기 自己'의 '理由'로 걸어가는 것입니다.

처럼 기존 글자를 쪼개 의미를 더 하는 글귀와
 

여행은 떠남과 만남입니다.

떠난다는 것은 자기의 성 밖으로 걸어 나오는 것이며,
만난다는 것은 새로운 대상을 대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행은 떠나는 것도 만나는 것도 아닙니다.
 


여행은 돌아옴입니다.

자기 자신의 정직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며,
우리의 아픈 상처로 돌아오는 것일 뿐입니다.


처럼, 기존에 담겨진 의미를 살피면서 새로운 의미를 다시 부여하기도 한다.


'여름 징역살이'에 담겨진,  여름보다 겨울을 택하고, 여름 징역은 자기의 옆 사람을 증오하게 만든 사실을 제시하면서,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이 아닌 자신의 존재 그 자체라는 사실로 인해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든다는 '통찰력'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매일 일기를 쓰듯, 하루에 하나의 글귀씩 살피며 마음을 다잡는 것도 멋지다고 생각한다. 매일 아침 30분을 쪼개 '죽비소리'와 '엽서'의 한 구절을 읽는다. 책과 함께하는 시간을 조금 더 늘려야 겠다고 다짐했다. 매일 함께 할 책이 늘어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 다시.. 처음처럼..

 

  매듭이라고 할까.. 1년을 마디로 하는 것이 아닌, 3개월, 6개월 등 중간 중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아야 겠다고 다짐했다. 나를 돌아보고, 다시 처음의 마음가짐으로 시작한다고 할까. 아니 돌아보지 않아도 매 순간 순간은 저자의 말처럼 시작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늘 '처음'으로 만들어지는 일상.. 나만 그것을 몰랐던 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다시, 첫 마음으로.. 아니 늘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즐거운 일이던지, 힘겨운 일이던지, 시작의 마음을 잊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했다. 산 중턱부터 시작하는 이도 있고, 산 아래에서, 산 정상에서 걷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어디에 있는 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어디를 향해 걸어가는 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상을 좋아하는 이도 있고, 산 아래를 꿈꾸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멈춰있지 않는 건 아닐까, 한 발자국을 내딛는 마음에 '처음'이 큰 힘이 될거라 생각한다. 

  내일 말고, '지금' 시작해야 겠다.


# 늘, 처음은..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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