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논술에 빠지다
김영성 지음 / 북마크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 두려움 없이 논술의 늪에 빠지다.
    
  많은 학생들이 좋은 대학을 가고 싶어한다. 대학에서 논술의 비중을 강화한다고 한다. 'Text' 이해능력과, '사고능력'을 판별하는 데, 논술만큼 좋은 변별력 높은 자료도 없다. 문제는 공부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논술에만 매달릴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애들아, 대학이 중요한게 아니야. 네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정말 중요해. 그걸 한 번 살펴보는 건 어떨까?'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내가 수험생일때, 그런 설교를 했던 사람이 더 미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남들은 다 준비하는데,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될거 같은데' 하는 불안감은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수험생의 무시할 수 없는 딜레마를 해결하면서도, 대학에 들어와서도 읽어도 좋은 논술책을 하나 찾고 싶었다. 일단 재미있고, 내용이 깊이가 있으면서도 쉽게 빠져들게 만들고, 정형화된 틀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책을 찾고 싶었다.
   
  학교공부와 상관없는 추리소설, 무협소설, TV 매니아도 논술에 늪에 빠질 수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교과서만 보는 학생이면 된다. 뛰어난 자질이나, 비법을 외우지 않아도 논술을 잘 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생각하는 힘과 세상을 다르게 보는 능력, 자신의 마음에 지지 않는 끈기이다. 거기에 호기심까지 있다면 더욱 좋다. 그것도 힘들다면 책을 펼치기만 하면 된다. 내 경우에는 책을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책도 재밌어지고, 자신감도 생겼다.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정말 재밌다. 읽다보면 시중의 논술책과는 다른 이 책의 매력에 빠져들거라 믿는다.
 

# 명탐정 홈즈도 틀릴 수 있다!, 케플러와 과일 장수의 차이, 논리적 사고를 배워가는 알찬 시간들..

  책은 크게 4부 15가지 이야기로 묶여 있다.

   첫 장에는 홈즈의 추론이 틀릴 수 있는 이유를 찾으면서, 논리적 오류 찾기와 정답이 없는 논술에 대해 알려준다. 누구나 다 아는 박지성과 박찬호를 이야기하며, 논술에 필요한 기초체력인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대하기 힘든 플라톤과 항상 곁에 붙어다니는 핸드폰의 머나먼 거리를 '기억'이라는 소재로 연결시켜 쉽게 논술을 쓸 수 있는 힌트를 알려준다. 거기에 논술 답안을 외우는 것보다 논리적 사유가 더 중요하다는 것까지 알려주니 더욱 좋다. 영화 트로이와 호메로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읽고 나면 모든 논제들을 지금 현실의 입장을 바탕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것까지 배우게 된다.

  두번째 장에는 주변에서 배우는 지식을 논술에 써먹는 방법과 창의적 사고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는 것, 논리적 사유에 통계를 활용하는 방법과 통계의 함정을 함께 배울 수 있다. 3인 결투와 죄수의 딜레마를 살펴보고 나면, 논술의 가장 큰 힘은.. 직관적 예측 능력이 아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논리적 검증의 연속이란 걸 알게 된다.

  세번째 장에서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특별한 소재가 아니더라도 솔직한 글이 감동을 주게되고, 많이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목이라는 과녁을 잘 정해서 쓰는 것의 필요성과 논술에는 현재의 이슈가 숨어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면, 신문과 주변에 대한 관심이 논술 능력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게 된다.

  네번째 장에서는 TV를 보면서도 논술을 공부할 수 있는 비법과 미리 겁먹지 않는 자신감의 중요성, 하나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반대측의 의견을 미리 헤아려야 한다는 마음가짐까지, 배우게 된다. '게으른 천재보다 부지런한 둔재가 성공하는 법이다.' 라는  글로 시작되는 논술노트까지 살펴보고 나면, 논술에 무지하더라도 재밌고 유쾌한 이야기에 '나도 한 번 해 봐?'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 대학생에게 더 유용한 건 아닐까?  

  사실, 고등학생보다 대학생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대학생활에 피할 수 없는 레포트와 토론, 프로젝트 보고서 등은 논리적 사고와 적확한 글솜씨를 필요로 한다. 그냥 말하는 것과, 상대를 설득시키는 말하기는 다르다. 상대가 수긍하지 않을 수 없게 말을 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인정하는 논리적 사고가 필요하다. 그 사고의 힘을 길러주는 데 딱 좋은 책이다.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사회생활'하기 전에 책을 알게되어 즐거운 책이다.
 
  논술이 아니더라도 알아두면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유용한 '알아두면 논술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와 '논술에 도움이 되는 읽을 거리'는 '올해 읽어볼 도서 목록'에 하나씩 자리를 잡았다. 논리적 말솜씨에, 글을 잘 쓰는 비법까지 간명하면서 명쾌하게 잡아주어 '논술 글쓰기 입문서'로 나쁘지 않다.
 
  
# 내일 공부하지 말고, 지금 하자!!

  글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머리를 쥐어짜도 글은 잘 안써지고, 내 글은 도통 맘에 들지 않는다. '작가가 될 것도 아닌데... 스트레스 받아가며 공부해야 하나' 하는 의문때문에 펜과 거리를 둔 것도 사실이다. '나중에 하면 되지' 하는 자만심과 '잘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내가 어떻게'하는 소심함은 더욱 더 글에 대한 두려움만 키워주고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마저 떨어뜨리게 했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다.' '장인은 수십년간 시행착오를 거쳐서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었다'를 생각하며 두려운 마음을 버리기로 했다. 2주간 끙끙댔지만, 역시 잘 되지 않는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금방 뭔가 하면 될것이라고 내 자신에게 뭔가 큰 기대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정도 꾸준히 글을 쓰고 그 글을 천천히 살펴보면, 조금은 글 솜씨가 나아질텐데.. '몇번 해 보고 안 되면 바로 포기해 버리는 끈기 부족'이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쉽게 포기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1년만, 하루에 한 시간씩 글쓰는데 투자하자'고 결심했다. '작심 30분'을 수천번 해 가다보면, 지겨워서 습관이 박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건 내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 것이다.

#  늘어나는 논술 실력와 더불어 정립되는 나만의 가치관.

  '지금에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논술 역시, 현재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이슈를 고전이라는 옛 글이나 전혀 접해보지 않는 Text를 가지고 현재의 시점으로 끌어와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이다.

  사회 모든 현상에 대한 나의 입장을 밝히는 일이 논술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나의 주장이 정답이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틀에 박힌 이야기는 논술 점수에도 떨어지고, 뉴스에 나오는 말을 되풀이 하는 앵무새로 만들어 버린다. 생각없는 사람들이 사는 사회는, 독재자나 기만하는 지도자를 만들게 된다. 일반 사람들이 현명해 질수록, 지도자 역시 허튼짓을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머리속에 한번 거쳐나온, 나만의 생각을 가지는 건 주변의 일상에 무관심하지 않는 것이다. '나와 상관없어, 나만 잘 살면 돼'가 아닌, 주변의 일들이 왜 일어나게 되고, 숨겨진 의미가 무엇인지를 하나 하나 알아나가게 하는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과 나만의 생각을 기르는 사유의 힘의 필요성 느끼게 된다.  자연스럽게 다르게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법을 찾게 되고 TV나 신문, 결국 다양한 생각이 담겨있는 책들을 찾고, 그것을 읽으면서  자신의 의견과 저자의 의견과 싸워가면서 자신의 생각의 위치를 찾게 된다고 믿는다. 

  하루에 한 권의 리뷰를 쓰고, 일주일에 한 권 손으로 도서 노트를 적기로 다짐했다. 이번 주, 손으로 적는 노트는 이 책으로 결정했다. 천천히 살펴보면서, 다시 한 번 음미할 계획이다. 돈이 아깝지 않은 책이다. 글쓰기에 자신 없어하는 후배가 있다. 곧 생일이 돌아오는데, 생일선물로 꼭 찜해 두었다. 오랬만에 글쓰기 책을 읽으면서, 기분이 우울하지 않아서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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