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빠지다
김상규 지음 / GenBook(젠북)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 첨벙대던 우리말의 바다에 푹 빠지다!
 
 
  한글의 우수성이나 과학성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잘 모르지만, 28자로 거의 모든 소리를 적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우리말을 많이 좋아한다. 세계화의 물결은 이미 거부할 수 없다. 외래어들이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건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언어를 우리말로 다듬어서 고집할 수도 없다. 쉽게 잊혀져가는 우리말들을 잊지 않고 잘 사용하고 기억해주는 일은 후대의 사람들을 위한 작은 배려라는 생각이 했다.
 
  우리 말들의 유래에 대해서 설명하였다는 말에 주저없이 책을 선택하였다. 영어 단어를 외울때도 어근을 알면 더 외우기가 쉬었던 경험이 있다. 우리 말 또한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용되게 되었고 그것을 배워가면서 우리문화 역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냥 설레는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섣부른 기대에 실망하지 않기 위해,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추수렸다. 떨리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 재미난 정보와 함께 배워가는 우리말 채집의 즐거움!

135개의 제목에 171개의 단어가,  '샛바람을 기다리며', '마음에 화수분 하나 있기를',
'머드러기가 되기를 꿈꾸는', '폐허 위에 쑥이 피다'
의 4개의 장에 담겨있다.

예전에는 관직의 이름으로 사용되었으나, 의미가 변화된 '서방, 마누라, 영감, 형'등의 이름들의 연원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낮춰 보는 느낌으로 불편한 '할망구'라는 표현이 예전에는 '81세'의 나이를 가리키는 말로, '90까지 살기를 바라는 나이'라는 망구라는 단어에서 파생되었다는 이야기에서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해간다는 걸 느꼈다.

  유래를 알면서 더 쉽게 의미가 기억되는 단어도 많았다. '구두의 뒤축에 덧대는 쇠'인 구두쇠는 걸을 때마다 따각따각 나는 소리 때문에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많이들 달지 않았다.  절약하기 위해서 타인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쇠를 붙이는 사람이란 표현에서 절약정신이 투철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은 의미로 생각했던 '자린고비'는 '제사 때마다 사용하고 불태우는 종이 지방'에 쓰는,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를 나타내는 '현고', '현비'에서 '고비'라는 단어를 땄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방을 기름에 절이다라는 말이 자리다로 변해서, '자린고비'라는 말이 되었다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구두쇠'와 격이 다른 '자린고비'의 부정적 의미도 배우게 되자, 상황에 맞게 구별해서 언어를 사용하는 센스도 배울 수 있었다.

  '단어'뿐 아니라, 숙어로 자주 표현되지만 유래를 명확히 알지 못했던 '낙인 찍히다, 점 찍히다'에 담긴 이야기와 '잡동산이'라는 책에서 유래된 '잡동사니', '말짱 도루묵'에 얽힌 재미난 사연까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게, 짧지만 알짬한 정보들이 가득 담겨있다.

  라디오 작가를 했던 작가의 경력이 잘 묻어나와, 눈이 피로할 때 소리내어 읽어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입말위주의 구성은 가독성과 함께, 오감을 이용한 독서를 가능하게 했다. '알짬'한 정보의 유익함에, '한참'동안 읽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아 즐거웠다.


# 하루에 한 걸음씩, 꾸준히 걸어야 늘어나는 우리말 실력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고치고, 많이 써봐야 한다고 한다. 우리말의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우리 글을 많이 읽고, 우리말의 연원과 유래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같은 표현이라도 좀 더 적확하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와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익히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다 읽게되면 우리말 실력이 유창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할인마트에서 선전하는 시식코너처럼, 우리말의 바다로 떠날 수 있는 조그마한 구멍이 있는 예쁘게 장식된 작은 '돛단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조금 용기내어 배에 올라탄다. 조금씩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작은 구멍이 바다안으로 들어가면서 조금씩 틈이 벌어지다가 결국 바다에 빠지게 된다. 다른 바다들은 빠지면 허우적거리며 살기를 바라지만, 우리말의 바다는 빠지면 빠질수록 말이 예뻐지는 곳이다.

  '우리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있지만, 딱딱한 책들에 조금 지쳐있는 독자에게 살며시 입문용으로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냥 올라가기에 막막해 보이는 우리말의 '달인'의 언덕을 오를 때, 지치지 않게 도와주는 튼튼한 지팡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팡이가 있다고 해서 언덕을 오를 수 있는 건 아니다. 언덕을 오르게 하는 힘은 우리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다. 이 서평을 보고 있는 건 우리말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라 믿는다. 조금 더 용기내어 언덕을 오르는 길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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