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삿갓 - 바람처럼 흐르는 구름처럼
이청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 김삿갓과 함께 유랑하며 울고 웃는 즐거운 시간.

  삿갓을 좋아한다. 일단 내 모습을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 통풍도 잘 되고 편하다.
나무로 만든 지팡이와 죽비까지 꾸리면 대나무 삼종세트라고 할까, 한창 떠돌아다닐 때 잘 가지고 다닌 기억이 난다. 사람들은 낯선 모습에 호기심 반, 두려움 반인듯
멀리 떨어져서 되게 궁금해 한다. 어린아이들만 호기심 가득한 눈초리로 다가왔었다.

  원하지 않게 할아버지의 행동을 비난한 자신의 행동과 역적의 자손이라는 꼬리 때문에 하늘이 부끄러워 삿갓을 쓰고 평생을 방랑햇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훈장은 자리를 비우고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에 발음으로 욕을 만들어 내는 교묘한 풍자시를 읽고 한 참 웃었는데, 김삿간 탄생 200주년을 맞아 나오는 장편소설이라는 데 호감이 가서 다른 책들을 제치고 먼저 펼쳐 보았다.


# 이야기가 잘 짜여진 소설.

  세상의 천륜을 어겨 관직에 등용할 생각이 아닌, 세상과의 불화로 인해 결국 등용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설정이 더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 죄이지만, 하늘이 부끄러워서 김삿갓을 쓴 것보다는, 관직을 등용하기 위해서는 조상의 관직을 적어야 하는데, 결국 드러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설정이 더 그럴듯했다.
 
  김삿갓의 부친과 홍경래의 난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김삿갓의 과거시험장의 장원급제와 자신의 출생의 발견하게 되어 도피하고 우울한 삶에 삿갓 하나에 글솜씨만으로 세상을 연명하게 된다. 방랑생활을 하며, 많은 양민들의 과거급제를 위한 교육에 들어가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다. 지금으로 말하면 사교육에 종사한다고 할까, 솜씨 하나만 있으면 얼마든지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재주가 부러웠다. 그 좋은 재주를 살리지 못하고 방치하는 조선의 사회와 멸망의 모습이 함께 느껴져 안쓰러웠다.

  이야기의 전개가 자연스러워 책 읽기가 편했다. 풍자와 패러디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지체높은 양반과 삶의 여유가 있는 자만 시를 쓴다고 생각했는데, 일상 생활에서 삶을 사는 민중의 모습을 시로 잘 담아낸 점도 좋았다. 한문과 잘 해석된 시는 한자를 모르지만 의미를 잘 읽을 수 있어 좋았다. 평생 어디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떠도는 그 용기가 부러웠다.

# 영웅의 포장을 벗겨낸 인간적인 모습이 가득한 책

  다른 소설을 읽어보았지만, 영웅의 강인한 모습이 아닌 나약한 모습을 느낄 수 있어 인간적인 책이다. 거품을 빼고, 현실적인 모습을 통해 재구성된 문화전도사의 모습을 담았다고 할까, 자유로움을 갈망하지만, 현실의 족쇄에 항상 매어있기 마련인데, 만남과 이별에 익숙한 그가 부러웠다. 

   떠나고 싶을 땐, 망설이지 말고 가볍게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간절히 소망한 하지 말고, 어려움을 이겨내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건 책을 읽고 난 후 생겨난 하나의 덤이다. 가장 많이 머물렀다는 금강산이 가고 싶어졌다. 맑은 경치와 함께 절터가 남아있다면, 아직도 그런지 한 번 확인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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