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사라져버린 해태 타어거즈를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그래서 여관방에서 밤새 방망이 휘둘렀던 장종훈의 마음으로 밤을 지새우며 무언가를 잡고 늘어졌고, 꼭 다시 한 번은 정상에 서고말겠다는 이대진의 오기로 버티고 견뎌내자고 다짐하기도 했다. 

야구는 수많은 선수와 관중들의 삶으로 엮인 모자이크였고, 나의 삶은 야구장의 풍경들로 엮인 모자이크였다.


아마도 내가 IMF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그 벽을 훌쩍 뛰어넘고 ‘럭셔리하게 성공가도를 달리는 21세기형 신주류가 될 수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인문학 전공대학원생, 입시학원 강사, 작가 따위 시장가격 제로의 구질구질한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종종 삶의 경쟁에서 밀려 삼미의 18연패보다도 아득한 나락에 주저앉은 채 다음 달 생활비를 걱정하며불면의 밤을 보냈다. 하지만 끝내 주저앉지는 말자고 스스로 다그쳤던 것은 18연패 아니라 36연패를 한 뒤에라도 경기는 계속되는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냥 주저앉아버리면 한 게임이라도 인심 쓰듯 적선하는 상대란 세상에 없는 법이며, 그나마 정신 차리고 덤벼들면 우승 못지않게 짜릿한 1승을 얻게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에 의욕을 가끔 부린 것은, 단 한 번 기회만 주어진다면 악전고투 끝에 4등으로 올라가 3등, 2등, 1등 팀을 차례로 잡아내고 우승하던 해태처럼 기어이 한 건 해낼 수도 있는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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