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와 다산, 통하다 - 동서 지성사의 교차로
최종고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 큰 울림속에 숨어있는 세세함을 엿보다.

  책을 읽기 전에는 '괴테'하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를 지은 작가,
색채론을 지을만큼 색과 인간의 감성을 연결시킨 자연철학자, 74세의 나이가 되어서도 19살의 소녀에게 청혼할 만큼 평생 사랑이 넘쳤던 인물로 기억했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엿보며 부성애가 강한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과 어유당 전서를 통해, 고전, 시문집, 예, 법, 지리, 의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저작을 하고,
수원 화성을 거중기를 이용해서 지었던 인물, 천주교 박해로 가족 모두가 시련에 빠진 모습까지만 떠오른다. 소설 <목민심서>를 통해, 조금 더 그의 모습을 알 수 있었지만 그건 일부에 불과했다.

  길가에 피어있는 작은 야생화를 보며, 작은 것의 소중함과 치열한 삶의 배움을 배운다. 하지만 높은 산에 오르게 되면, 크고 높은 기상과 높이 있는 것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로 세세하고 소소한 것을 놓치기 십상이다.
 
  동시대에 떠올랐지만, 한 번도 연관점을 찾지 않았던 괴테와 다산과의 만남에 대한 첫 책이 나왔다. 객관적 서술을 위해 최대한 두 인물의 글을 이용해서 접점과 차이를 찾으려는 시도가 좋았다. 괴테에 관한 이야기는 많지만, 괴테에 대한 제대로 된 전기가 번역되어 유통된 것을 찾기도 힘들고, 다산에 대한 전기는 아예 존재하지도 초상 역시 여러곳에 통일되지 않게 그려진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 뿐이었다. 이것이 첫 발걸음이 되어 다산과 괴테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더 논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은 소중하고 귀하다.
 
# 따로, 또 같이, 비슷하지만 특색있는 그들을 통하게 하다.
 
 시대는 사람을 만든다. 하지만 사람은 시대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시대의 산물이라는 접근에서 괴테와 다산의 동양과 서양의 시대조류에서 어떻게 지내왔는지 비교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그들이 남긴 유산',  '괴테학과 다산학' 으로 나뉜 3부의 구성은 다산과 괴테에 대한 여러가지 사회적 측면에서의 모습들과 잘 알려지지 않은 여러 사실들을 한 권의 책으로 쉽게 알 수 있게 배려해 주었다.
 
  개인의 일생을 잘 드러내 주는 평전이라기 보다는, 그들의 사회적 삶에 대한 간명한 요약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하나에 대한 깊이 있는 서술이라기 보다, 특징들을  조금씩 모은 이력서를 보는 듯 하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나, 사상적 틀은 시대와 문화의 차이로 인해서, 많이 다르다.
하지만, 치열하게 살았던 삶과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 민족성이 아닌 보편성에 대한 시선 등 같으면서도 다른 모습들을 많이 엿볼 수 있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다. 무엇보다 충분한 사진 자료와 어렵지 않은 글이 있어, 생소한 분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가독성 높은 책이다.

# 새롭게 알게 된 사실과 죄담과 비교 연표.

  현재 국내에 출간된 읽어 볼 만한 다산과 괴테에 관한 책들과 꼼꼼한 주석과 좌담, 비교 연표까지 자료가 풍성하다. 무엇보다 괴테와 다산을 더 깊이 알기 위한 징검다리로서 매력적인 책이라 생각한다. 

  풍부하고 유복한 곳에서 태어났지만 '외로움'을 안고 살 수 밖에 없던 괴테와,   가족안에서 유복하게 자랐지만 '천주교 및 정치적 불안정'으로 '생이별'을 해야 했던 다산은 보통 사람이면 견디기 힘든 어려움 속에서도 환경을 원망하지 않고 꾸준히 자기 생을 살았다는 점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바이마르 공국의 재상까지 지냈던 점과 각자 스타일로 사랑에 빠진 점 등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은 좀 더 그들을 알고 싶게 만든다. 괴테 스스로 인정했듯이 독창성 없이 선인들의 지혜를 바탕으로 새롭게 많은 사람들을 울릴 수 있는 여러 작품과 활동은 독창성이 전혀 없는 내게 큰 힘이 되었다. '현재의 좋은 작품은 옛 고전의 맛을 지금의 시대에 맞게 새롭게 살려낸  변형 음식일 뿐'이라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공부에 대해 막막하게 생각하는 이에게 위로가 되는 말 하나를 찾아 기쁘다.

  아버지와 어머니께 극진해서, 당연히 어머니가 생모인줄 알았는데, 9홉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양어머니하고도 잘 지내고, 아버지를 잘 따랐던 그의 뒤에 숨겨진 아픔과 생이별의 아픔 속에서도 꿋꿋이 독서하고 자기 정진에 힘쓴 모습은 가정환경에 어려운 아이에게 큰 힘이 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봉사활동 하는 아이가 힘들어 할때 '다산의 삶을 이야기 해 줘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P.S 예쁜 표지와 보기 편한 글씨, 공들인 흔적이 애쓴 흔적이 담겨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것이 시작이 되어, 좀 더 많은 괴테와 다산에 대한 이야기가 넘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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