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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앉아 금琴을 타고 ㅣ 샘터 우리문화 톺아보기 2
이지양 지음 / 샘터사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 왜, 우리의 음악에는 낯선 것일까?
삶에서 떨어질 수 없는 네가지를 꼽으라면, 의, 식, 주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입는 데(꾸미는 데) 필요한 여러가지 것들, 먹는데, 자는데 필요한 것들 등, 그리고 하나를 꼽으라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되는데, 마지막까지 고민하게 하는 것 하나는 음악이다. 기분이 좋을 땐 즐거운 마음에 흥이 나서 노래를 부르거나, 신나는 음악을 부르며 더 즐겁게 생활을 하고, 슬픈 마음이 찾아왔을 때에는 애잔한 노래가 내 마음을 아는 듯 달래주는 것 같고, 슬픈 노래를 부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한다.
삶을 살면서 제일 소중한 것을 음악이라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없다면 많이 불편할 것 같은 대상 세 가지를 고르라고 하면 꼭 그 안에 있을거라 자신한다. 양악은 참 많이 듣고, 배운다. 하지만 국악은 학교교육에서도 그렇게 잘 배우지 못했다. 문득 어렸을 적 국악(판소리)와 관련한 추억이 떠올랐다.
중, 고등학교를 같은 재단의 학교에서 다녔다. 그로인해 음악선생님께서 중, 고등학교 6년을 내내 음악선생님으로 함께 하셨다. 해금을 잘 연주하셨다 그분은 우리 음악을 참 많이 좋아하셨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나, 졸업하게 되면 대학생활을 하게 될 것이고, 대학생활을 할 때 장기자랑을 할 때가 온다고 했다. 그 때 남들과 다르게 튈 수 있는 하나를 알려주신다고 하면서, 북 치는 방법과 판소리 한 소절을 의무적으로 반 아이들 앞에 하게 했다.선생님의 이야기로만 듣던 멀리 떨어져 있던 국악에서 직접 불러오고 오감을 이용해서 느껴보는 시간들이 처음에는 정말.. 어색하고 어렵고 불만이 가득했었다. 익숙하지 않은 무언가를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그 느낌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딱 두시간, 판소리와 북치는 것에 익숙해진 후부터는 하나 하나가 정답고 신나기 시작했다. 일고수 이명창이라고, 판소리를 잘 부르는 사람보다 박자를 잘 맞추어주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고, 직접 해 보니 판소리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음악이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때부터 우리 국악이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책을 내용은 하나 둘 읽으면 읽을 수록, 잊고 있었던 그 때의 소중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오랬만에 그때 그 소절을 다시 불러보았다. 머리는 이미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소리와 몸으로 익힌 느낌은 아직도 남아있어 그때의 그 소절과 느낌이 다시 생생했다. 좋은 책 하나에 좋은 추억을 만난 이 느낌, 즐거운 첫 느낌으로 책을 넘기기 시작했다.
# 맑은 샘물에서 길어온 듯한 깨끗하고 청아한 책 한 권을 만나다.
굳이 좋은 점을 뽑으라면, 5가지, 10가지도 들 수 있다. 하나. 국악방송에 나온 라디오 원고를 수정한 거라서 소리내어 읽어도 어색하지 않게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두울, 수룡음, 황하청, 봉황곡 등 전혀 들어보지 못한 옛 우리 음악에 대해서 알게 되고, 그 뒷이야기를 배울 수 있었고, 그에 비해 많이 들어 본 대취타, 춘면곡 등의 음악에 대한 새로운, 그리고 풍부한 이야기들을 알 수 있었다. 세엣, 마음이 움직이는 '진정'이 무엇인지, 삶의 애환이 서린 여러가지 음악들을 통해서 삶의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풍부하게 느낄 수 있고, 그 음악을 찾아보게 만드는 매력도 느꼈다. 네엣, 한 사람이 듣고 조용하게 끝나는 공연이 아닌, 함께 어울리는 판소리의 여러가지 이야기와 새로운 이야기들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그리고 저자의 애정과 노력이 흠뻑 배여있는 즐거운 글을 함께 읽고 노래하고 들어보고 느낄 수 있는 오감 여행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등... 많은 말들로 장점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사랑한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것처럼 많은 장점보다 그냥 좋다라는 한 마디 말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맑은 즐거움에 나오는, 과욕을 부리지 않고, 자연을 사랑하고 선인들과 어울러 다니기 좋아하는 벗을 만나면 다른 추천의 말 없이 살짝 건네면서, '당신을 닮은 책이라 생각해요.' 말하며 살짝 안겨주고 싶은 책이다.
# 우리 음악, 많이 사랑해 줘야 하는데....
삶이 애환이 당긴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소름이 끼칠정도로 사람을 흠뻑 빠져들게도 흥분하게도 상심에 젖게도 안타깝게 만드는 잘 만들어진 영화, 드라마, 뮤지컬, 연극등의 역활을 예전에는 마당놀이, 판소리, 그런것들이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유교는 예와 악이라는 두 기둥으로 실현되는 사상이라고 한다. 그만큼 많은 음악들이 나오고 발전되고 우리 삶의 한 축을 이루었을텐데, 알게 모르게 잊혀지고 있다는 사실이 많이 안타깝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국악방송을 듣거나, 음악파일을 구해서 들어보려고 다짐했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에도 듣지 못했다. 부끄럽다. 마음만으로 처음부터 잘 되진 않는다. 하지만 하나씩 조금씩, 천천히 노력한다면 우리 옛 음악뿐 아닌, 우리 문화에 대해서도 편향되지 않게 생각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느낌 잊지 않고 꾸준히 노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