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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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쪽으로 튀어'는 초등학교 6학년 지로가 전공혁에서 활동하다 무정부주의로 노선을 수정한 아버지와 겪게 되는 이야기의 모음이다. 만화처럼 톡톡튀는 대사들과 어렸을 적 한 번쯤은 당해보았을 불량배 가쓰와의 충돌기와 아버지의 국민연금 납세 거부사건, 수학여행비 유착사건, 외할머니와의 만남,  아키라 아저씨의 '테러'와 오키나와 섬의 이주, 리조트 건설 반대 사건까지, 확고한 신념을 가진 채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지로의 아버지 '이치로'와의 만남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한 번 책을 꺼내들고 읽기 시작하면 절대 놓기 힘들만큼 가독성이 좋았던 책이었다. 그리고 만화처럼 가볍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익숙한 국가주의의 사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해보게 하고, 진정한 사회운동은 뛰어난 한 사람이 하사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날'처럼 목숨과 피와 땀과 자신의 자유를 들여 쟁취해 낸 싸움이라는 말에 공감한 시간이었다.

 

  '조승희군 난사사건'에서 드러난 한국인들의 깊은 상심과 심리적 책임의식 기저에는 '민족'이라는 튼튼한 틀에 짜여 있는 우리 안에 스며있는 또 하나의 족쇄가 드러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일본에서는 '국가', 우리나라에서는 '민족'이라는 족쇄가 벗어나려고 해도 어렸을 때부터 채워진 족쇄처럼 많은 생활들을 제약한다. 때론 당연하게 그것을 받아들이게 한다.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잊어버리고 기존이 체제에서 요구하는 대로 일상을 살고, 거기에 맞춰 내 자신을 만들어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좋은 학생, 좋은 아들, 좋은 친구의 배후에는 사회체제를 유지하기 편한 '국민'이 되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가 생각하니 가슴이 섬뜩해졌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체제가 바른 체제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딱딱한 인문서적은 머리를 아프게 하여 오래 고민하게 하지 못한다. 문학작품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매력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점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어디서 태어나고, 언제 태어나는지는 내가 선택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사회제도와 방식은 수긍할 수도 있지만, 조금씩 바꾸어 낼 수도 있다. 단지, 그 변화의 과정이 쉽지 않을 뿐이다. 쉽게 꺼내들 수 있는 정치력 힘과 폭력이 아닌, '올바른 말을 이야기 하는 사람이 손해보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짧은 시간 내에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천천히 잊지 않고 고민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나의 책을 읽고 하나의 생각을 얻는 건 기쁜 일이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지로 세대가 어른이 되었을 때는 부디 올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 손해 보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서로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쁜 일에 협력해서는 아무 의미도 없겠지? 선생님도 앞으로는 조금씩 대항해볼 거야. 우선 여행사에 미운 소리 한마디쯤 해줄까 생각하고 있단다.]


  [지로, 이 세상에는 끝까지 저항해야 비로소 서서히 변화하는 것들이 있어. 노예제도나 공민권운동이 그렇지. 평등은 어느 선량한 권력자가 어느날 아침에 거저 내준 것이 아니야. 민중이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어렵사리 쟁취해낸 것이지. 누군가가 나서서 싸우지 않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아. 아버지는 그 중 한 사람이야 알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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