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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 에비앙
요시카와 도리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 '바람난 가족', '가족의 탄생', '좋지 아니한家' 의 공통점인 전형화된 가족의 해체
가족에 관한 세 편의 영화가 생각난다. 모두가 자신의 사랑감정에 솔직하고
사회의 시선을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바람난 가족', 일반적인 가족스타일이 아닌,
새로운 스타일의 가족이 탄생하는 '가족의 탄생', 엉뚱하고 발랄한 '정말 가족 맞아?'하는 생각이 드는 '좋지 아니한 家'. 엄격하고 가족의 중심을 잡는 아버지와, 자애롭고 헌신적인 어머니이 등장하지 않는다.
굿모 에비앙에서는 아버지라고 전혀 봐 줄수 없는 대책없는 백수 야구와 전직 파친코 걸에 '재미안 있으면 뭐든지 OK'라는 신념으로 무장한 대책없는 철없는 엄마인 아키짱, 그리고 15살 나이에 비해 가족내에서 가장 조숙한 핫짱. 도대체 누가 엄마이고 누가 딸인지, 아버지는 왜 이렇게 엉뚱한지..
전혀 현실적인 공감은 가지 않지만, 이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사건들은 재밌으면서도 눈물이 살짝 돌게 한다. 사랑 하나만으로, 모든걸 OK 하는 엉뚱한 가정의 일상을 잠깐 들여다 본 순간이었다.
# New Trend.. 새로운 가정의 탄생..
엉뚱한 소설을 보면서 이제까지 익숙해졌던, 가정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부모의 권위를 지키고 엄격하면서 모범이 되어야 하고,
어머니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도 남편과 자신을 위해 우선순위를 버리는 것을 요구하고, 종용하는 지금의 사회의 시선에서, 20살 조금 넘은 야구와, 30살을 바라보는 아키짱, 15살의 핫짱의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상과 그들 나름대로의 에피소드는 잔잔한 충격을 준다.
#Love...Love.. Love..
난, 사랑이란 이름으로,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나와 사귀기 전에 임심을 하고 있고, 아이를 낳아 미혼모가 된다면, 가정과 다른 시선들을 극복하고, 그 사람만 바라보고 그가 낳을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그 떨리는 감정을 쉽게 말하지만, 사회의 일상화 되어 인식들에 벗어나는 건, '불륜' 또는 '비현실적인', '비도덕적인' 때로는 냉소적인 시선의 다른 구성원들의 여론에 의해 견디기 힘들다. 특히 한국처럼 유교적인 관념과 자유적인 관념이 혼재되어 있는 '정체성'에 관한 과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서는 많은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작품에서 작가는 대책없고 무능력하지만 아키짱을 사랑하고, 핫짱을 동생처럼 격의없게 대하는 사랑에 대해서만은 순수한 '야구'를 등장시킨다. 펑키음악과 현실과 적응되기 힘든 야구의 가족이 호주라는 다른 나라로 떠나는 건, 일본의 잘 짜여진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장치는 아니였을까 생각해 보았다.
현실의 규제와 억압이 심할수록, 대중매체에서의 자극성과 더 규범을 파괴하는 걸 기대하는 심리가 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지나치게 현실사회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일과 갖혀진 일들이 많기 때문에, 드라마에서라도 규범파괴적이고 형식파괴적인 내용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 Funny, Funny?, Funny! 그뒤에 스며있는 아쉬움.
책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엉뚱하고 발랄한 캐릭터가 잘 살아있어, 재미도 있다. 정말 즐거움, 재미, 위트가 가득한 책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 멍해지는 느낌은 약간 허무하다. 마치 어렸을 적 꿈에 가득한 동화책을 읽은 느낌이라고 할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책의 내용은 안도감을 주지만,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고 만약 한국에 이런 가정들이 있다면 얼마나 많이 힘든 생활을 해나갈까를 생각해 보면 많이 안타까워진다.
'사랑' 하나만으로 뭉쳐있는 가족을 바라보는 걸 생각만해도 고개가 흔들어지는 사회에 살고 있는 내 자신이 조금 무서워졌다. '그냥 우리 사랑하게 해 주세요' 라는 커플이 용인될 수 있는 시대는 과연 도래할 수 있을까.. 다양성이 인정될 수 있는 건 어디까지이고, 난 어디까지 가정을 용인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야구의 대책없는 무능력은 엘리베이터 아래로 보내버리고, 아키와 핫짱에게 대하는 넉살과 편안함 그리고 순정은 배워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