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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 전12권 세트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 홍루몽은 꿈이야기이다.
꿈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는 많다. 남가일몽 이야기도 있고 조신의 꿈, 구운몽, 옥루몽 등이 있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6 - 8 시간을 차지하는 밤의 세계. 기억이 생생해 잊지 못해서 그 의미가 뭘까 고민하기도 하고, 너무 피곤해서 꿈조차 꾸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꿈은 우리의 생활에 매우 밀접하다. 하지만 잠이 들면 꿈을 꾸는 것처럼, 꿈이 끝나면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인간의 인생이 영원이 살 수 없는 잠깐의 삶이듯이 꿈 또한 영원이 아닌 유한의 세계이다. 그래서 많은 꿈 이야기들이 인생의 덧없음과 관련지어 있을 것이다.
꿈은 인간의 내면을 대변한다. 우리가 무의식속에 숨겨져 있는 마음, 우리가 바라고 있는 마음, 또는 지금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미래의 자신의 목표로 어떤 대상을 정했을 때 우리는 꿈과 연계해서 이야기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꿈을 꾸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과 어느 정도 친해졌을 때 '우리는 꿈은 무엇이에요?'라고 묻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사는 것'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돈 걱정 안하면서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사는 것' 이라고 말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의 사람이 있을 것이다.
2006년에 우리의 소설 옥루몽이 완역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2007년이 시작되는 새해에 중국의 고전중의 고전인 홍루몽이 완역되었다는 소식을 듣게되었다. 시중에 나와있는 편작 및 요약되어 나온 책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 정성과 섬세함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대중의 편의를 위해 빠르게 대량생산되는 그릇과 컵과는 달리 오랜 시간 공들여서 만든 장인의 작품을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쉽게 읽어지지만 마음 씀씀이가 항상 배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홍루몽에는 많은 등장인물과 사건, 등장인물의 성격, 배경, 인간관계 등 여러가지 요소들이 섞여 있다.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영화평론가가 보고난 후의 느낌과 일반 관객이 본 느낌, 감독이 보았을 때, 배우가 보았을 때 작품은 각각 다르게 해석되어 진다. 자신의 경험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자기의 가치관에 맞추어서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각양각색으로 해석되어 진다. 하지만 작가가 제시하는 메세지와 감동은 비슷하게 느낄 것이다. 지금도 느낄 수 있는 요소와 이제는 다시 보기 힘든 요소들의 차이를 생각하면서 책을 보기 시작하였다.
# 이제는 보기힘든 그때의 모습들.
청나라 시대의 모습과 문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이 책만의 매력이다. 황제의 후비가 되면 부모와 할머니라 하더라도 절을 올려야 하는 신분계급이 분명하고 자리가 그 사람을 평가하는 시대, 그리고 높은 지위에 오르기 위한 권모술수와 음모들, 장원을 짓고 정자와 여러 건축물에 이름과 시를 짓는 놀이를 하는 등 귀족들의 풍류생활이 어떠했는지도 수려한 문장과 함께 볼 수 있다. 또한 그당시 장례식과 준비하는 절차 등 규방내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이 주는 또하나의 선물이다.
# 지금도 살아 숨쉬고 있는 것들.
수백명의 등장인물이 많은 사건들을 통해서 서로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는다. 시대와 신분은 변하였지만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아직도 살아있는 것 같다. 왕희봉을 사랑하는 상사병에 빠진 가서는 자신의 욕망을 반성하지 못하고 사랑에 집착하다가 결국 상사병과 거울에 보이는 환상의 모습에 빠져 죽고만다. 현재 문제가 되는스토커와 부적절한 관계가 합해진 모습은 아직도 세상에 존재한다.
권세의 힘을 입고 여러 사건들을 조용히 해결하는 모습등은 우리가 알면서도 쉬쉬하고 있는 모두가 알지만 말하지 않는 진실이다. 하늘로부터 보옥을 받아서 많은 걸 얻고 재주도 많지만 가보옥은 임대옥과 혼인을 하지 못하게 되고, 설보채는 자신이 임대옥 대신 속여서 결혼하는 걸 원하진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의 계략으로 결혼을 하게 되고 껍데기 뿐인 가보옥과 쓸쓸하게 살게 된다. 임대옥은 사랑을 얻지 못하고 상심해서 자결하고 만다. 두 여인을 모두 사랑한 가보옥이 잘못인건지, 아니면 만남 자체가 잘못되었는지 상대가 살아있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사랑의 말로는 세 사람 모두를 상처뿐으로 남기고 말았다.
진가경과 시아버지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것도 몰랐던 가용은 진가경이 죽음으로 벼슬을 얻게 되는 건 인생사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홍루몽의 당시에는 신분제도가 그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지금은 돈과 명예가 역시 순수한 사랑의 마음과 인간관계가 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쉽게 편해질 수 있는 직장과 지위, 그리고 집안과의 관계에서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관계일것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도 거짓으로 흘려서 모함하는 헛소문과 자식이 자신이 기대하는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매우 엄하게 대하는 가경과 그 때문에 주눅들어 있는 가보옥의 모습은 자식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매우 권위적인 시각을 가진 어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매우 씁쓸했다.
# 홍루몽 100배 즐기기
처음에는 가보옥을 주인공으로 읽어 보았다. 미리 꿈에서 예시를 통해서 앞의 일이 미리 그렇게 될줄을 알았으면서 어쩌지 못하는 모습과 임대옥과 설보채,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 중에서 난 어떤 모습을 보일까 생각하면서 읽으니 매우 재미있었다.
두번째 읽었을 때는 가우촌을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읽어보았다. 청렴하고 공정하게 모든 일을 판결해도 세상사의 법도에 벗어나 있는 권세가들.. 깨끗한 물에서는 물고기가 없는 것처럼 적당히 세상과 타협해야 하지만, 흙탕물처럼 연꽃에 살기싫은 자신의 가치관에 맞서서 살기 위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어디까지 타협했을까 고민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지금의 사회 현실과 비교해서 보는 맛도 신선하다.
세번째 읽을 때는 진사은의 딸이라 생각하고 읽어 보았다. 어렸을 때 종이 버리고 가버려서 비루한 자에게 어렸을때부터 고초를 겪어야 했던 험난한 삶, 삶이 나에게 시련과 아픔 괴로움만을 주기만 했을 때, 난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 수 있을까? 그 당시 사회제도에 순응할 수 있을까 등등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가보옥, 임대옥, 설보채 등 호화귀족들의 인물보다는 소소하고 실수도 많이 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다시 읽어본다면 너무 많은 등장인물과 사건이 부담스럽지 않고, 흥미진진해지면서 깊이있는 사고와, '나라면 절대 이렇게 하지는 않겠어' 하는 가치관마저 정립하거나 다시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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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으로 얻을 수 있는 건 무한히 많다. 그 전에 자신이 얻을 생각이 있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세상에는 사르르 녹는 아이스크림처럼 쉽게 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는 반번, 열번 스무번 꼭꼭 씹어야 겨우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도 존재하니까. 중요한 건 음식이 딱딱하고 부드럽고, 먹기 편하고 먹기 힘드냐가 아니라 먹기 위해 수저를 들고 있는지 아닌지가 아닐까. 수저를 들 생각이 있다면 영양소와 함께 맛과 향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홍루몽, 2008년 중국베이징 이후의 팽창할 중국에 대해 미리 관심이 있는 분, 중국의 문화와 한시, 한문 문화에 대한 관심이 있는 분에게 더욱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