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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30년 만의 휴가
앨리스 스타인바흐 지음, 공경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 앨리스 무작정 떠나다.
1993년 5월, <미국 볼티모어 선>의 기자로 성실하게 일하던 그녀는 두 아이들이 성인으로서 삶을 시작하게 되자 허전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이제껏 잘 짜여진 삶을 살면서 잊어버리게 된 어렸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 여행을 선택하게 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문구가 떠올랐다. 무작정 떠났다고는 하지만, 정말 갑자기 홀연히 떠난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의 안정을 버리고, 여행을 결정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꼼꼼하게 계획을 짜보지만, 친척들의 병환 등 항상 인생은 예기치 못하는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기자로서 타인의 삶에 대한 기자를 꾸준히 작성했던 그녀는 이제 자신의 삶을 기록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파리 - 런던&옥스포드- 이탈리아의 도시 를 갈 계획만 세운채 숙소 몇 군데를 예약한 상태에서 그녀,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 자체가 멋진일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지만 항상 현실에 발목에 잡혀, 다음번에는..다음번에는.. 노래를 부르는 나로서는 결단력있게 여행을 떠나는 그녀가 멋져보였다. 함께 유럽을 경험하는 마음으로 그림자처럼 가까이 하지만 조용히 동행하였다.
# 파리에서의 추억.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익숙한 환경과의 차이를 통해서 불쾌감과 경외감 등 여러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다른 곳을 떠나면서 자기만의 공간에 대해서 다신 한 번 생각해 보기도 한다. 파리에서 만난 여인의 여성과 함께 있을때 당당한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만, 애인의 말 한마디에 거기에 반응하고 맞춰가려는 사랑에 한없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앨리스는 자신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심리학적 용어로 투영이라고 한 기억이 난다. 자신이 잊고 있던 예전의 모습과, 생각들을 발견할 수 있는 여행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낯선 곳에서의 운명같은 사랑도 여행의 큰 매력이다. 나오히로라는 일본인과 여정을 함께 하면서 서로가 좋아하는 곳도 함께 체험하면서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솔직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곳을 이야기하고, 함께 경험하는 것, 사랑은 사소한 일을 함께 보조를 맞추는 것에서 시작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었다.
# 런던 & 옥스포드.
영국에서는 시싱히스트 정원과 빅토리아, 새라, 안젤라 이렇게 세 친구와의 우정을 쌓는 과정이 나와있다. 여행자는 익숙하지 못한 곳에 가기때문에 항상 자기 방어적일 수 밖에 없고 특히 아플때 한 없이 약해지는데, 좋은 친구가 아플때 함께 있어주고 간병해 준 앨리스가 부러웠다. 세 친구가 간병하는 방식의 차이는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의 특성을 나타내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곳에 혼자라서 더 외로울줄 알았는데, 혼자이기 때문에 더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는 그녀의 말에서 혼자 떠나는 것의 또다른 매력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혼자이기 때문에 모든걸 혼자서 결정할 수도 있지만, 함께 있는 사람이 없기에 더 쉽게 누군가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쉽지만 막상 하기 어려운 결론을 얻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임페리얼 전쟁 박물관에 전시된 러브레터를 보면서,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아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사춘기 소녀처럼 자신의 예전의 모습을 해 보기도 하고, 옥스포드에서 학생들과 만나며 여러 이야기도 해 본다. 그리고 댄스 플로어에서 무용가와 함께 춤에 몸을 맡기면서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순수하게 뭔가에 몰입해서 행복감을 느낀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 이태리
헤어졌던 나오히로를 다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이탈리아에 있는 약혼자와 다음달에 결혼하는 그녀의 엄마가 되어 세련된 미용실에서 머리 하는 비용을 대신 지불해 준다. 시에나에서 서점에서 제인에어.를 통해서 만난 헤럴드와 같이 여행을 하기도 한다.
산마르코 광장 부근에 있는 묘비에서 Fugit hora, memento mori. 시간이 흐르니 죽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라는 명제에 반해 시간이 흐르니 살아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라는 신선한 생각을 나오히로에게 얻기도 한다.
에필로그에 나오는 저자와의 인터뷰, 그리고 역자의 자기만의 여행하는 방법도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여행회상집을 보면,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파리, 런던,옥스퍼드, 이태리 시작할때 나오는 우표 모양의 컬러사진과 장면이 바뀔때 나오는 작게 나온 흑백우표 사진은 그 곳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여행지에서 돌아올 자신에게 엽서를 쓰는 행위는 어머니로부터 내려왔다고 하던데, 한비야님도 여행지에서 하는 자신에게 쓰는 편지와 겹쳐 생각나면서 여행지에 가게되면 엽서를 꼭 들고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일상과 안주라는 매력에서 여행을 결정하는데 쉽지 않았을 텐데 떠난 앨리스의 결단을 부러워하며, 2007년에는 가까운 곳이라도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여행과 엽서, 그리고 여유를 줄 것을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