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
남영신 지음 / 까치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부끄러운 마음에 책을 꺼내 들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블로그와 수첩, 다이어리 노트등을 살펴 본다. 지난 일 년간 내 흔적이 묻어나는 글들이 보인다. 즐거웠던 순간, 애뜻한 마음, 슬프고 화났던 일들이 작은 공간안에 숨쉬면서 나를 말 없이 기다리고 있다. 벅찬 마음에 기분이 좋아진다. 동시에 뭔가 어색하고 허전한 마음이 든다. 항상 한국어를 입으로 말하고, 글로 적으면서 매일을 지내지만, 한국어를 바로 쓰려고 노력한 적이 없었다. 서평과 카페에 남긴 글을 살펴본다.  비문과 틀린 문장이 너무나 많다. 얼굴이 빨개지도록 부끄럽다. 작은 반성에서 시작되어 글 다듬는 것과 관련된 책을 찾았다. 여러 권의 책 중에서 노란색의 말끔한 책 하나가 내게 손짓하는 모습이 보였다. 망설임 없이 책을 들었다. 책의 이름은 남영신 선생님의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였다.

   # 사소한, 하지만 놓칠 수 없는.

   저자는 배를 예로 들어 우리말을 설명한다. 진리가 있는 먼 섬이 있다. 일본인은 일본어라는 배를 타고 여행을 떠나고, 미국인은 영어라 배로, 한국사람은 한국어라는 배를 타고 진리를 찾아 떠난다. 각 배는 약간의 성능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배를 바꾸어 타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미국 또는 일본 배를 타도 그 배를 운행하는 기술이 미국인과 일본인에 비해서 몹시 서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인은 한국어라는 배를 타지 않을 수 없다.

   한국어라는 배를 탄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하나의 배를 타는 건 아니다. 각자 자기가 만든 한국식 배를 타고 항해해야 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자기의 배를 최고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이 한국어라는 배- 개인의 건조 솜씨와 관리상태에 따라서 그 성능이 천차만별이다 - 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여 문제점을 해결해서 한국인의 모든 배가 최고의 성능을 갖추도록 안내하기 위한 책이라고 말한다.

  요리하는 방법과 글쓰는 방법을 연관하여 생각해 보았다. 이 책에는 요리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 구하는 법이나 조리하는 법은 나와있지 않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면 맛내는 비결, 간 맞추는 방법, 테이블 장식하는 방법 등 누구나 알아두면 좋지만 쉽게 놓치기 쉬운 걸 알려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조리 하는 방법을 알았다고 해서 누구나 맛나는 음식을 만들지는 못한다. 하지만 잘 만든 요리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간과 장식 등 식욕을 돋구는 정성을 가하면 먹음직스럽게 만들 수는 있다. 어떤 요리를 하더라도(글을 쓰더라도) 필요한 맛의 비결(교정)과 간을 맞추는 방법(교정) 등 일반적인 글맛(바른 글)의 비결을 배울 수 있는 책이였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다들 놓쳐가는 사소한 부분이다. 작고 섬세한 부분에서 개인의 실력차가 극명하게 달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중하고 놓치기 아까운 책이다.

# 풍부한 예문과 짜임새 있는 구성.

    '조사'와 '어미'에 대한 설명 부분이 전체 내용의 3분의 1의 분량을 차지한다. 문학작품, 실생활에서 접하는 방송, 신문에 나오는 표현에까지 세세하게 인용하여 잘못된 표현을 소개하고, 바로잡는 법을 알려준다. 호응, 생략, 축약, 높임말, 시제 까지 300페이지에 담는 내용은 다양한 범위를 포함한다. 그리고 하나하나 세심하게 짚어준다. 현재 맞춤법 표현에서 미처 담지 못한 부분과 고쳐야 할 부분도 세심하게 다루어서 알려준다. 저자의 말처럼 지금의 한국어라는 배를 잘 관리하고 건조하는 고급 기술이 들어있다.

   10대 청소년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1970년대 이전의 오래된 예문이 적지만 인용된 점은 아쉬었다. 바른 말 표현하는 책에도 오타가 몇 개 보였다는 점은 이 책의 '옥의 티'이다. '옥의 티'라는 건 옥처럼 빼어난 작품에 작은 실수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읽는 글에 어떤 잘못된 표현이 있는지 단어 사용에 관심을 더 기울인다. 그리고 책 안의 오타를 찾아가려 노력한다면 바른 언어표현 실력을 갖추어 가는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 바로 쓰는 것이 아름답게 쓰는 것이다. [바른 문장이 아름답다]

   급변하는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으로 10대 들의 말과 20대의 말, 그리고 40대 이상의 말들의 어휘의 사용과 쓰임이 매우 다르다. 상상플러스라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높은 이유는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세대간의 의사소통이 잘 안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점점 세계는 지구집처럼 가까워지고 있다. 대한민국도 백년전만 해도 자기가 사는 곳에서만 의사소통을 했던 공동체적인 삶이 강한 문화였다. 지금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4시간 이내로 갈 수 있게 교통이 발달하고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지 돌아다닐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지역의 사람, 세대간의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오해없이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바른 말을 사용해야만 한다.

  바른 표현과 바른 말의 사용은 선천적으로, 특정 지역에 산다고해서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관심가지고, 공부해야 가능하다. 노력하면 된다는 말은 누구나 노력을 하기만 하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언어 표현이 세련되지 못한 이유를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이라도 탓만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세심한 말 하나에 큰 의미가 바뀐다는 것, 우리말의 새로운 면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즐거웠던 시간이였다. 

  사랑과 우정도 관심가지고 노력하는 시간이 지속될수록 커지는 것처럼 우리말도 다듬어주고 관심가져주고 노력하면 할 수록 우리말 사용실력도 늘어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리 말이 아름답고 예쁘고 잘 다루어 줘야 한다는 걸 알려준 소중한 책이다. 

  이 책 한권으로 우리 말을 바르게 쓰는 모든 길을 알려준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저자의 우리말에 대한 사랑과 우리말을 발전시키려 노력한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저자의 한국말에 대한 사랑을 느끼면서 우리말 사용과 표현에 세심하지 못한 나를 반성한다. 

  '한글'은 세계의 언어중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며 발음하기 매우 편하게 만들어져 있다. 이런 우수함에 자긍심을 가지고,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 하려면 우리의 '얼'이 담긴 한국어의 표현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하지 않을까? 잘 다듬고 발전시켜서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으면 100년 뒤에는 한국어는 라틴어나 죽어버린 언어처럼 사라져 버릴것이다. 좋은 유산을 물려주지는 못해도 지금 보존되어 온 보물들을 잘 지켜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한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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