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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 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가장 속물적인 돈 이야기
석영중 지음 / 예담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 대문호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그는 수많은 작품을 남겼고, 그것들로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었다.
'도스토예프스키'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 '죄와 벌', '백야' 등 그의 유명한 작품들이다. 그런데 그의 전기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한 작가와 그의 작품들을 좋아하면서도 정작 그 작가의 일생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작가의 일생을 이해하는 것은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는데도 말이다.
이 책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도스토예프스키의 모습을 완전히 뒤엎는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다른 면에 대해 이야기 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다른 면?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삶은 이것일 것이다. 1821년 빈민 구제 병원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16세 때 상트페테르부르크 공병사관학교에 입학했다. 1849년 봄 페트라셰프스키 사건에 연좌되어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총살 직전 황제의 특사로 감형 되었다는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도스토예프스키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도박꾼에 빚쟁이 게다가 약간의 히스테리 증상까지 가지고 있다! 물론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이들도 있겠지만 대개 누가 이 사실을 짐작이나 했겠는가! 대문호인 도스토예프스키인데!
우리가 짐작조차 못했던 도스토예프스키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다, 정확하게는 돈에 대한 그의 집착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천재적 작가와 돈에 대한 집착, 결코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이 느껴지지만 그 두 가지는 섞였고, 섞일 수밖에 없었다.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돈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이 돈을 목적으로 쓰여졌다는 사실이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돈, 돈, 돈. 누구나 '돈'을 부르짖으며 살지만 '위대한' 작가까지 그러한 속물적인 모습이 있다니! 으레 가질 법한 천재적 작가에 대한 환상이 완전히 깨져버리게 되었다.
이 책은 '가난한 사람들', '미성년', '도박꾼'.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상 7개 작품의 내용에 돈이 어떠한 모습으로 등장하는지 분석한다.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가 그 작품들을 쓴 계기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놀라운 사실은 모든 작품 속에 돈이 등장하고 그것이 작품의 중심은 아니지만 사건의 중심에 반드시 들어간다는 것이다.
위 작품들은 돈을 목적으로 쓴 것이다. 결코 어떠한 숭고한 목적으로 쓴 작품들이 아니다! 단지 빚을 갚기 위해 쓴 것이다! 물론 각 작품들은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고, 받고 있듯이 그 내용의 깊이가 결코 얕지 않다. 빚을 갚기 위해 쓴 책들이 이 정도라니! 아마 좀더 여유있는 상황에서 썼다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결코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다급한 사정이 위대한 작품을 탄생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도스토예프스키를 새로이 보게 되었다. 도박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과 그로 인해 집으로 돌아갈 여비가 없어 구걸하는 모습. 어떠한 이유에서건 빚을 잔뜩 지어 그것을 갚기 위해 선불로 작품을 쓰는 모습 등을 보며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 결코 평범하지 않은 - 기대했던 것과 같이 비범한 모습이 아니고, 일상에서 조차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도 아닌, 쉽게 볼 수 없는 수준 이하의 안타까운 모습 - 모습에 더욱 친근감이 갔고, 그에 대한 부담(아, 저렇게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가진 사람도 나와 다를 바가 없구나라는)이 사라졌다.
우리는 '(문학, 미술, 음악 등 모든 예술의) 책재적 혹은 위대한 작가'들에 대한 일종의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더 완벽 - 물론 모든 면에서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 하거나 뛰어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뛰어난 한 가지 면으로 인해 그렇지 않은 다수의 능력은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니, 너무나 놀라운 한 가지 능력이 그렇지 않은 다른 모든 능력으로 인해 손상을 입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천재적인 작가들은 대개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불행한 삶을 살았다. 감수성이 너무나 예민해서 그런 것일까? 그것을 생각한다면 나의 평범함과 그러한 삶에 참으로 감사해 진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싶고, 더 뛰어난 능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능력을 끼치며 살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품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지 못하는데 그러한 삶이 내게 주어진다고 그것을 잘 다스릴 수 있을지는 결코 보장할 수 없다. 현재가 미래를 만드는 것이지. 미래는 단독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