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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킨스의 망상 - 만들어진 신이 외면한 진리
알리스터 맥그라스 외 지음, 전성민 옮김 / 살림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유신론을 비판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다시 비판한 책입니다. 저는 만들어진 신을 읽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우선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맥그라스 부부(이하 맥그라스로 칭하겠습니다.) 공저의 이 책은 조용하면서도 품위 있게, 동시에 날카롭게 만들어진 신을 반박합니다. 도킨스의 문제점을 세세하게 조목조목 잘 파고들어 그를 꼼짝 못하게 만듭니다. 덕분에 솔직한 심정으로 도킨스의 비판 대상인 유신론자 입장에서 통쾌함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도킨스가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웃음이 생기기까지 했습니다. 맥그라스가 제시하는 도킨스의 허점이 얼마나 많은지 이 사람이 과연 유명한 그 사람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반면 만들어진 신을 읽지 않았기에 맥그라스의 주장이 얼마나 타당한지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었습니다. 맥그라스의 주장만을 놓고 보면 만들어진 신은 허점 투성이고 반박의 여지가 넘쳐나는 책으로 느껴집니다. - 물론 그것은 도킨스와 동등한 혹은 비슷한 지적 논리를 가진 자에 한해서겠지요. - 맥그라스의 주장이 매우 탁월하게 느껴집니다. 그의 주장은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한쪽 논리에서 봤을 때 해당될 뿐입니다. 때문에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이 책만 읽을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신도 반드시 읽어야 균형잡힌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이 책으로 돌아가서...
이 책을 읽으면 맥그라스의 지적 논리가 얼마나 뛰어난지 C. S. 루이스의 글을 읽을 때와 같이 그 논리를 따라가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모든 분들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저의 경우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만들어진 신의 내용 전부를 비판하지 않습니다. 맥그라스에게 필요한 부분만 비판하였습니다. 물론 왜 그랬는지 처음에 밝히긴 하였지만 그래도 전부를 비판하길 기대했었기에(?)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부분 비판의 의도를 알았음에도 그로 인해 이것이 과연 합당한 비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부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부분만 비판 했다는 것은 비판하지 않은 나머지 부분은 인정한다고 해석이 가능한, 그런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도킨스는 최소한 아직까지 맥그라스의 비판을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맥그라스의 비판에 꼼짝 못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럴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비판은 비판을 낳고 다시 비판을 낳기 때문에 지루한 논쟁을 피하고 싶어서 그런 것인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도킨스가 다시 비판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건전하고 깊은 논쟁을 접하게 되어 그들의 문화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