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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고 힘들때 읽는 책 (합본)
김인경 지음, 고성원 그림 / 혜문서관 / 2007년 5월
평점 :
많은 이들이 지난 97년 외환 위기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 난리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조금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다면 과연 6.25 전란 직후보다 더 힘들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 생각으로 조금이나마 자신을 위로해 보지만 그것은 나만을 위한 것일뿐 많은 사람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다 문득 어느 TV 다큐멘터리에서 한 시민의 말이 생각난다.
"전보다 더 열심히 사는데 살기 더 힘들어지는 건 왜일까요?"
그 말을 들으니 위로는 온데간데 없고, 가슴이 미어진다.
다들 허리띠를 졸라매어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헐떡, 헐떡...' 곧 죽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허리띠를 풀 여유는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더 조여야 할 판이다. 더 이상 조르기도 힘든데 얼마나 더 조여야 한단 말인가? 이제 죽으라는 말인가?
예전 같으면 세상이 어려워질수록 방송 매체를 통해 훈훈한 소식들이 많이 흘러 나왔는데 지금은 오히려 안 좋은 소식만 가득하다. 가뜩이나 몸져누울 판인데 마음마저 힘들게 한다. '약올리나?' 몸은 그렇다쳐도 마음조차 잠시나마 쉴 수 없게 하니 어쩌란 말인가!?
이때에 유일한 안식처는 인쇄 매체, 그 중에서도 책이다. 그나마 책은 우리를 덜 피곤케 한다. 방송은 안 좋은 소식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책은 아직까지 좋은 소식이 가득하다. '지치고 힘들 때 읽는 책'이라는 제목의 본 책도 그것에 한 몫을 한다. 따스한 예화와 우화 등이 차가워진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여준다.
이 책은 총 5부로 되어 있다. 그것은 '작은 일에도 화가 날 때',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 앞에서', '삶에 지치고 서글플 때', '더욱 아름다운 관계를 위하여', '달콤한 유혹 앞에서 흔들릴 때' 이다. 각 대주제 아래 여러 개의 이야기들이 정렬되어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짤막하여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어느 이야기는 단 몇 줄로 끝나고, 또 어느 이야기는 서너 페이지에 걸친다. 모두 양에 상관없이 내용이 쉬워 술술 읽힌다. 내용은 쉽지만 나름대로의 깊이가 있어 세상 시름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몇몇 이야기는 이미 들어본 이야기다. 그중에는 같은 이야기임에도 살짝 다른 부분이 있다. 그래서 '어,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오히려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낫다는 평가를 내린다.
한 두 이야기는 무엇을 말하려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씹고 또 씹어 보지만 뭘 말하려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는 짤막한 건 좋은데 이야기가 너무 맥없이 성급하게 끝나버리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지치고 힘들 때 읽는 책'이라는 제목과 내용들이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대주제와 상관없이 책의 제목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내용들이 많다.
어쨌든 잠시나마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줬으니 그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는 게 힘겹고 지칠수록 마음에는 여유와 사랑, 훈훈함이 평소보다 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들을 어디 얻기 쉬운가? 어려운 시기에 얻은 그것들은 대부분 일회성으로 그친다. 그것들은 평소에 조금씩 채워넣고, 가꾸어 놓아야 지속적으로 원하는 만큼의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일회성이라도 좋다! 잠시라도 힘겨운 삶을 잊을 수 있게 해준다면 말이다!
삶이 힘들어도 "힘들다, 힘들다" 하지말고, 희망을 가져보자. 힘들다 생각하면 더 힘들어지고, 결국 정말 힘들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