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 심윤경 장편소설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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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적 선행학습은 중고등학생에서 초등 6학년생으로 내려왔는데 그들의 부모는 젊어지지 않고 예전 그대로다. 386세대들(지금의 50대)의 자녀교육과 X세대의 그것은 달라야 할 텐데 전혀 그렇지 않고 더 심해진 듯하다. 작가의 한계인가, 현실의 반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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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 Me How It Ends: An Essay in 40 Questions (Paperback)
Valeria Luiselli / Coffee House Pr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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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관한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심각해졌다. 구체적으로는 2010년에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난민들의 권리는 훨씬 더 낮아졌고. 벽을 세우느니 마느니, 돈을 누가 내냐 마냐 식의 논쟁은 이 문제의 얄팍한 겉핥기에 불과하다. 


이 글의 제목의 기원은 이렇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멕시코 난민들의 사연이 직접 들어보면 또 각자 다들 다른 듯도 한데 저자가 통역을 도와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하는 와중에 저자의 아이들이 묻는다.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되었냐고.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돌려보내지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는 것보다 못한 상황일 텐데. 미국은 부시 정부 이후로 그들의 권리를 최대한 박탈해 21일 이내에 그들을 추방할 수 있는 법을 만들었다. 하긴 엄청나게 몰려오는 그들을 막을 방법이 막막했을 수도 있다. 


부제목은 미국이 그들을 추방하기 위해 묻는 40가지 질문을 의미하고 이 책은 그에 대한 난민들(아이들)의 대답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책은 미국에 사는 사람들도, 특히 미국에 합법적으로 사는 멕시코인들도 눈감아 버리고자 하는 숨은 진실을 파헤친다. 미국에 사는 소위 깨어있다는 사람들도 왜 난민들이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오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벽을 세워버리기만 하면 이 모든 비상사태가 잠재워질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높은 벽을 세우더라도 그들은 올 것이며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으면 그들이 이해될 수도 있다. 왜 그들이 험악한 난민 캠프에라도 머물게 되기를 바라는지, 왜 탈출 도중에 죽더라도 탈출을 감행하는지.. 참으로 슬픈 이야기. 


특히나 아이들은 늘 그렇듯이 죄가 없는데. 가족과 헤어지는 것은 기본이고, 탈출 도중에 기차 지붕에서 떨어져 죽기도 하고, 어렵사리 들어간 캠프에서 죽기도 한다. 피임 기구와 같이 딸려 보내지기도 하고, 전화번호가 새겨진 옷을 입고 내보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끔찍하게 내보내지는 아이들은 그나마 그럴만한 돈이 있는 집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그런 돈을 송금해 줄 사람이 미국 어딘가에 있거나. 아니면 그들은 등하교 길에 총에 맞아 죽거나 카르텔의 협박으로 카르텔의 일원이 되어 범죄자가 되겠지. 그곳은 전쟁터였다. 아니 전쟁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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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ilent Patient (Paperback)
Alex Michaelides / Celadon Books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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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스릴러 소설이 있을까. 


스릴러 팬은 아니지만 근 한 달 넘게 원서가 안 읽히던 차에 내 호기심을 자극한 책. 


게다가 한 번 쥐면 놓기 싫어지고 또 그만큼 술술 읽히기도 하는 책. 


여름에 읽기 딱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오싹하게 되니까. 


이 소설에 예상을 뒤엎는 반전이 몇 번이나 나올까. 


요즘 스릴러는 살짝 비트는 걸 참으로 여러번 해야하는구나 싶다. 


영화같다는 느낌으로 휘리릭 보게 되었는데 역시나 영화화될 예정이라고. 


320 페이지 정도 분량으로 금방 읽어낼 수 있다. 


심리 스릴러인데 모든 인물들이 알고보면 다른 인간들이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해 결말로 치달아간다. 


결말은 사필귀정이라 다행이긴 하지만 심리 스릴러 답게 인간이 어린시절의 트라우마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받고 얼마나 거기서 벗어날 수 없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인물의 캐릭터에 반전이 있다는 점. 그래서 핵심은 '네 주변 사람들을 너무 믿지 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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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구원
임경선 지음 / 창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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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의 딸과 함께 열 살의 나와 열 살 때의 부모님을 추억하러 열 살 때 머물렀던 그 곳 포르투갈로 가다. 이 발상 하나로 이미 이 책은 최고의 책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 작가인 딸로서 부모님께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엘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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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북 - 아웃케이스 없음
피터 패럴리 감독, 마허샬라 알리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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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을 받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처럼 느껴지게 깔끔하다. 이 영화 감독은 아카데미 평단들이 뭘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1시간 30분짜리 영화가 가장 완벽하다고 믿는 내가 2시간 10분 동안 지루해할 틈도 없이 영화는 쭉쭉 나아간다. 


클럽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토니는 흑인 피아니스트의 운전사로 고용된다. 뉴욕에서 최남단까지 콘서트 투어를 함께 해 줄 사람으로. 토니도 뉴욕 브롱스에 정착한 이탈리안 이민자로 주류가 아니지만 그 역시 백인인지라 흑인에 대한 혐오가 가득하다. 하지만 돈 때문에 일을 하기로 한다.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형식은 영화에 흔히 나오는 풍경이지만 1960년대 흑인 피아니스트와 함께 하는 남부 콘서트 투어는 남다르다. 더군다나 그가 마초에 레이시스트라면. 


1950년대 흑인으로는 최초로 냇킹콜이 연주를 하려고 했을 때 백인 음악을 연주한다며 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영화 속에 나오는데 이 영화의 배경인 1960년대라고 해서 크게 바뀐 것은 없는 것 같다. 흑인도 백인도 아니고 재즈 뮤지션도 클래식 뮤지션도 아닌, 이성애자도 동성애자도 아닌 자신의 정체성의 혼란을 그대로 토니에게 드러내게 되는 피아니스트 닥(닥터 돈 셜리이지만 토니는 닥이라고 부른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그들 앞에 놓여진 각종 난관들을 헤쳐나가는 로드 무비 형식의 이 영화에서 결국 자신이 연주할 식당에서 연주는 하기로 했지만 연주 전에 식사를 할 수 없는 것을 알고(흑인은 규정상 식당 내에서 식사할 수 없고 대기실도 창고 같은 수준이다. 그 전 연주에서는 실내 화장실을 쓰지 못하게 해서 왕복 1시간 거리의 숙소-그것도 흑인이 묵어도 되는-에 다녀온 적도 있다) 연주 계약을 파기하고 그들이 소개해준 흑인 식당에 가서 클래식 연주(그는 클래식 연주를 배우고 연습했으나 백인 음악이라 흑인이 연주하는 것을 백인들- 닥 음악의 주 소비층-이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음반회사의 권유로 정통 클래식을 연주하지 못한다)를 하는 닥. 그 장면에서 눈물이 찔끔나왔다. 닥터 돈 셜리는 어떤 심정으로 그곳에서 클래식 음악을 연주했을까 싶어서 말이다. 


한국에서야 흑백갈등은 늘 그런 거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미국에서 보면 정말 이것은 뿌리깊은 무엇인가이다. 미국에서 흑백갈등에 가려져 동양인은 저 밑에서 허우적거리고 있거나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뉴욕에서 피츠버그가 첫 콘서트 장소로 나오는데 그것과 관련된 말장난, 남부 어느 곳에서 나신으로 붙잡힌 피아니스트가 나오는 두 대목 때문에 PG 13이나 중학생 아이와 함께 봐도 되는지 망설여진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매우 교육적인 영화이다. 교육적이나 매우 감동적인. 게다가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라니 더더욱 그렇다. 화장실 문제는 '히든 피겨스' 영화에도 잘 나온다. 이제는 이렇게 대놓고 하는 차별은 없지만 오히려 교묘한 인종차별 때문에 더 골치가 아프게 된 것일 수도 있지만 아니길 바래본다. 


영화 말미에 크리스마스까지 집에 도착하길 바라며 눈길을 헤치며 밤길을 운전하다가 역시나 경찰에게 다시 걸리는데. 비오는 남부 밤거리에서 이미 한 번 레이시스트 경찰관에게 된통 걸려 고생을 한 경험이 있어 두 남자들이 심한 기시감을 느꼈으나 다행히 이 경찰관은 이성적으로 차 타이어가 펑크난 채 달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상징적인 영화적 장치라고 볼 수 있는데 (그래도 세상은 살 만 하며 모든 경찰관이 인종주의자인 것은 아니라는 메세지)현실에서는 또다시 죄없는 그들을 차에서 나오게 해서 비와 눈을 다 맞게 하고 각종 시비를 걸어 철창으로 가게 만들었을 것 같은 이 느낌은 뭔가. 


그래도 꽃은 피듯이 그들의 우정도 피어난다. 그것이 우리네 삶이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P.S. 제목의 그린북은 흑인이 거친 남부를 무리없이 여행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가이드북릿(booklet)이다. 제목 자체가 상징적이다. 흑인만 가는 숙소, 식당이 있던 시절이었으니. 흑인은 잘 차려입어도 부잣집 집사로만 보고 백인 운전수를 고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다. 심지어 술 마시러 바에 갔는데도 집단폭행을 당해 토니가 오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참으로 참혹한 시대였다. 흑인의 인권을 지나치게 주장한다 싶을 때도 많지만 이런 과거가 있으니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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