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전쟁

신들의 전쟁 (상) ㅣ 환상문학전집 25
닐 게이먼 지음, 장용준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1월

개인적으로 환상문학, 환타지를 읽는데 익숙하지 못한 관계로 처음에는 사실 당혹스런 표현들에 놀라기도 했다. 닐게이먼이란 작가의 작품으로도 처음이다. 책의 페이지수도 상당한 것도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이내 익숙하게 되어 읽을수록 속도가 붙어서 도대체 전쟁은 언제쯤 일어나는지 알고 싶게 만든다.
 

    시작부터 신보다는 전쟁에 관심이 갔던 터라  신들이 벌이는 전쟁이란 어떤 것인지 계속 궁금증을 자아내게 함으로써 페이지수를 계속 넘기게 하는 매력이 있다.  미국이란 나라가 가진 특이점, 온갖 잡동사니가 나름 조화를 이뤄내 만들어가는 사회성을 "신"이란  인간이 믿고 따르는 종교이상의 존재로 표현해 낸 닐게이먼의 독창성을 읽을 수 있었다.

 

   주인공 섀도는 감옥에서 출옥과 동시에 사랑하는 아내  로라를  친한  친구와 불륜을 저지른 후 사고로 죽은  꺼림직한 상황이다.하지만 끊임없이 그녀를 그리워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웬즈데이와의 만남으로 일생이 그야말로 알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고, 그를 통해 신의 존재를 알게 된다.

 

  단순히 소원을 들어주는 신이 아니다. 인간처럼 질투도 하고 인간에게 버림받아 화가나서 새로운 신, 미디어라는 새로운 문명과의 충돌,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섀도는 꾸는 꿈을 통해  미국이란 새로운 개척지에 이민온 신들의 생활이 나온다.   그야말로 인간화된 신들이 곳곳에 있었다는 사실, 어쩌면 외계인과 별반 다르지 않는 취급을 당하고 자신만의 땅을 찾듯이 익숙해져 버린 신들의 몸부림을 다시 새롭게 하는 데 섀도의 힘이 필요했던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 빠진 섀도를 도와 주는 로라의 사랑,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이 안가는 에피소드들이 미로처럼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드는 작가의 의도대로 이야기는 방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신,구 세력의 충돌을 피하게 만든 섀도의 힘이 평화를 가져온다.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상품이 곳곳에 나온다. 맥도날드가 반경 몇미터 안에 없다는 사실에 놀라는 상황설정등 웃음이 나는 문구도 종종 등장한다. 새로운 땅 미국에 이민을 온 것은 사람만이 아니라는 가정이 다 읽고 나니 재밌단 생각이다.

 

     유난히도 저속한 말투의 등장이 나이 어린 이들이 읽기에는 좀 부적합한 면은 있을 거란 생각이 들게 한다.  번역에서 조금 피했어야 할 표현들이 있다.  판타지 영화를 연상시킨다. 섀도가 꾸는 꿈들이 특히 그렇다.

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1 - 천연두파티
M. T. 앤더슨 지음, 이한중 옮김 / 양철북 / 2008년 11월

 처음 책을 받았을 때  책의 표지에 나온  어딘가 불만이 가득찬 모습의 남자아이의 모습이 먼저 눈에 띈다.  바이올린을 켜는 모습도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도 첫느낌이었다.  시작부터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었다.  자신의 존재를 알기에는 너무 어린 주인공 옥타비안의 이야기의 시작은 그랬다.
 

  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2008.11)는 소설이지만 사실의 근거를 둔 소설이란 점에서 노예들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던, 백인의 인종차별이 얼마나 잔인하고 철두철미했는지를 보여준 책이다. 흑인을 노예로 쓰기 위해 무자비한 폭력을 쓰는 것이 다가 아닌 학문적인 바탕으로 자신들의 우월함을 속속들이 기록으로 남기기까지 하는 모습은 상상을 초월했다. 짐승을 사육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억울하다고 어디에도 하소연 할 수 없는데도  자신이 남들과 다른 교육을 받았다는 점을  볼 때에는 행복했더라고 회상하는 옥타비안, 왠지 쓸쓸하고 외롭게 느껴지게 된다. 실험이란 이유로 개에게 독이든 음식을 주게 하고 결국 죽게 되었을때  괴롭냐고 묻는 실험자의 질문이나 겉으로는 우대해주는 척하다가도 비웃는 모습, 그리고 천연두 파티를 열어 실험대상이었던 옥타비안과  어머니를 두고 그들이 나누는 대화, 주검으로 남은 어머니를 해부하는 모습을 보게되는 옥타비안의 끔직한 일들은 인간이 가진 잔인함의 극치를 본 듯했다.

 

    이야기에 중반에서 시간이 훌쩍 지나 도망을 하게 된 옥타비안을 제3의 눈으로 지켜보는 빠른 전개에서 속도감이 느껴지게 된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도   쫓기는 옥타비안이 전쟁중인 백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연주를 하면서 놀라움에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계속 뒤를 쫓는 기트니 일당들의 편지는 읽는 이로 하여금 조마조마하게 했다.

 

   불행하게도 결국 붙잡히게 되는 옥타비안, 이제 그가 어엿한 청년이 되어 어떻게 전개될지가 궁금하다.

 

  생각보다 처음에 더딘 책넘김이 후반으로 갈수록 술술 넘어가게 한다. 노예라는 제도, 미국이란 사회를 재조명하는 책들이 요즘 많이 나오는 데  맞춰 흥미로운 책이었다.

일상 추리의 스릴과 아쉬움

흑색의 수수께끼 -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 작가 18인의 특별 추리 단편선 ㅣ 밀리언셀러 클럽 90
나루미 쇼 외 지음, 유찬희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0월

살다보면 때로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혹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누군가의 힘이 작용이 되어 잘못되어 가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해 볼 때가 있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이유없이 그렇게 되버린 운명이었다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모를 일들을 소재로 삼은 추리단편 <흑색의 수수께끼>(2008.10)는 내가 그동안 의심했을지 모를 일들이 모두 가능성 만큼은 충분하다고 알려주면서 한편으로는 소름이 돋게 하는 추리소설이다.

 

 첫번째 작품 화남(花男)에서는 중이염을 앓고 있던 주인공 렌지가 아내의 유산의 원인으로 자신의 병과 관련있음을 나중에서 알게 되기까지 일들의 나열이다. 사실 제목으로는 무슨 이야기가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두번째 이야기는 워낙 드라마 (연애시대)로 만들어져 유명한 노자와 히사시의 저벅저벅이다. 네 편 각각의 작가의 특유의 맛이 있지만 특히 소름이 돋았던 작품이다. 어린 시절의 성폭력의 충격을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이 자신을 범한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 결국 범인을 맞딱뜨린 순간, 오싹하는 느낌이었다.

 

 세번쨰 이야기는 목소리는 우연히 낚시를 하러 갔다가 만나게 되는 남자에게서 듣는 아버지를 회상하는 이야기. 제목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이야기였다. 아버지의 유품이었던 낚시대에서 발견한 메모에 쓰인 동생의 이름을 들여다 보면서 아버지를 다시 한번 추억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

 

 네번째 작품은 일본을 방문한 상대성 이론의 아이슈타인 박사가 애지중지하던  바이올린이 도난을 당해 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밝혀지는 진실이다. 뭔가 더 이야기가 나올 것이란 기대가 살짝 빗나가서 그런지 추리소설이라기 보다 탐정소설에 가까웠다.

 

 워낙 스릴러의 젖어 있던 내탓이다. 무시무시하고 읽는 동안 긴장을 해야하는 다른 작품들처럼 너무 긴장을 바짝 했나보다. 저벅저벅외에 세 작품의 제목이 조금 내용과는 동떨어진다는 느낌만 빼면 새로운 느낌의 추리단편소설을 읽었던 좋은 기회였다.

제대로 알아보는 미국제국주의 역사

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 ㅣ 다른만화 시리즈 1
마이크 코노패키 외 지음, 송민경 옮김 / 다른 / 2008년 11월

화염에 휩싸여 미국의 상징인 100층 건물안에 수백명의 사람들의 절규가 텔레비젼 화면을 가득했을 때가 생각난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미국 블록버스터 영화인지 사실인지 전혀 구분이 안갔던 9.11이나 또 얼마 안있어 무슨 전쟁놀이를 방불케하는 전쟁선전포고 또한 거의 생중계했던 미국의 행동을 보고 있으려니 감정도 무뎌지게 했다.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던 전쟁의 모습이 이렇게 안방에서 온 가족이 모여앉은 시간에 방영을 하는 것은 또 무슨 의미로 이해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로 그들은 잔인했다.

<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2008.11)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미국 제국주의의 역사를 다큐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증언해 주고 있다.

 항상 북한 방송에서 자주 등장하던 미제국주의 어쩌구 하는 것을 볼 때는 또야 하는 시큰둥한 반응이 나오게 마련이었는데, 사실은 길지 않은 미국의 역사에 큰 획내지는 중심에 제국주의가 얼마나 깊게 뿌리내려 있음을 말하는 것을 나는 간과했던 것이다.

 국내적으로 인디언의 그들의 삶의 터전에서 쫓아내는 것부터 쿠바를 스페인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명목하에 미국의 보호령으로 만들었던 미국,먼로주의에 입각해 아시아의 공산화를 막는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인 침공, 학살 또 학살의 현장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바로 미국 제국주의의 모습이었다.

  승리의 기쁨을 나타내는 사진 뒤에는 엄청난 사람들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묵과한 것이었다.

  은밀하고도 치밀한 작전을 동원한 이란의 민주주의를 염원한 모사데그 축출사건이 없었다면 아마 9.11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싶다.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위선 거짓으로 가득찬 모습을 가진 미국, 이제라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책을 읽었으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P 279

  "어려울 때에 희망을 갖는 것은 어리석은 낭만주의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역사가 잔인함의 역사만이 아니라 열정과 희생,용기와 관용의 역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태도입니다."
 

잠자고 있는 자신감과 용기 깨우기

교실을 뒤흔든 발표의 달인 - 초등학교 발표력이 평생을 좌우한다
장진주 지음, 송진욱 그림 / 국일아이 / 2008년 9월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보는 것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이다. 더구나 이제 학교를 가게 생긴 내게는 벌써부터 학부형이 된다는 설렘보다는  바싹 긴장하지 않으면 안되게 하는 무엇이 목에 탁 걸린 느낌이다.  아이처럼  아무 걱정없이 새옷에 가방에 신발까지 흥분의 도가니였으면 좋을텐데 말이다.
 

   이제 생각해보니 까마득한 어린 시절에 나는 너무 수줍고 내성적인 아이로 기억된다. 지금의 모습을 보면 뜨악할 일이지만.. 내게는 취약점인  발음문제라든가 대인 공포증까지 있었는데 아이에게 자신 있게 애기해 라고 부추기는 나자신을 보면 아이에게 너무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말을 잘하는 아이, 자신감을 가진 아이로 자라주길 누구나 바라는 바 일것이다.

 

 『 교실을 뒤흔든 발표의 달인』 (2008.9)을 읽고 있으려니 왠지 모를 두려움을 사라지게 해 준다.  내가 겪었던 어려움을 아이는 겪지 않아야 할텐데 걱정만 하는 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의견을 잘 표현하게 도와 줄 수 있을거란 자신감까지 생기게 된다.

 

   발표라는 단어를 떠올려 보면 이번 미대통령 선거에 오바바가 연상되는 데 아무래도 건강한 미소와 자신에 넘치는 연설을 방송을 통해 본 나머지 그러하리라. 그와 같이 하기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연습이 있었을지 가히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책을 읽는 동안  방송에서 보았던 익숙한 아나운서가 쓴 글이라 그런지 톡톡 튀는 느낌의 문구가 맘에 든다.  발표란 어려운 과제처럼 생각하기 쉬운데  내안에 잠자고 있는 자신감과 용기를 깨우는 것이라는 정의는 너무 가슴에 와 닿은 말이다.

 

  일단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있으면서 남들 앞에서 떨지 않고 말을 조리있게 하기 위해  씨앗을 뿌린다는 말, 특히 링컨의 예화에서는 머리를 철판을 생각하고 한 번 새기면 절대 잊지 않는다. 완벽에 가깝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만이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었음을 깨닫게 해준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구체적인 행동(시선, 표정, 옷차림등)에 대한 제시라든가 직접 발음 연습을 위해 발음하기 어려운 제시 예문은 특히나 아이와 서로 마주보면서 읽다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쭈볏거리는 습관은 어린 시절의 좋은 추억을 만드는 일에는 분명 걸림돌이 될 것이란 내 경험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 부지런히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꼭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본다.

 

  이제 교실을 뒤흔들 일만 남았다. 기다려라 친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