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아이들의 경우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아 오히려 병원신세를 덜 진 큰애에 비해 비교적 얌전한 작은애가 오히려 병원신세를 많이 졌다. 물론, 너무 방심했던 탓도 있지만 어떻게 그렇게 다칠 수 있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 정말 일어나는 데 이해할 수 없었던 적도 있다. 우리 아이 생활 안전 백과(2009.1 진선북스)를 읽다보니 그럴 수 있었음을 가능하게 했던 나를 뒤돌아 보게 하는 책이다. 처음엔 귀엽고 깜찍한 사이즈에 놀랐다. 두툼한 책이라 생각했던 내게 다소 의외였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거의 대백과 사전 크기와 두께의 책만 보다 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될 만큼 작지만 속이 꽉찬 책이었다. 우선 요즘처럼 아이를 유괴해 벌어지는 일들이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지도를 그려보는 좋은 방법이 눈에 들어 왔다. 삽화까지 곁들인 설명도 친절하다. 아이의 마음읽기도 아이의 행동과 연관지어 읽어두면 도움이 될만한 문구들이며 , 혹시 잘못 삼킨 이물질을 무조건 토하게 해야 하는지 아니면 물이나 우유중 어떤 것을 먹여야할지 구분해주는 세심한 부분까지.. 책 하단에는 비슷한 경우를 찾아갈 수 있도록 페이지 수가 적혀 있어 앞으로 뒤로 읽는 재미도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자동차 관련 일을 하는 아빠가 하는 일에 유독 관심이 많은 우리집 큰 아이는 이제 로봇에 관심이 가질 나이임에도 늘 자동차에만 빠져 산다. 우리가족이 자주 갔던 교통박물관을 고스란히 집안으로 옮기도 싶어할 정도이니 상수리나무 출판사의 알고 싶고 타고 싶은 자동차를 본 순간, 너무 반가운 나머지 그만 공중 부양을 시도할 정도였다. 첫장 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자동차 그림, 특히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가 더 매력적인 책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팔린 자동차, 이름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 등등 자동차의 역사로 시작하는 다소 고전적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 관련 책에 볼 수 없는 현실적인 책이다. 자동차발전에 관한 이야기는 과학발전과 경제관련 두 분야의 역사적인 이야기를 동시에 배울 수 있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어려운 용어에 관한 것도 빠짐없이 설명해주어 그동안 궁금해 하던 것도 해결 된다. 새로 나온 신차에 특징, 자동으로 차간 거리를 조절해주는 차, 경사로에서도 스스로 감속을 하는 차, 밤에 안보이는 물체까지 알아내는 차까지 미래형 자동차가 총망라해서 나오자 아이는 물론 어른까지도 관심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맨 뒤장에는 책에 나온 자동차 관련 퀴즈는 온가족이 같이 풀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편리한 이동수단에서 이제는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자동차에 대한 모든 것이 나온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눈이 휘둥그레할 책이다.
작년에 난 우연히 도서관에서 <역사의 등불 사마천 피로 쓴 사기>를 읽었다. 상당한 페이지 수에 놀라고 또 다 읽었을 때 그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또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난세에 답하다라는 제목이 눈에 띄어 관심이 갔던 터였는데 책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같은 사람이 쓴 책이라는 사실을 알았는데 너무 반가웠다. 사마천의 일생만큼이나 드라마틱한 내용도 끌리는 사기를 다시 읽어보고픈 내 맘을 알기라고 하듯 책이 나왔다는 반가움말이다. 이 책은 저자가 교육방송에서 32시간 특강을 한 것을 녹취해 책으로 펴낸 책이다. 그만큼 어렵게 나온 책이다. 하나 하나 흘려보내지 않고 꼼꼼히 점검했던 흔적이 보인다. 첫1강에서 32강까지 직접 사마천의 고향을 답사한 사진이라든가 고사성어에 나오는 인물들을 그림들까지 역사속에 사람들을 만날 볼 수 있다. 2006년 전 <사기>가 나오게 된 배경이며 각계 각층의 인물들이 나오는 사마천의 <사기>는 그 어떤 역사서보다 흥미진지한 이야기거리를 자세히 풀어나가고 있어 분량에 비해 글 넘기기가 쉽다, 또한 저자의 촌철살인같은 우리의 사회의 문제점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정치를 하는 사람도 민중의 아픈 상황을 알게 하는 예를 들어 설명해주고 있다. 어느 부분에도 펼쳐도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사기의 매력은 인간의 오욕칠정을 한 데 어우러져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 p131 에서 호견법(한 인물의 개성이나 특징 등을 여리 저기 나누어 서술함) 때문이라 저자는 말하고 있다. 사마천은 역사가이지만 경제 부문에서도 탁월한 식견을 가진 자였다. 화식열전에서 말하는 다양한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 우리의 경제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나올 듯 하다. p396 아무리 뛰어난 지도자도 오랜 시간 안정을 유지하다 보면 현상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때 자성하지 못하면 판단력에도 문제가 생긴다. 자성과 함께 새로운 인재를 등용해 정치의 신진대사가 원활해지도록 손을 써야 한다. 그때 도리어 간신배들을 기용하는 경우가 많다. 몸에 비유하자면 새로운 영양소를 공급해 피가 원활하게 돌게 해야 하는데 새로운 인재는 커녕 간신배에게 의존했으니 나라가 동맥경화에 걸린 것이다. 여기저기서 어렵다 어렵다란 말이 절로 들린다. 더구나 모두들 어렵다하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주저 앉고 싶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겠지만 어디서라도 위안을 받고 싶다면 한 발 물러나 옛 선인들의 지혜를 들어보는 여유를 잠깐이라도 누리고 싶다면 권해 보고 싶다. 분명 딱 떨어지는 정답을 없을지라도 말이다.
어느 때처럼 주말 나들이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데 미술관 표지를 봤다. 무심코 들어간 미술관에서 아이들의 반응은 시큰둥 그 자체였다. 설명해 주시는 분의 설명이 특히 아이들에게 거부반응을 일으켰던 모양이다. 물론 조용히 하고 설명 듣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림을 보러 들어갔는데 그분의 이력을 듣느라 온통 시선을 모두 빼앗겨 실상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도 안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아이들와 미술관을 갈 기회가 없던 우리 가족에게 이번에 <퐁피두센터>(2008.12 한솔수북)은 작은 파장을 일으켰다. 아이는 첫장에 나온 사진을 보더니 정숙을 강조하는 기존의 미술관이 아니라는 데 더 관심을 불러 일으켰나 보다. 딱딱한 그림들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에도 친근하게 다가 왔나보다. 퐁피두 센터는 프랑스 전 대통령의 조르주 퐁피두가 계획하여 완동되어 1977년 1월에 개원한 프랑스 예술 센터이다. 이 책은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접근하기 위해 이야기를 엮어나가면서 그림설명을 하는 방식(이 그림의 누가 그린 무슨 그림이며 무슨 상징을 하는가)이 기존의 책들과 차별을 이룬다. 그림을 보는 것은 각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데서 시작하는 로봇의 설명이 현대미술을 즐기는 재미를 불러 일으켜 준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그림들도 이제 거부감 일으키지 않을 것 같다. 현대 미술의 거장들이 책 한권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아이들과 미술관에 갔는데 막상 무엇을 어떻게 설명해 야 하는지 막막했는데 이제는 그 두려움이 사라졌다. 실험정신에 가까운 그림들이 아이의 눈에도 재밌는 모양이다. 엄마 나도 그릴 수 있다는 크레파스를 찾는다. 덕분에 한 동안 그림책을 끼고 살 모양이다. 이름만 알던 피카소, 뒤샹, 간딘스키등등 미술책에서 보았던 그림들을 이제는 직접 미술관에 가서 직접 그림들을 보고 싶다
아버지의 작가 김정현의 신작 고향사진관을 읽기 시작했을 때 제목이 주는 느낌은 영화8월의 크리스마스에 나오는 오래된 사진관을 연상시키지만 첫장부터 작가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글이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게 만들었다. <고향사진관> (2008.12 은행나무)에 나오는 주인공 용준은 쓰러진 아버지가 하시던 가업을 이어받아 꾸려가는 영락없는 맏이란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사람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던 내 부모님들도 자식 사랑에 있어서 늘 드러내지 못하고 얼음장밑에 흐르는 물 같았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병환에 자신의 꿈도 모두 접고 오롯이 아버지를 향한 한결 같은 마음이다. 친구들이 말하는 용준은 때로는 놀림감이 되기도 하고 늘 같은 자리에서 언제라고 찾아가면 정겨운 고향같은 친구다. 아내 희순에 대한 사랑도 늘 아버지보다 뒷전이지만 이해해 주는 아내에 대해 항상 고맙고 드러내지 않지만 나누든 대화속에 담겨져 있다. 사소한 일에서부터 주위에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강직함이 용준을 살게 해준 힘이 되어주었던 것 같다. 긴병에 효자 없다란 말처럼 병을 간호하는 일이란 얼마나 어려운 일일텐데도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아버지가 혹여 일어나셨을 때 못알아보면 어떡하나 하면서 걱정하던 모습이 찡하다. 결국 17년이란 긴 세월을 모두 아버지를 위해 헌신하면서도 늘 걱정하던 용준의 암소식은 주위사람은 물론 이 모든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에 내 일처럼 안타깝게 전해진다. 사는게 어렵고 힘들때 말 한마디라도 힘이 생기게 해주는 친구가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언제라도 달려가면 그자리에 있을 친구의 다른 이름 고향이 가고 싶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