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집 개구쟁이 아들 녀석이 회초리로만 알고 있던 것, 바로 길이를 재는 "자"의 새로운 용도를 알고부터는 여기저기 재고 다닌다. 무섭게 노려보면 오히려 헤헤 웃으면서 요리조리 잘도 피해다니더니 오히려 자를 들고 엄마인 내게 다가와서 요건 몰랐지 하는 식으로 오히려 가르치려 들기까지 하는게 귀엽다. 새로운 걸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한동안 재고 다니더니 불쑥 이렇게 물어본다. 왜 길이는 cm이지? 순간 어! 하면서 뭐라고 대답해 주기가 어려웠다. 사실 엄마인 나도 의심한 번 하지 않고 의례 그런 줄로 알고 있었는데.. 초등학생인 아들녀석과 머리싸움을 해가며 서로 먼저 읽어보고 싶게 만든 < 고양이가 맨처음 cm을 배우던 날> (2010. 5 아이세움)은 수학과 과학을 동시에 알아보게 되는 일석이조의 책이다. 오동통한 몸매에 명랑하고 활짝 웃는 모습이 귀여운 고양이와 이야기를 좋아하는 쥐가 서로 친구로 나오는 처음 대화가 꼭 우리집 대화를 쏙 뺴닮았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을 던져놓고 간식부터 입에 물고 하는 잔소리는 오늘 학교에서 어쩌구 저쩌구 재미없다는 투지만 일종의 자랑하는 투의 고양이가 특히 그렇다. 처음 길이를 나타내는 cm이 아니라 숑숑땅콩캬라멜이구아나넬름넬름드르르닥뽀용이라면? 읽는 중간 중간 한번은 숨을 쉬워줘야 할 듯한 긴 이름이다. 저절로 웃기기까지 한 이름이다. 아마 cm이란 간단한 이름이 나오려면 얼른 넘겨야 하는데 아이는 계속 입속에 맴도는가보다. 계속 숑숑 땅콩 ~~ 하고 있다. cm라는 이름이 나오기 까지 과학자들의 힘을 빌린것을 알게 되니 수학과 과학의 절친임이 분명하다. 이제 긴 설명과 더붙여 센티미터가 밀리미터로 넘어가는 과정에 등장하는 고래씨 옷만들기는 작은 체구의 생쥐아저씨와 아줌마 고생했을 생각에 웃음이 난다. 집에서 학교까지 누웠다 섰다하면서 길이를 재는 고양이 역시 귀엾다. 1센티미터가 100개 있으면 1미터, 1미터가 1,000개있으면 1킬로미터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이제는 우주로 넓혀져 우주를 잴 새로운 방법이 시도 된다. 바로 빛이다. 빛이 1년동안 가는 거리를 1광년이라 부르기로 약속하고 점점 머리속은 복잡해져 가는데 아이는 갈수록 눈이 커진다. 어마어마한 숫자에 놀랄즘에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를 세포를 재는 마이크로미터, 나노미터이등 물건에 따라 천차만별인 단위의 종류를 알게 되는 결론은 모든 길이의 처음 미터였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귀염둥이 고야이와 생쥐의 알콩당콩한 대화체로 이어지는 글을 죽 이어가다보면 수학시간에 배우지 못한 이야기와 과학자들의 놀랍고 신비로운 발견이야기까지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려서 다시 읽어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 읽어보게 된 <호밀 밭의 파수꾼>(1998.문예출판사)다. 기억도 희미해져서 처음 읽은 것은 아마 고등학교 졸업하고도 한참 지나서였는데 아마 그때나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현실성이 별로 없어 미래에 대한 어떤 기대도 없었는지 재미다운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호밀과 파수꾼이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주인공의 혼자하는 일종의 나례이션이 어색하기도 했고 오히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가 아니고서야 네번씩이나 학교에서 퇴학을 당할 이유가 없지 않나 싶어 그점에 일단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아직도 어른이라는 세계를 이해못하는 구석이 있긴 해도 그래도 그때보다는 세상을 겪고 아이를 키우는 나이가 되어 읽은 <호밀밭의 파수꾼>은 확실히 다르다. 일단, 주인공과 관련된 두 사람의 죽음(동생 앨리와 친구제임스 캐슬)이 준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고 여동생 피비를 사랑하는 자상한 오빠라는 사실이다. 한번도 아니고 네번이나 학교를 그만 두게 된 것에 죄책감에 사로잡혀 집으로 곧장 가지 못하고 편지가 도착할 수요일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기숙사를 나와 몰래 동생을 만나기까지 겪은 일들이 지금 읽어도 남다른 시각과 이어지기 어려운 사건들이 끊이지 않게 이어지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게 된다고 생각하니 가히 천재적인 작가였음이 다시 느껴진다. 열여섯 소년이 창녀를 만나고 담배를 피우고 지금 생각해도 반항아 내지는 사회에 불만이 많은 어투까지 어른이 된다는 것을 두렵지만 이성에 호기심이 왕성한 사춘기 소년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일들이었고, 은연중에 변호사인 아버지의 일들을 비판하고 있는 점등이 이책이 읽을 수록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다소 거친 말투와 표현을 해도 동생 피비가 같이 떠나고 싶다고 하자 비로소 자신이 어리석음을 깨닫게 된 홀든, 마지막 피비가 목마를 탄채 돌아가는 것을 보고 무척 행복해 한다. 마지막 요양원에서 이글을 쓰고 있으며 그동안 못만난 많은 사람들을 그립다고 말하면서 절대 그냥 말하지 않는다. 그냥 곁에 없어서 그런것이라고..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 어린아이들을 보호해 주고 싶다는 주인공의 소원은 아마도 동생을 잃은 슬픔이 너무도 커서 죽음에 대한 공포와 죽은 동생을 보고 싶은 간절함이 더해져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철들지 않는다는 것>,<아직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야>로 만났던 이미 하종강이란 사람의 열혈팬이 되었다고 밖에 할 수없는 나는 새롭게 일러스트까지 담긴 글을 마주 하고 있자니 또 눈물이 났다가 잔잔한 미소를 짓게 되겠구나 그렇게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이번엔 그가 만난 여인들이다. 이전에 읽었던 그의 글에서는 노동현장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이라면 이번에는 편을 가르고자 한 건 아니지만 노동시장에서 가장 약자에 속한 여인들이라니 그냥 읽기도 전에 마음이 약해지는 걸 어쩔 수 없다. 첫장부터 속이 답답하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 너무 속이 상하니 그냥 답답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경우도 있을까. 청천벽력같은 아들의 죽음과 믿고 의지해떤 딸의 죽음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할머니의 사연, 어린이집 선생님이 유치원선생님이 꿈이어서 아이들을 사랑하고 차마 어린이들을 이용해 자신의 배를 채우려 한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부당해고 억울한 사연은 그냥 눈물이 난다. 얼마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한 여대생의 어머니뻘 청소부아주머니에게 한 막말로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한 청소용역하는 분들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를 생각나게 하는 현실자체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던 한 아주머니의 글, 점심 먹을 곳조차 없어서 화장실 맨 끝칸에서 무릎을세우고 김치소리 씹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먹는다는.. 이런 현실이 제발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1부에서의 노동현장에서 만난 여인들이 마음을 후볐다면 2부에서는 여인의 향기편은 그의 가족, 집안의 해로 이름이 아내가 아닌 안해와의 추억은 이미 다른 책에서 본 것과 겹치는 것도 있지만 다시 읽어도 애잔하다. 고문현장에서는 동지였고 같은 여자가 봐도 남편을 이해하는 데에는 그의 안해만한 사람은 드물 것이지만 그의 안해 자랑은 읽는 책마다 느꼈기에 이제는 질투가 날 정도지만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한 분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람을 한 권의 책으로 울다가 이내 언제 울었냐는 듯 미소짓게 하고 흥 하게 질투나게 만드는 특이한 소질을 가진 하종강의 새책 <울지말고 당당하게>은 역시 다음책을 기다려지게 만든다.
처음에는 인터뷰책인 줄로만 알았다. 21명의 멘토를 찾아 젊은이들의 인터뷰형식으로 마지막에는 그들의 권하는 책을 추천받는 형식이겠거니 혼자 짐작했다. 기존의 나온 책들이 보통 그런식이였으니까. 이름만 들어도 책 이름이 떠오르는 우석훈, 홍세화, 김혜남, 서진규등등 총 21명의 멘토라 불리는 사람들을 지금 20대를 살고 있는 청년들이 직접 만나 20대에게 전하는 메세지를 전하면서 직접 추천된 책을 읽고 소개한 이 책은 예상한 것 이상으로 소박하면서도 진지하다. 30대 중반인 내가 겪은 20대에 처음은 대학 새내기에서 활기차게 시작했지만 졸업을 앞두고 취업전선에서 답답함 것을 지나 후반에는 결혼을 하고 아이 엄마가 되어 있었다. 전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면서 가장 힘든 결정을 해야 하는 20대에게 제대로 된 말을 던지고 책을 권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아니 저명한 인사를 만난다는 것 자체도 용기 있는 이 책을 쓴 저자 7명이 , 각각 세분씩 나누어 만나고 써내려간 모두 21분은 저마다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분야에 소신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이 만난 모두 유명한 사람들이라 이미 책을 통해 만나봤던 사람들도 있지만 특히, 영철버거로 유명한 고려대 앞 햄버거 주인아저씨와의 인터뷰에선 자신보다 많은 돈을 기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많이 배우지 못한 자신이 해마다 2천만의 기부를 한다는 그는 성공에만 집착하는 20대에게 기부를 통한 마음의 부자 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영화배우 박철민은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으면서 가진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하면서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는다는 것 자체의 즐거움이 전해졌다. 씨네21에서 눈에 익었던 대중문화 평론가 김봉석의 한마디,즐겁게 삽시다와 딱 걸맞게 추천한 책은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는 오늘날의 20대가 바로 윗세대를 이해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작가 노희경의 녹록하지 않은 인생사부터 어느날 갑자기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과감히 유학길에 오른 우석훈 교수, 영화감독 송일곤등 대한민국을 사는 현재 이십대들에게 꿈처럼 느껴질 지 모를 일들을 할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은 그들이 남보다 더 많이 배우고 잘나서가 아니라 암울하게만 생각할 수 있었던 그 시기를 누구보다도 견딜 수 있게 한 자신만의 꿈을 잃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부디 꿈을 되찾기를 바라는 멘토들이다. 20대의 다른이름 도전하는 그들에게 위안이되고 생각하고 뒤돌아보게 하는 모두 21권의 책들과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지고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 대리만족을 시켜주었고 무엇보다 지금 취업을 앞둔 인터뷰어들의 고심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김태훈, 이름만 들어서는 모르겠다. 그의 사진을 보고 아~ 어디서 봤는데 하고 생각해보니 TV에서 본 적은 있다. 뭐하는 사람인지 영화소개하는 프로에서 봤는데 내지 이경실과 같이 나오는 케이블 프로에서도 나왔다고도 하는데 영 감이 오지 않았다.아니 관심이 없었다. 말솜씨가 워낙 사람보다 앞서 그런 것같다. 아마 말하기 파이터가 아닐 정도로 잘도 빠져나가는데 아마 그런 대회가 있다면 (일종의 말싸움) 일등을 따논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들어보니 다 맞는 소리같은데 반감은 없지만 그렇다고 호감가지는 않았다. 그런 내가 이번에 제대로 알았다. 그의 정식 직업 명칭은 '팝 칼럼니스트'다. 영화감독을 꿈꾸고 세상을 재밌게 살고 싶어 나름대로 영화를 밥먹듯 봤고, 음악역시 국대신 먹은 것이 맞는 모양이다. 정말 많이 알고 있다. 영화와 음악이야기로만 책을 한 권 쓸 수 있는 정도이니.. 김태훈의 또다른 직업(?)은 연애 카운슬러다. 연애도 그렇게 많이 했는지 그의 말로만 확인이 가능한 터라 믿을 수 없는 이유는 그의 아직 미혼이라는 사실이다. 카사노바는 아닐 것 같은데 남들의 연애사의 조언을 할 정도이면 상당한 수준인 모양이다. 그의 글을 이번이 처음 읽는다.<김태훈의 랜덤워크>(2010.5 링거스)는 저자의 인상을 한 번에 뒤집을 만한 책이었다. 아니 이제야 어떤 색안경을 벗을 수 있게 만든 책이라고 할까 아침에 깨워 밥을 차려주는 엄마와 살고 있다는 잔소리를 듣는 자신을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잭슨파이브가 바네사 메이가 뜬금없이 튀어나오고 영화 E.T의 드류 베리모어와 매컬린 컬킨의 예가 나온다. 정신을 차리고 읽어야하는 고전도 아닌데 이야기의 전개가 정말 가히 롤러코스트 수준이다. 짧은 글안에 자신의 모든 생각을 쏟아부은 결과라 그럴법하기도 하다. 칼럼이란 글이 주는 짧고 명쾌한 글이 주는 매력에 어느새 나도 모르게 적응이 되었는지 읽을수록 저자가 매력있어 보인다. 박학다식이란 말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가 보다. 애로영화부터 도무지 안본 영화가 없다. 영화이야기를 하다가 불쑥 자신은 어떤 애인이었을까 묻는데 외로움이 느껴지다가도 많은 사람들의 나처럼 잘 모르는 가운데 이상한 눈으로 보는 네티즌들의 살짝 상처를 받은 것도 느껴진다. 그의 영화와 음악이 버무려진 일과 일상이 어디 딱히 한곳에 묶인 것보다 여기저기 자유롭게 다니면서 재밌게 살려는 한 방편이라 보인다. 아마도 조만간 "뭐 하는 분이세요?"라는 질문은 적어도 듣지 않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