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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동물원 - 국어 선생님의 논리로 읽고 상상으로 풀어 쓴 유쾌한 과학 ㅣ 지식의 놀이터 1
김보일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2년 2월
평점 :
생각지도 못하게 작년부터 회사 공터를 활용하자는 남편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한 회사측의 배려로 밭고랑이 무려 5줄이 늘어나 기뻐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애매한 상황이 일어났다. 감자를 심고 또 심었는데는 데도 끝이 보이지 않는 지루함에 그만 수확할 때의 희열을 기대하기는 커녕 그야말로 나자빠졌다. 그렇게도 비가 많이 온 뒤에 난 무성한 잡초를 뽑고 기진맥진 나에게 -남편은 절대 힘든 잡초뽑기는 안한다- 드디어 수확의 날이 왔다. 심을 때도 어떻게 캐나 걱정을 하면서 했는데 막상 감자가 줄줄이 나오니까 남편은 정말 좋아서 얼굴이 환해지고 반대로 나는 언제 허리펴나 싶어 호미질을 열심히 하는데.. 어 물컹거리는게 만져지면서 이상한 쥐와 비슷한 동물의 갑작스런 출현은 나도 모르게 꺄약~~ 회사가 떠나갈 듯 소릴 질렀다.
다급하게 삽을 가져와서 진압해보려고 하던 남편도 처음과 달리 계속 나오는 두더지 대가족을 감당하지 못해 도망가기 바쁘고 급기야 감자를 그만 캐야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정리하고 가려는데 어디서 우는 두더지 엄마의 소리가 거의 돼지 울음소리에 가깝게 커지더니 알고 보니까 다 도망가고 힘이 없던 어린 새끼가 우리 발 밑에 있는 걸 알고 도망가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우리 가족은 눈물 겨운 두더지 모자의 상봉을 봐야했고 아이들은 정말 좋아했다. 반대로 난 다시 감자를 캐야 해서 두더지를 미워해야했다.
책에서 보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는 깔금하고 포장된 그림과 아름다운 결말까지 모두 좋아라하지만 막상 실제 보게 되면 거부감이 있다. 작년한 해 지렁이는 워낙 많이 보고 만져서 덜하지만 두더지를 시작으로 고라니, 도마뱀, 그냥 큰 뱀(구렁이라고 하는)까지 꿈에서 혹시 만날까 싶어 무섭다.
김보일샘의 <나는 상식이 불편하다>를 읽은지 꽤 시간이 흘렀다. 상식은 누구나 읽고 공감하는 진리와는 다르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모두 옳다고 믿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게 해 주었다.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피해자와 가해자는 얼마든지 바뀌게 되고 잘못된 상식으로 빚어진 선입견은 무서운 결과까지 올 수 있다는 경고까지 이 세상은 공존의 시대임을 잊지 말아야지
다윈의 서거일을 기념하기 위해 4월에 과학의 날이 지정되었다란 얘기 얼마전에 알게 되었는데 그만큼 다윈의 업적을 기억해야 하는 데는 세계를 그야말로 발칵 뒤집은 진화론의 어마어마한 영향력이 어디까지 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리라
제목으로 짐작한 동물과 인간이야기로 생각했던 내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다윈의 동물원>(2012.2 북멘토)은 김보일샘의 다양한 관심 만큼이나 책읽기,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동물인지 확인시켜준다.
지나칠 정도로 짧게 끝난버린다. 트위터와SNS에 익숙한 이들을 염두해 둔 선생님의 생각에서 나온 것일게다. 아무튼 한 장 한장을 읽으면서 웃기고 하고 이런 동물들의 특징이 있었나 인간은 얼마나 또 잘났다고 설치는지 진득이 만큼 인내심도 없으면서 말이다. 오늘도 부팅이 늦다고 궁시렁 대는 나에게 기다려 한마디를 외치는 것 같다.
눈도 귀도 없고 나중에 소화기관 마저 없어져 먹지도 않고 죽을 때까지 깜깜한 동굴에서 사는 오직 견디기 위해 존재하는 동물 올름, 때로 질리도록 없어지지 않는 모성애는 오직 인간만이 지닌 걸로 착각했는데 무려 13살까지 젖을 물리는 고래, 새끼가 포경선에 잡혀가면 포경선을 이마로 들이받는 고래의 모성애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사육장에서 키우는 새들 가운데 노래를 가장 잘하는 새(수컷)가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짝을 얻습니다."
- 다윈
동물들의 짝짓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특히 수컷의 모습은 가히 굉장하다. 암컷에게 잘보이기 위해 화장품격인 색소를 먹는 물고기,나무가지와 열매를 동원해 형형색색의 집을 짓는 새틴바우어버드는 일단 짝짓기에 성공하면 돌변하는 무서운 새까지 다양하다.
때로 인간은 동물처럼 솔직하지 못하게 행동한다. 인간이기때문에 할 수 있는 일도 거짓과 위선으로 치장하고 숨기려고 애쓴다. 인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섭게 자연과 동물을 착취하고도 미안해 하지 않는다. 인간이 누리는 모든 행복에는 많은 희생이 있다는 것을 알고 겸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