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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곶의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우연히 들른 찻집이 마음을 달래주는 곳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마치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암담함 현실을 잠시라고 잊게 만든다면 또 얼마나 더 좋을까. 찻집에 들어 갔는데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이 화려한 조명이 비치는 액자가 아니라 창 너머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그런 곳이라면 지금 당장 달려가고 싶다.
친구와 서로 오해가 있어서 말싸움을 하고 난 뒤 늦은 저녁을 먹으러 작은 가게에 들어갔다. 손님은 오직 나 혼자다. 곧 문을 닫으려는 정리를 하고 있는 데 들어선 나를 보고 다시 주문을 받는 주인에게 좀처럼 그런 일이 없는데 그날은 누군가에게라고 말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털어 놓았다.
엉뚱한 내 말에 흔쾌히 들어주고 위로하던 주인 아주머니는 다음날 그 친구에게 무어라 말을 해야하는지 몰랐던 내게, 나보다 많은 사람을 만났고 겪었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한마디는 "시간이 약이니 조금 더 기다려 보라"였다. 서먹해진 친구와 내 사이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정말 감쪽같이 시간이 지나자 오해도 풀리고 좋은 관계가 되었다.
벌써 15년이나 더 지난 이야기의 그 아주머니가 생각나게 하는 에쓰코씨가 운영하는 찻집 <무지개곶의 찻집>(2012. 5 샘터)이다. 서로 나눈 대화의 장소가 다르고 나눈 이야기가 다 다르지만 계절의 변화와 흘러나온 음악과 인물들은 나처럼 위로를 받는 곳이다.
하루아침에 아내를 잃고 엄마를 잃은 아이와 무지개를 찾다 우연히 들른 무지개곶의 찻집의 그림이다..무거운 오토바이를 끌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데 마침 변이 마려운 친구에게 흔쾌히 해결을 해주고 맛있는 커피와 음악을 나눠주는 에쓰코와 고지, 한밤중에 몰래온 손님을 위해 샌드위치를 마련해주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주기도 한다.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채 안타깝게 이별을 해야 했던 다니씨의 사랑을 에쓰코씨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조카 고지의 이야기와 마지막으로 일찍 죽어버린 남편의 그림을 진짜 모습을 알게 되는 에쓰코의 이야기는 코끝이 찡하다.
쉽게 자신의 아픔을 들러내지 않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지진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집을 보고도 울지 않는다. 나때문에 상대방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을 원하지 않는 특징 때문이라고 들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속으로 삭히는 그 마음은 누구라도 마주한 이에게 펑펑 울어버리는 우리네 정서 다르지만 이해하지 못하지는 않을 것 같다.
여리면서도 강한 커피처럼 에쓰코씨의 찻집의 커피와 음악, 현실에서도 먹어보게 된다면 한박자 느리게 말하는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