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 발 담그면 나도 나무가 될까 - 식물세밀화가 정경하의 사계절 식물일기
정경하 지음 / 여름의서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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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세밀화를 좋아하게 된 건 순전히 그림책 덕분이에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과 풀들이라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식물세밀화를 통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공원이나 작은 공터에서 그림책 속 주인공을 마주칠 때마다 어찌나 반갑던지, 점점 정이 들더라고요. 직접 그린 건 아니지만 식물세밀화를 보면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라는 풀꽃 시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네요. 어떤 대상을 정확하게 그리기 위해서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데, 그 대상이 식물이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예뻐서 눈길이 가고, 볼수록 좋아져서 사랑에 빠지는 거죠. 그림책으로 시작해 식물도감, 식물세밀화가의 책까지, 이제는 식물, 식물세밀화, 식물세밀화가라는 구분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다 똑같이 좋아졌어요.

《흙에 발 담그면 나도 나무가 될까》는 식물세밀화가 정경화님의 사계절 식물일기를 담아낸 책이에요.

저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늘 마감에 쫓기며 바쁜 일상을 보내다가 번아웃이 왔고, 잠시 쉬기 위해 머물게 된 고향에서 숲과 들풀들을 만나게 되었다고 해요. 이 책은 숲에서 만나는 사계절에 관한 이야기이자 사계절 식물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계절의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느끼고 온몸으로 보여주는 식물들을 통해 저자의 지친 마음이 싱그럽게 되살아났다는 것이 바로 자연이 주는 선물인 것 같아요.

책 속에 소개된 수많은 식물 친구들 중에 머위가 무척 매력적이에요. 우리가 반찬으로 먹는 머위는 잎자루 부분으로 겉을 감싸고 있는 질긴 겉껍질을 벗겨낸 것인데, 생각해보니 머위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더라고요.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처음 보는 초록빛의 꽃. 마치 얼어 있던 땅에 예쁜 브로치를 달아놓은 듯 싱그럽게 반짝인다. 흔히 '꽃'하면 예상되는 모양이 있는데 이 꽃은 그 예상을 한참 빗나간 모양이다. 색깔도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빨간 꽃, 노란 꽃도 아닌 초록 꽃이라니. 첫눈에 반해버린 이 꽃의 정체는 머위다. (···) 긴 연두빛 줄기를 우아하게 올리고 그 끝에 춤추듯 나풀거리는 커다란 잎을 달고 있는 모습이 마치 작은 꽃을 보호하려고 활짝 편 다정한 우산 같다. 꽃과 잎이 참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 78-79p)라고 해요. 국화과인 머위는 여러 송이의 꽃이 다발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라 신기한 것 같아요. 저자는 집 화단에 있는 꽃들을 숲속 꽃밭에 옮겨 심었는데 머위가 주변의 식물들을 낯설어하지 않고 품어주는 모습을 발견한 거예요. 알록달록한 색으로 자신을 뽐내지 않는 머위의 초록 꽃이 유난히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네요. 구경꾼의 입장이라 머위만 얘기했는데 매일 숲속을 거닐고 꽃밭을 가꾸는 상황이라면 딱 하나만 말할 수 없었을 거예요. 모든 식물들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예쁘니 말이에요. 초록의 다양함과 싱그러움을 살짝 엿볼 수 있어서 행복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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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헤나와 염색의 모든 것 - 헤어 스타일링을 위한 염색의 첫걸음
홍현령 지음 / 라온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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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헤나와 염색의 모든 것》은 천연 헤나에 관한 책이에요.

평소 염색을 자주 하는 편이라서 머릿결이 많이 손상되어 고민이었는데 이 책에서 해답을 찾은 것 같아요.

저자는 15년간 천연 헤나를 사용해온 전문가로서 많은 사람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유달리 우리나라는 미용실도 많고 파마와 염색을 하는 빈도도 매우 높다보니 모발과 두피 손상이 심각한 경우가 많아졌다고 해요. 국산 염색약은 발색력이 좋아서 해외로도 엄청나게 수출되고 있는데 발색력이 좋다는 건 그만큼 성분이 강하다는 것이고, 우리 몸에 해롭다는 의미일 거예요. 화학 염색약은 기본적으로 피부에 패치테스트를 해야 되는데, 미용실 현장에서 화학 염색을 하기 전에 패치테스트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함정이에요. 저자는 소비자들 본인을 위해 가능하면 화학염색은 집에서 하지 말고 반드시 미용실에서 하는 것을 권하는데, 그 이유는 집에서 셀프로 하는 화학 염색이 위험하기 때문이에요. 화학염색약을 바를 때는 셀프든, 가족이 발라주든 두피에 닿지 않고 바를 수가 없는데, 아무리 좋은 화학 염색약도 기본적으로 유독한 화학 성분이 들어 있기에 조심히 다뤄야 해요. 특히 화학 염색약을 씻어낼 때는 옷을 벗고 샤워와 동시에 서서 머리를 뒤로 감는 건 절대 금물이래요. 화학 성분이 흡수력이 높은 예민한 부분의 피부에 닿아 온몸으로 흡수된다는 거예요. 집에서 셀프로 화학 염색을 해보면 눈이 시리거나 냄새가 지독해서 몸에 안 좋다는 걸 느끼면서도 그냥 넘겼는데 실제로는 매우 위험했다니 좀 놀랐어요. 단순히 화학 약품 때문에 머리카락이 손상됐다고만 여겼는데 근본적으로 화학제품의 유해성을 놓치고 있었네요.

저자는 건강과 환경을 지키기 위한 모발 관리법으로 천연 헤나를 제안하고 있어요. 100퍼센트 천연 헤나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20년이 넘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어요. 천연 헤나는 처음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을 권하고 있어요. 중요한 건 화학제품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이고, 그 다음은 건강한 머리 관리법을 알고 실천하는 거예요. 막연하게 천연 헤나가 좋더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책을 통해 구체적인 정보를 알고 나니 모발 건강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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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 - 할 말은 많지만 쓸 만한 말이 없는 어른들을 위한 숨은 어휘력 찾기
유선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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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은 많지만

쓸 만한 말이 없는

어른들을 위한

숨은 어휘력 찾기!


이 책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구예요. 수다 떠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왜 그 말을 글로 쓰기는 어려운 걸까요. 아주 가끔 일기장을 펼치는데 내면에 가득찬 감정과 생각들을 제대로 쓸 수 없어서 그냥 '힘들다'라고 적었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요즘 필사에 빠졌어요. 책을 읽다가 공감가는 문장을 만나면 지나치지 않고 노트에 적어보는 거예요. 수많은 책들이 있지만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만나는 건 쉽지 않아서 필사를 위한 책을 고르는 것도 일인 것 같아요. 근데 마침 제게 딱맞는 필사책이 나와서 정말 반가웠어요.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노트》는 유선경 작가님이 정성껏 고른 130여 개의 문장들을 직접 쓸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에요.

기존에 나와 있는 필사책과의 차이점은 저자의 친절한 해설과 가이드에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책 제목에 '어휘력'이라는 단어를 크게 확대하고 별 표시를 해줘야 할 것 같아요. 그만큼 이 책에 수록된 문장들은 동서고금의 아름답고 지혜로운 작품 속 문장들이라는 점에서 읽고 쓰고 생각하는 과정이 어휘력 공부라고 할 수 있어요. 원래 어휘력은 책 읽기만으로 향상되는 게 아니라 글쓰기가 동반되어야 효과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하네요. 저자는 중학교 때부터 필사를 했고 지금도 하고 있어서 본인이 필사하면서 각별한 울림을 준 문장들을 우선하여 골랐고, 각 문장들을 어휘력 향상과 함께 자신만의 글쓰기에 도움이 되도록 분류하는 작업을 했어요. 책의 구성을 보면 크게는 세 걸음, 첫 번째 걸음은 어휘와 친해지기, 두 번째 걸음은 어휘력을 기르는 비결, 세 번째 걸음은 어휘가 주는 힘으로 나누어 다양한 말맛을 체험하도록 만들었어요. 단순히 문장을 옮겨 적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 문장이 가진 의미를 곱씹으며 새로운 말맛을 경험할 수 있어요. 이미 읽었던 작품 속 문장들은 오래 전 기억을 끌어올리는 시간이라 즐거웠고, 처음 접하는 작품 속 문장들은 새로운 자극이 되어 좋았어요. 또한 커다란 걸음 사이사이에 '나의 글쓰기'라는 코너를 만들어서 필사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이 특별하다고 느꼈어요. 예를 들어, "가슴에 '쿵!'하고 떨어졌던 것을 떠올려보세요."와 "가슴을 쿵쿵 울렸던 것을 떠올려보세요."라는 제시어는 얼핏 비슷해보이지만 전혀 다른 상황을 묻고 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써보는 연습이 왠지 어색했는데 한 줄이라도 적어보자고 마음 먹으니 쓰게 되더라고요. 타고난 재능은 부족해도 자꾸 써보니, 자유롭게 나의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이 큰 것 같아요. 여러모로 유익하고 즐거운 필사노트, 어른들을 위한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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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류시화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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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는 류시화 시인의 산문집이에요.

늘 류시화 시인의 신작을 기다리는 사람인지라 주저없이 책을 골랐지만 제목 때문에 고개를 갸우뚱했네요.

왜냐하면 제 경우에 "내가 생각한 OO가 아니야."라고 할 때는 대개 부정적인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기대에 못 미치거나 원하는 결과가 아닐 때에 주로 투덜대는 말이거든요. 근데 책 속에 나온 일화를 읽으면서 제 생각이 짧았다는 걸 알게 됐죠. 따지고 보면 우리 중 그 누구도 생각한 대로 태어난 사람은 없어요.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할 때부터 착각하기 쉬운 것이 그 생각이 전부라고 여기는 건데, 잘못된 생각에 빠져버린 우물 안 개구리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시끄럽고 난폭해지는 것 같아요.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제한된 틀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바라봐야 해요.

이 책에 담긴 마흔두 편의 이야기를 다 읽고나니 책 제목 아래에 적힌 문장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네요.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은 다른 인생,

플랜 A는 나의 계획, 플랜 B는 신의 계획"


"당신이 상상하는 지구 행성이 아닐 거야. 당신이 생각하는 인생이 아닐 거야.

그래서 하루하루가 난해하면서도 설레고 감동적일 거야.

자신의 관념과 기준 속에 갇혀 있지만 않는다면,

당신이 상상한 것보다 더 좋은 것들을 발견하기 위해 눈을 크게 뜬다면." (20p)

한 남자가 영적 스승을 찾아와 물었다.

"영원한 행복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스승이 말했다.

"바보들이 다투지 않아야 한다."

남자가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스승이 말했다.

"그렇다, 그대의 말이 옳다." (109-1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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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2 초판본 THE HOUSE AT POOH CORNER classic edition 2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박성혜 옮김 / FIKA(피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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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2 THE HOUSE AT POOH CORNER> 은 1928년 오리지널 초판본으로 국내 최초 출간이라고 하네요.

원래는 <곰돌이 푸 초판본 1~2 스페셜 박스 세트> 안에 들어 있는 책이에요. 곰돌이 푸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낱권 대신 스페셜 박스 세트를 원할 거예요. 그래야 곰돌이 푸가 탄생한 <WINNE - THE - POOH> 으로 시작해서 두 번째 이야기인 <HOUSE AT POOH CORNER>로 마무리할 수 있으니 말이에요. 2권에서는 엉뚱하고 발랄한 곰돌이 푸와 친구들에게 새로운 친구가 등장해요. 콩콩 뛰는 걸 좋아하는 티거는 처음 만난 친구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즐거운 일상을 만들어가네요. 신기한 건 서로 무척 다르지만 그 다름을 싫어하지 않고 사이좋게 지낸다는 거예요. 물론 약간의 어려움이 있지만 슬기롭게 잘 대처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반성하게 배웠네요. 맨날 싸우고 미워하는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꿈 같은 일이니까요.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걸까요. 다른 건 몰라도 지금 행복하지 않은 어른들은 곰돌이 푸와 친구들에게 꼭 배워야 할 것이 한 가지 있어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거예요. 그걸 안다면 지금 당장 하면 되고, 좋아하는 것들 덕분에 행복해질 테니 말이에요. 가끔 어떤 어른들은 행복을 내면이 아닌 외부에서 찾는 경우가 있어요. 물질적인 풍요가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는 건 사실이지만 더 많은 것들을 가졌다고 해서 덜 가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건 아니잖아요. 곰돌이 푸와 친구들의 일상을 보고 있노라면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상황들을 지혜롭게 풀어가고 있는데, 그 방식이 전혀 어렵지 않아요. 불평하거나 투덜대지 않고 오히려 즐거운 놀이로 바꾸고, 힘들어하는 친구를 망설임 없이 도와주고 있어요. 언제든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를 이해해줄 거라고 믿는 친구들이 곁에 있다면 가장 용감해질 수 있어요. 곰돌이 푸와 피글렛, 이요르, 아울, 래빗 그리고 크리스토퍼 로빈과 새로운 친구들까지 슬프거나 힘든 일이 생겨도 너희들과 함께라면 괜찮다고, 그런 든든한 마음이 생기네요.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 뭐야, 푸?"

"음, 가장 좋아하는 일은 ···."

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어. 꿀 먹는 일을 아주 좋아하지만 먹고 있을 때보다 막 먹으려고 하는 순간이 더 좋았어.

하지만 그 순간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알 수 없었어. 또 크리스토퍼 로빈과 함께 있는 것도 아주 좋아했고, 피글렛을 가까이 두고 있는 것도 아주 다정한 일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 모든 걸 다 생각하고 난 푸는 이렇게 말했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은 피글렛이랑 같이 널 보러 갔더니 네가 '뭐라도 조금 먹을래?' 하고 물어보고, 나는 '음, 조금이라면 괜찮을 것 같은데, 너는 어때, 피글렛?' 하고 말하는 거야. 바깥을 보면 노래를 흥얼거리고 싶은 날씨이고 새들도 지저귀지." (256-257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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