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 비야·안톤의 실험적 생활 에세이
한비야.안톤 반 주트펀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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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 작가님의 신작이 5년 만에 나왔어요.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는 한비야 작가님 부부 에세이예요.


"네, 결혼했어요! 남편은 네덜란드 사람, 이름은 안톤이에요."

"아프가니스탄 구호 현장에서 만났어요. 제 보스였답니다."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살아요."

결혼 3년 차, 아직도 자주 받는 세 가지 질문의 답이다.  (5p)


역시 뭔가 남다른 분이에요. 저도 이 책을 통해 결혼 소식을 알게 된 터라 궁금했거든요. 

결혼 3년 차라고는 해도, 두 사람이 살아온 특별한 인생 덕분인지 성숙한 부부라고 느꼈어요.

아하,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라는.

60대에 부부로 만나 자기와 상대방에게 너그러운 두 사람을 보니, 결혼의 적령기는 스스로 성숙해질 때가 아닌가 싶어요.


"안톤, 우리 되도록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가자."

어느 날 비야가 지나가는 말처럼 말했다. 맞는 말이다. 나 역시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왔다.

가진 것을 꼭 쥐고 있다가 버리듯 갈게 아니라 평소에 바로바로 나눠야 한다고.

나의 어머니가 늘 말씀하시던 네덜란드 격언이 있다.

'차가운 손보다는 따뜻한 손으로 주어라.' 

일상사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유산은 살아 있을 때 따뜻한 마음으로 잘 나눠주라는 뜻이다. (315p)


부부의 이야기인데, 워낙 두 사람이 평범하지 않으니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자체가 인생 수업인 것 같아요.

평생 국제구호를 위해 살아온 삶이라서 그런지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도 깊이 있는 이야기였어요.

두 사람은 이미 유언장을 작성하고 공증까지 받아두었으며 인생의 끝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정해두었다고 해요.

그들은 자신의 삶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어요.

대단하진 않아도 즐거운 삶.

우와, 진심으로 멋지네요. 아름다운 두 사람의 멋진 삶을 볼 수 있어서 많은 걸 배운 것 같아요.

이미 지나온 인생이 대단한 두 사람인데 그들은 거기에 머물지 않고 매일 힘들지만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고 해요.

책 표지 안쪽에 두 사람의 친필 사인과 다음의 문장이 적혀 있어요.


"한 걸음씩 상쾌하게!"


덕분에 배웠어요. 오늘 이 순간, 어떻게 살 것인지.

사는 모습은 달라도 잘 살아내는 사람의 마음은 똑같지 않을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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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이은정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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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은 이은정 소설집이에요.

모두 여덟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저자는 이 소설들을 쓰면서 끊임없이 떠올린 단어가 '가해자'와 '피해자'였다고 해요. 평범한 사람들이 주거나 받아야 했던 평범하지 않은 상처들에 대해서, 자신은 매번 피해자이기만 했는지 생각하는 내내 몸이 아팠다고 해요. 이 여덟 편의 소설이 저자가 찾은 어설픈 답이었다고...

후유... 긴 한숨이 먼저 나왔어요. 솔직히 첫 번째 이야기 <잘못한 사람들>을 읽으면서 숨이 턱 막혔고, 두 번째 이야기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을 읽으면서 잠시 책을 덮었어요. 매일 뉴스에서 쏟아지는 끔찍한 사건들이 떠올랐어요. 그걸 보면서 어떤 심정이었나. 너무나 객관적인 사실들로 표현된 비극이라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소설들은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그믐밤 세 남자>의 주인공 '나'는 태수 아버지에게 담판을 짓고 싶었지만 끝내 아무것도 하지 못해요. 생뚱맞게도 낚시터에 빠진 남자를 구해주고, 그 남자의 사연을 듣게 되지요. 구름에 가려진 그믐달,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까... '나'는 비난이 부재한다면 죄책감이 있었다는 사실도 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가벼운 것들의 존재가 무거움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지금 내가 느끼는 가벼움의 정체는 뭘까.

... 무게란 그저 상대적인 것일까.

가벼울 것이라 인식되는 것들의 형체는 하나같이 날카롭다.

그믐달도, 아버지 얼굴도, 내 양심도.

곧 소멸할 것만 같은 달을 바라본다.

그믐이다."   (97p)


<피자를 시키지 않았더라면>은 파경에 이른 부부의 이야기예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불행은 하나의 행동 때문에 벌어진 결과는 아닐 거예요. 마치 도미노처럼 하나씩 세워져서 결국에는 모조리 쓰러져 버리는 것. 

<친절한 솔>에서 '솔'은 도레미파솔의 '솔'을 뜻해요.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것, 사실대로 말하면 용서해준다는 어른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 모든 순간 어른들의 표정은 세상 자비로우며 그 목소리는 친절한 솔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어요. 

<숨어 살기 좋은 집>에는 독한 시어머니가 등장해요. 아들 내외 집에 무작정 들어와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행방불명된 시어머니. 과연 어디로 갔을까요.

<엄 대리>는 복권 한 장 때문에 엄한 짓을 하는 엄 대리가 등장해요. 중요한 건 복권이 아니라 꿈인 것을.

<개들이 짖는 동안>에서는 취업준비생인 '나'의 일상이 그려지고 있어요. 도시에서 살던 '나'는 바닷가 어촌 마을로 이사를 왔어요. 이웃집에는 물메기를 지키려고 동네 개들을 다 출동시켜서 매일 밤 개 짖는 소리로 시끄러워요. 그중 가장 사납게 짖어대던 세퍼드 덕배가 목줄을 끊고 달아나고... '나'는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고 난 뒤 자기소개서를 고치고 있어요. 이번 자기소개소는 죽기 살기로 쓸 거니까 당연히 취업될 거라 기대하는 '나'. 오늘도 개들이 짖고 있네요.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평화롭고 무해한 세상을 원하고 있어요. 어쩌면 전혀 평화롭지 않고 위험한 여덟 편의 소설이 그저 소설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랐던 게 아닐까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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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 유튜브 섬네일부터 스티커 제작까지! 기초부터 중급까지 실무 예제 총망라! 된다! 업무 능력 향상 200%
박길현.이연화 지음 / 이지스퍼블리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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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전문가들만 할 수 있다!?

아마 이런 생각 때문에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 책은 오늘 당장 쓸 수 있는 디자인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입문서예요.

이른바 오늘 바로 되는 입문서.

그래서 이론 따로 기능 따로 설명하지 않고 이론과 기능을 연결하여 설명해주고 있어요.

유튜브 섬네일, 블로그 디자인, 스티커 제작 등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로 만들 수 있는 완성 프로젝트 22가지를 배울 수 있어요.

책의 구성은 준비운동 1일, 포토샵 7일, 일러스트레이터 7일,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1일로 구성되어 모두 16일만에 완성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우선 맨처음에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기능 사전 80개가 나와 있어요. 10년 차 디자인 강사가 선정한 필수 기능이라고 하네요.

80개 기능을 순서대로 볼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 궁금한 기능을 찾아보기에도 편리해요.

혼자 공부하는 사람을 위해서 16주 완성 진도표가 나와 있는데, 시간만 충분하다면 프로그램 설치 후 실무의 기본 과정을 바로 배우면서 작업해볼 수 있어요.

이 책은 최신 버전인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CC) 영문 버전을 기준으로 만들어졌어요. 어도비 사의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무료 체험판으로 7일 동안 사용할 수 있어요. 체험 기간 7일이 지나면 바로 유료 결제로 전환되므로, 결제를 원하지 않을 때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유료 플랜을 취소해야 해요. 

책에 나온 예제를 따라 하려면 나눔 글꼴, 배달의민족 글꼴, 본고딕 글꼴, 티몬 몬소리체 등 무료 글꼴을 설치하면 저작권 걱정 없이 상업적인 용도로 쓸 수 있어서 두고 두고 활용하기 좋아요.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화면은 거의 똑같아요. 다만 작업하는 메인 화면을 포토샵에서는 작업 화면, 일러스트레이터에서는 아트보드라고 불러요. 

그래픽 작업을 할 때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개념은 새 파일 만들기 창 안에 거의 다 있어요. 포토샵에서 새 파일을 만들고 저장하면서 기초 개념을 배울 수 있어요. 하나씩 차근차근 개념과 툴 설명이 나와 있어서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는 것 같아요. 포토샵 실무편에서는 SNS와 블로그, 유튜브에서 잘 보이고 잘 먹히는 디자인 만드는 법이 나와 있어요. 책에 나오는 예제 파일은 모두 이지스퍼블리싱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내려받을 수 있어요. 또한 책 속 QR코드를 스캔하면 실습 가이드 동영상을 볼 수 있어서 이해 안 되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어요. 

일러스트레이터는 포토샵과 비슷하지만 다른 프로그램이라서 기본기부터 배워야 해요. 일러스트레이터 실무편에는 오늘 써먹는 디자인이 다양하게 나와 있어서 학습 의욕이 쭉 올라가네요. 직접 만들어 보는 스티커와 브랜드 캐릭터, 손그림이나 손글씨 느낌의 상품 태그까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의 기본기부터 실무 프로젝트까지 순서대로 학습했다면 그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인증 시험이 책 속에 들어 있어요. 여기까지 끝내면 어느 정도 프로처럼 보이는 수준인 거죠.

마지막으로 자신의 디자인을 제작 주문할 수 있는 인쇄 관련 사이트 정보도 나와 있어서, 얼마든지 쉽고 간편하게 제작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이 매일 사용하는 실무 기능을 이 책 한 권으로 실습하며 배울 수 있는 알찬 교재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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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 전집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2
이솝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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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를 모르는 사람을 없을 겁니다.

어린 시절에 누구나 들어보거나 읽어보았을 이야기.

그러나 원작을 읽어봤냐고 묻는다면... 절레절레

정작 제가 몰랐던 건 원작이 아니라 이솝이라는 인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솝은 누구인가.

굉장히 놀라워서, 이솝에 관한 내용을 몇 번이고 읽어보았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솝(Aesop)"은 영어식 이름이고, 원래 이름은 "아이소포스"라고 합니다.

이솝은 기원전 620년경 흑해 연안에 있는 트라키아 지방에서 태어났으며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인 사모스의 노예였다가 나중에 자유민이 되었답니다. 그 후 그리스의 일곱 현인과 어울렸고, 사모스 사람의 외교사절이 되어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와 협상을 벌이고, 바빌론의 리쿠르고스 왕과 이집트 넥타네보 왕의 궁정에 찾아갔다고 합니다. 이솝은 델포이로 가서 협상하면서 이 책에 나오는 "독수리와 쇠똥구리"(4번) 우화를 전하다가 델포이 사람들을 격노하게 해서 낭떠러지에 던져져 죽임을 당했답니다.

이솝은 기원전 6세기 후반에 그리스에서 독보적인 작가이자 연설가로 통했으며, 그의 우화를 본격적으로 연구했던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신의 책에서 몇 편의 우화를 소개했답니다. 죽음을 앞둔 소크라테스가 마지막까지 이솝우화를 탐독했다고 전해집니다.

영어로 번역된 이솝 우화들은 많이 각색되어 빅토리아 시대의 도덕주의를 대변하는 것처럼 소개되었답니다. 그러니 원문을 읽어봐야 고대 그리스인의 지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솝우화전집>은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이라고 합니다.

이솝 우화 원작 358편과 함께 클래식 일러스트 88장이 수록되어 있어서, 모든 연령대의 독자가 읽을 수 있습니다.

일단 이솝 우화는 이야기 자체가 짧고 재미있습니다. 다양한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여러 가지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누가 옳고 그르냐를 판단하기보다는 결말을 통해 사건의 인과관계를 깨닫게 됩니다. 역지사지, 나와 너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앞서 이솝이 델포이 협상에서 언급했던 "독수리와 쇠똥구리"(4번) 우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독수리가 토끼를 뒤쫓고 있는데, 토끼가 자기를 도와줄 자를 찾다가 쇠똥구리를 발견하여 도움을 요청합니다. 쇠똥구리는 토끼를 다독거려서 안심시킨 후에 다가오는 독수리에게 토끼를 제발 살려달라고 간청합니다. 하지만 독수리는 작은 쇠똥구리를 업신여기고 쇠똥구리가 보는 앞에서 토끼를 잡아 먹어버립니다. 이에 앙심을 품은 쇠똥구리가 그때부터 독수리가 둥지를 트는 곳에 나타나 알을 밖으로 굴려 떨어뜨린 뒤 깨진 알을 먹어치워버립니다. 결국 독수리는 제우스에게 도망쳐 안전하게 알을 낳을 수 있게 해달라 간청했고 제우스는 자기 무릎 위에서 알을 낳을 수 있게 해줍니다. 이 사실을 안 쇠똥구리가 쇠똥을 굴려서 공처럼 만들어 제우스의 무릎 위에 던지고, 깜짝 놀란 제우스가 벌떡 일어서는 바람에 독수리의 알들이 떨어져 깨지고 맙니다. 이 일 후로 쇠똥구리가 출현하는 시기에는 독수리들이 알을 낳지 않는답니다. 이 우화의 교훈이 이야기 말미에 적혀 있습니다.

"업신여김을 당하고도 전혀 복수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없는 존재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누구도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21p)

어쩌면 사람마다 전혀 다른 해석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 이야기 말미에 적힌 교훈은 참고할 부분이지, 정해진 답은 아닙니다. 이것의 우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표면적인 강자와 약자가 등장하지만 영원한 강자와 약자는 없다는 걸 이야기를 통해 들려줍니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강자에 굴하지 않고, 착한 척 위장한 악인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우화는 우리에게 현명한 사람의 지혜를 넌지시 전해주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동물인 것이지, 그들이 겪는 상황은 우리의 현실과 다르지 않습니다. 천성이 악한 자들은 겉모습이 바뀐다고 해도 본래 성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가까운 사람의 말이라고 쉽게 믿을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본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 친구를 사귈 때는 위험할 때 곁에서 바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 우리는 장래 일어날 일을 미리 내다볼 수는 없지만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올바른 선택의 방법을 배울 수는 있습니다.

이솝 우화에 교훈이 붙는 것은 이솝이 직접 말하거나 쓴 것이 아니라 대부분 이솝 우화를 수집한 사람들이 덧붙인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솝 우화는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에 이르는 삶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솝 우화지만 그 속에서 지혜를 얻는 일은 각자의 몫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 꼭 필요한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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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의 힘 - 대담하고 자유로운 스토리의 원형을 찾아서
신동흔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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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깊은 곳에서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사람은 본래 이야기를 가진 존재라고 합니다. 마음 깊은 곳에 깃들어 삶을 좌우하는 이야기, 그것을 자기서사라고 부른답니다.

어떤 이야기로 살아가는가에 따라 인생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자기서사를 어떻게 발견할까요.


<옛 이야기의 힘>은 우리나라 최고의 구비설화 전문가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 탐구서입니다.

저자는 옛날이야기를 '내면을 찍는 엑스레이'라고 말합니다. 엑스레이로 몸을 찍으면 어디에 이상이 있는지 알 수 있듯이, 옛날이야기로 마음을 비추면 겉으로 안 보이던 모습이 드러납니다. 어디가 막히고 뒤틀리고 비었는지 알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S-Ray'라고 이름 붙였답니다. S는 'Story'인데, 'Spirit'이나 'Soul'로 생각해도 된답니다.

이 책에서는 세계의 옛날이야기가 투시하는 내면 서사를 하나하나 자세하게 분석하여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래동화 <콩쥐 팥쥐>에서 콩쥐는 나쁜 엄마 밑에서 고생하는 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콩쥐의 서사'는 엄마에게 차별당하는 딸보다는 힘을 가진 윗사람의 차별로 받은 상처와 고통이 더 중요합니다. 부모나 스승, 직장 상사 등에게 심각한 차별을 겪는 사람이라면 전형적으로 콩쥐의 서사를 지닐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서로 다른 수많은 콩쥐가 있습니다. 어떤 콩쥐인가에 따라 자기서사의 속성과 좌표가 달라지며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세계곳곳에 이와 유사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신데렐라>, 태국의 <황금 망고>, 베트남의 <떡 깜> 등 수많은 이야기가 차별당한 약자가 역경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전형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딸들의 자기서사는 옛날이야기라는 거울을 통해 참모습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에는 과거와 현재를 거쳐 미래로 이어지는 맥락이 있어서, 그 맥락을 통해 우리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또는 삶을 어떻게 펼쳐나가야 할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서사는 움직인다!

선택의 갈림길을 '서사적 분기점'이라고 합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이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는 것은 스스로 잘못된 선택을 한 탓이 큽니다. 서사적 분기점에서 타인의 힘을 빌리거나 의존하는 것도 자기 잘못이므로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삶을 주체로서 살아야 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서사의 분기점이 되는 지점을 제대로 알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할까요.

세계의 옛이야기에는 부모의 왜곡된 사랑으로 큰 상처를 받은 자녀들이 많이 나옵니다. 가장 가깝고 가장 먼 사이... 늘 그렇듯 우리를 상처 주고 아프게 하는 사람은 가까이에 있습니다. 그들에게서 벗어나 진짜 나를 찾아가는 길이 멀고도 험한 투쟁의 여정이 되는 것입니다.

옛이야기 중에는 끔찍하고 잔혹한 내용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이지 실제 상황으로 연상해서는 안 됩니다. 이야기는 은유와 상징으로 읽는 것이 어울립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냉혹한 세상에도 나만의 길은 있다는 것입니다. 지옥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일시적인 도피가 아니라 완전한 절연이 최선이라는 것입니다. 확실하게 완전히 없애는 것, 깨끗이 불태워버리는 것이 정답입니다. 


인생의 진리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옛이야기는 세상에 숨어 있는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을 찾아내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변화는 좋은 방향으로도 나쁜 방향으로도 펼쳐집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비극적 운명을 타고났지만 운명에 굴하지 않습니다.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인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보란 듯이 운명을 바꾸는 기적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프레임의 변경이자 자기서사의 변혁입니다. 이야기에서 실현되는 극적인 변화는 어떤 권력이나 재물, 또는 고급 지식이나 논리로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마음과 마음을 잇는 감성적 교감이 변화를 가져온 것입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감성은 이야기의 힘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속에 깃든 감성은 매우 다양하며,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복잡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그중 우리를 힘나게 하는 것은 역시 긍정 쪽일 것입니다. 세상에 불운과 불행, 절망감, 그리고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거기에 짓눌려 신음할 일이 아닙니다. 삶을 무겁게 하는 허튼 소유욕과 집착을 버리고 나면 '있는 그대로의 나'만 남게 됩니다. 진정한 나로서 가볍고 자유롭게 사는 일, 즉 나의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이 성공한 인생이고 행복한 삶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성공의 서사가 있습니다. 저마다 다르지만 모두에게 똑같은 성공의 서사에는 하나의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역행입니다. 거꾸로 나아간다는 역행(逆行)이 아니라 힘써 나아간다는 뜻을 가진 역행(力行)입니다. 옛이야기는 역행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이 이야기의 놀라운 마법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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