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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의 힘 - 대담하고 자유로운 스토리의 원형을 찾아서
신동흔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내면 깊은 곳에서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사람은 본래 이야기를 가진 존재라고 합니다. 마음 깊은 곳에 깃들어 삶을 좌우하는 이야기, 그것을 자기서사라고 부른답니다.
어떤 이야기로 살아가는가에 따라 인생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자기서사를 어떻게 발견할까요.
<옛 이야기의 힘>은 우리나라 최고의 구비설화 전문가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 탐구서입니다.
저자는 옛날이야기를 '내면을 찍는 엑스레이'라고 말합니다. 엑스레이로 몸을 찍으면 어디에 이상이 있는지 알 수 있듯이, 옛날이야기로 마음을 비추면 겉으로 안 보이던 모습이 드러납니다. 어디가 막히고 뒤틀리고 비었는지 알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S-Ray'라고 이름 붙였답니다. S는 'Story'인데, 'Spirit'이나 'Soul'로 생각해도 된답니다.
이 책에서는 세계의 옛날이야기가 투시하는 내면 서사를 하나하나 자세하게 분석하여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래동화 <콩쥐 팥쥐>에서 콩쥐는 나쁜 엄마 밑에서 고생하는 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콩쥐의 서사'는 엄마에게 차별당하는 딸보다는 힘을 가진 윗사람의 차별로 받은 상처와 고통이 더 중요합니다. 부모나 스승, 직장 상사 등에게 심각한 차별을 겪는 사람이라면 전형적으로 콩쥐의 서사를 지닐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서로 다른 수많은 콩쥐가 있습니다. 어떤 콩쥐인가에 따라 자기서사의 속성과 좌표가 달라지며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세계곳곳에 이와 유사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신데렐라>, 태국의 <황금 망고>, 베트남의 <떡 깜> 등 수많은 이야기가 차별당한 약자가 역경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전형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딸들의 자기서사는 옛날이야기라는 거울을 통해 참모습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에는 과거와 현재를 거쳐 미래로 이어지는 맥락이 있어서, 그 맥락을 통해 우리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또는 삶을 어떻게 펼쳐나가야 할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서사는 움직인다!
선택의 갈림길을 '서사적 분기점'이라고 합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이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는 것은 스스로 잘못된 선택을 한 탓이 큽니다. 서사적 분기점에서 타인의 힘을 빌리거나 의존하는 것도 자기 잘못이므로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삶을 주체로서 살아야 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서사의 분기점이 되는 지점을 제대로 알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할까요.
세계의 옛이야기에는 부모의 왜곡된 사랑으로 큰 상처를 받은 자녀들이 많이 나옵니다. 가장 가깝고 가장 먼 사이... 늘 그렇듯 우리를 상처 주고 아프게 하는 사람은 가까이에 있습니다. 그들에게서 벗어나 진짜 나를 찾아가는 길이 멀고도 험한 투쟁의 여정이 되는 것입니다.
옛이야기 중에는 끔찍하고 잔혹한 내용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이지 실제 상황으로 연상해서는 안 됩니다. 이야기는 은유와 상징으로 읽는 것이 어울립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냉혹한 세상에도 나만의 길은 있다는 것입니다. 지옥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일시적인 도피가 아니라 완전한 절연이 최선이라는 것입니다. 확실하게 완전히 없애는 것, 깨끗이 불태워버리는 것이 정답입니다.
인생의 진리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옛이야기는 세상에 숨어 있는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을 찾아내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변화는 좋은 방향으로도 나쁜 방향으로도 펼쳐집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비극적 운명을 타고났지만 운명에 굴하지 않습니다.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인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보란 듯이 운명을 바꾸는 기적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프레임의 변경이자 자기서사의 변혁입니다. 이야기에서 실현되는 극적인 변화는 어떤 권력이나 재물, 또는 고급 지식이나 논리로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마음과 마음을 잇는 감성적 교감이 변화를 가져온 것입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감성은 이야기의 힘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속에 깃든 감성은 매우 다양하며,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복잡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그중 우리를 힘나게 하는 것은 역시 긍정 쪽일 것입니다. 세상에 불운과 불행, 절망감, 그리고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거기에 짓눌려 신음할 일이 아닙니다. 삶을 무겁게 하는 허튼 소유욕과 집착을 버리고 나면 '있는 그대로의 나'만 남게 됩니다. 진정한 나로서 가볍고 자유롭게 사는 일, 즉 나의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이 성공한 인생이고 행복한 삶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성공의 서사가 있습니다. 저마다 다르지만 모두에게 똑같은 성공의 서사에는 하나의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역행입니다. 거꾸로 나아간다는 역행(逆行)이 아니라 힘써 나아간다는 뜻을 가진 역행(力行)입니다. 옛이야기는 역행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이 이야기의 놀라운 마법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