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이은정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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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은 이은정 소설집이에요.

모두 여덟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저자는 이 소설들을 쓰면서 끊임없이 떠올린 단어가 '가해자'와 '피해자'였다고 해요. 평범한 사람들이 주거나 받아야 했던 평범하지 않은 상처들에 대해서, 자신은 매번 피해자이기만 했는지 생각하는 내내 몸이 아팠다고 해요. 이 여덟 편의 소설이 저자가 찾은 어설픈 답이었다고...

후유... 긴 한숨이 먼저 나왔어요. 솔직히 첫 번째 이야기 <잘못한 사람들>을 읽으면서 숨이 턱 막혔고, 두 번째 이야기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을 읽으면서 잠시 책을 덮었어요. 매일 뉴스에서 쏟아지는 끔찍한 사건들이 떠올랐어요. 그걸 보면서 어떤 심정이었나. 너무나 객관적인 사실들로 표현된 비극이라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소설들은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그믐밤 세 남자>의 주인공 '나'는 태수 아버지에게 담판을 짓고 싶었지만 끝내 아무것도 하지 못해요. 생뚱맞게도 낚시터에 빠진 남자를 구해주고, 그 남자의 사연을 듣게 되지요. 구름에 가려진 그믐달,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까... '나'는 비난이 부재한다면 죄책감이 있었다는 사실도 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가벼운 것들의 존재가 무거움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지금 내가 느끼는 가벼움의 정체는 뭘까.

... 무게란 그저 상대적인 것일까.

가벼울 것이라 인식되는 것들의 형체는 하나같이 날카롭다.

그믐달도, 아버지 얼굴도, 내 양심도.

곧 소멸할 것만 같은 달을 바라본다.

그믐이다."   (97p)


<피자를 시키지 않았더라면>은 파경에 이른 부부의 이야기예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불행은 하나의 행동 때문에 벌어진 결과는 아닐 거예요. 마치 도미노처럼 하나씩 세워져서 결국에는 모조리 쓰러져 버리는 것. 

<친절한 솔>에서 '솔'은 도레미파솔의 '솔'을 뜻해요.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것, 사실대로 말하면 용서해준다는 어른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 모든 순간 어른들의 표정은 세상 자비로우며 그 목소리는 친절한 솔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어요. 

<숨어 살기 좋은 집>에는 독한 시어머니가 등장해요. 아들 내외 집에 무작정 들어와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행방불명된 시어머니. 과연 어디로 갔을까요.

<엄 대리>는 복권 한 장 때문에 엄한 짓을 하는 엄 대리가 등장해요. 중요한 건 복권이 아니라 꿈인 것을.

<개들이 짖는 동안>에서는 취업준비생인 '나'의 일상이 그려지고 있어요. 도시에서 살던 '나'는 바닷가 어촌 마을로 이사를 왔어요. 이웃집에는 물메기를 지키려고 동네 개들을 다 출동시켜서 매일 밤 개 짖는 소리로 시끄러워요. 그중 가장 사납게 짖어대던 세퍼드 덕배가 목줄을 끊고 달아나고... '나'는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고 난 뒤 자기소개서를 고치고 있어요. 이번 자기소개소는 죽기 살기로 쓸 거니까 당연히 취업될 거라 기대하는 '나'. 오늘도 개들이 짖고 있네요.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평화롭고 무해한 세상을 원하고 있어요. 어쩌면 전혀 평화롭지 않고 위험한 여덟 편의 소설이 그저 소설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랐던 게 아닐까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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