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이 자기계발서를 쓴다면 - 하버드대 교수들의 진화론적 인생 특강
테리 버넘.제이 펠런 지음, 장원철 옮김 / 스몰빅라이프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다위니즘의 시각에서 쓰인 첫 자기계발서라고 합니다.

진화생물학을 연구하는 하버드대 교수들이 과학책이 아닌 자기계발서를 쓴 이유는?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해법은 바로 '뇌'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뇌는 유전적 진화의 결과물이며 진화에 의해 설계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찰스 다윈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 안의 동물적인 본성, 즉 유전자를 먼저 이해해야 그 원시적 본능을 길들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진화생물학을 기반으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합니다.

행복감이 지속되지 않는 이유, 위험을 감수하는 이유, 알코올이나 코카인과 같은 위험한 물질에 강하게 끌리는 이유, 사랑한다면서 싸우는 이유, 집단끼리 갈등이 생기는 이유, 친족을 도와주는 이유,  우리가 돈을 모으지 못하는 이유,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  남자가 원하는 것과 여자가 원하는 것...

이 모든 인간의 행동은 욕망에서 비롯되며, 그 욕망을 절제하는 건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자기절제력과의 싸움은 모든 인류를 괴롭혀 왔습니다. 그러니까 스스로 자책하고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이 책에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유전자를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동물적 본능과 싸울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줍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목표입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바라보고, 본능을 제어할 수 있게 되면 만족스러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매번 자신과의 약속을 잊게 만드는 유전자와 싸우는 법, 즉 우리가 해야 할 행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목표를 가볍게 잡는 것이 시작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기 때문에 차라리 기대치를 낮추고 더 많이 성취하면 만족도가 올라갑니다.

둘째, 고통 또한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사라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조언은 꽤 효과적입니다.

셋째, 극적인 삶의 변화 직후에는 큰 결단을 내리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모든 결정은 강렬한 감정이 가라앉은 후에 해야 합니다.

넷째,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을 요약하면, 미래를 바꾸고 싶다면 자기 자신부터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자기계발서와 똑같은 결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결론을 설명하는 이유가 '유전자'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인간 두뇌 사용 설명서"입니다. 

인간의 두뇌를 진화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떤 문제든지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보입니다. 저자의 비유처럼 '다윈의 안경'을 끼면 우리가 언제 약해지는지 또는 왜 취약해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전략은 일반적인 것이므로 각자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다윈의 안경을 가져야 합니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핵심은 파괴적인 욕망의 고삐를 잡는 것, 즉 자기절제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바로 유전자와 싸워 이기는 것입니다. 필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리책을 처음 구입했을 때는 대단한 의욕을 가졌으나 어느샌가 시들해지고 말았어요.

레시피대로 따라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계량컵이나 계량숟가락으로 용량을 맞추기가 거의 과학 실험 수준이랄까.

그래서 엄마표 요리에서 주로 사용하는 계량으로 바꿨어요.

"적당히~~"

어떤 재료든지 있는 만큼 적당히, 양념이나 간도 적당히.

어쨌든 나만의 레시피로 '적당히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

요리책처럼 깔끔하게 설명할 수 없는 레시피라서 아쉬울 뿐. 

그러니까 요리책 레시피를 그대로 재현할 수 없는 이유를 내탓으로 여겼지, 레시피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는 줄리언 반스의 요리책 뒷담화라고 할 수 있어요.

원제는 <The Pedant  in the Kitchen (2003년)>라고 해요.

아이고야, 부엌에서 현학자라니....


"나는 부엌에 서기만 하면 노심초사하는 현학자**가 되어 가스레인지의 온도와 조리 시간을 엄수한다.

나 자신보다는 주방 기구를 신뢰한다. 손가락으로 고깃덩어리를 찔러 익은 정도를 알아보는 일은 아마 영원히 없을 것이다.

레시피대로 요리할 때 내 마음대로 하는 부분은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재료를 더 넣는 것뿐이다.

... 나는 또한 요리할 때 맛보기를 꺼린다. 이에 대한 핑계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다.

... 레시피를 철저히 따르니까 미리 맛을 볼 필요가 없다고 자위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상당 부분 의존하는 요리책들에 분노하는 일 또한 잦다. 그러나 요리에서 현학적인 마음가짐은 당연하고도 중요하다.

걱정스레 미간을 찌푸리고 열심히 요리책을 들여다보는 독학 요리사인 나도 누구 못지않게 현학적이다.

그런데 왜 요리책은 수술 지침서처럼 정밀하지 않을까?"   


** 여기서 현학자로 옮긴 'pedant'란 '학식을 자랑하여 뽐내는 사람'이 아니라

'실속 없는 이론이나 빈 논의를 즐기는 깐깐한 공론가'를 뜻한다.   (22-24p)


자, 이제 이해가 되었나요?

재미있게도 줄리언 반스는 늦깎이 요리사가 되는 바람에 요리책의 레시피를 읽게 되었고, 레시피대로 요리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걸 발견한 거예요.

꼼꼼한 그로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레시피라서, 부엌의 현학자를 자처하게 된 거예요.

요리책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은 완전 초보자들인데, 요리책에 나오는 레시피는 하나 같이 훌륭한 요리사나 알아들을 법한 설명이라는 거죠.

훌륭한 요리사가 되는 것과 쓸 만한 요리책을 집필하는 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예요.

우리가 속고 있는 게 바로 그거예요. 훌륭한 요리사가 쓴 요리책은 굉장한 레시피일 거라는 착각.

초보 요리사가 레시피대로 했는데 실패했다면 그건 레시피 때문이지, 초보 요리사의 잘못이 아닌 거죠.

음, 예리한 지적이에요.

가끔은 투덜이들이 도움이 될 때가 있어요.

줄리언 반스가 요리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배우게 된 교훈은, 요리책이 아무리 솔깃해 보여도 어떤 요리들은 반드시 음식점에서 먹어야 제일 맛있다는 사실이라고 해요. 특히 디저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고 말이죠. 저도 디저트 요리책을 구입했는데 그야말로 '그림의 떡'처럼 구경만 했지, 똑같은 맛을 낼 수는 없었어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거예요. 절대로 집 요리로는 흉내낼 수 없는 맛.

우리에게는 집밥이 주는 따뜻하고 건강한 이미지가 있지만 그건 정서의 문제일 뿐, 진짜로 유명 맛집과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결론은 '이따위 레시피'에 대한 불만을 성토한 것이지 요리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다는 사실이에요.

오히려 그는 부엌에 들어가서 요리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어요.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저녁'을 준비하는 일은 약간의 수고로움으로 몇 배의 기쁨을 얻을 수 있어요. 물론 '훌륭한 저녁'의 모든 음식을 다 요리할 필요는 없어요. 아까 말했다시피 맛집의 음식 맛을 따라갈 순 없거든요. 구입해서 내 집에서 쓰는 식기에 담아 대접하는 것도 '훌륭한 저녁'을 준비했다고 말할 수 있겠죠?  요리 과정은 혼자만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고, 여럿이 함께 식사할 때는 반드시 맛있는 요리를 준비할 것.


요리는 온전한 정신의 문제다. 정말, 말 그대로 그렇다.

스텔라 보언은 몽파르나스에서 신경쇠약으로 병원에 감금됐다가 나온 어느 시인을 알았는데,

그 시인은 병원에서 풀려난 뒤 빵집 거리가 내다보이는 방에서 살았다.

그는 어느날 창 밖을 내다보다 어떤 여자가 빵을 사러 들어가는 모습을 본 순간을 병이 회복되기 시작한 날로 기록한다.

그 시인은 보언에게 "빵을 고르는 일에 그녀가 보인 관심에 형언할 수 없는 부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192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쾌걸 조로리 47 - 대대대대모험! 후편 쾌걸 조로리 시리즈 47
하라 유타카 글.그림, 오용택 옮김 / 을파소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랫동안 어린이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는 건 대단한 일이에요.

바로 쾌걸 조로리 시리즈!!!

1987년 일본에서 첫 번째 책이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시리즈로, 이번에 47권이 나왔어요.

앞으로도 쭉 나올 예정~~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창의력 동화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창의력은 다른말로 엉뚱한 상상력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우선 주인공 조로리는 장난꾸러기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예요.

쾌걸 조로를 닮은 여우 조로리와 조로리의 제자를 자처하는 멧돼지 형제 이시시, 노시시와 함께 세계 어디든지 모험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예요.

지금 아이들은 잘 모르지만 부모들 세대는 TV에서 봤던 <쾌걸 조로>를 기억할 거예요.

마블 영화의 주인공인 히어로를 떠올리면 돼요. 쾌걸 조로는 멋진 히어로라면, 쾌걸 조로리는 재미있는 히어로랄까 ㅋㅋㅋ


『쾌걸 조로리 대대대대모험! 후편』은 지난 46권과 이이어지는 이야기예요.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된 내용이라고 해요. 책을 펼치면 친절하게 46권 전편의 줄거리가 요약되어 있어서 바로 47권을 읽어도 돼요.

하지만 전편을 먼저 읽고 난 뒤에 후편을 보는 것을 추천해요. 이건 작가님의 부탁이에요. 그래야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뭐, 중요한 건 어디부터 읽느냐가 아니라 읽는다는 그 자체니까 ㅋㅋㅋ

조로리는 늘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내기 때문에 어떤 모험이 펼져질지는 두근두근 기대해도 좋아요.


산기슭에 있는 가파파 마을의 아이들이 온몸에 줄무늬가 생기고 열이 오르는 이상한 전염병에 걸렸어요. 이를 본 조로리 일행이 그 병을 고칠 약을 구하기 위해 가팔산으로 향했어요.  병을 고칠 약을 연구하는 마로 박사의 조수 룩트와 초등학교 선생님 아리우스도 아이들을 구하기 위한 모험을 함께 떠나기로 했어요. 사실 조로리의 속마음은 아름다운 아리우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이번 임무를 멋지게 마치고 나면 아리우스에게 청혼하겠다고 마음먹었거든요.

마로 박사는 조로리 일행에게 전염병을 퍼트리면 안 되기 때문에 꼭 약을 먹고 가야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약이 너무 써서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어요.

이 엄청나게 쓴 약을 아이들에게 먹이려면 달콤하게 만들어야 해요. 어떻게? 부르르의 초콜릿 공장에서 만들면 돼요.

과연 조로리 일행은 줄무늬 전염병에 걸린 아이들을 구해낼 수 있을까요?

위기의 순간마다 조로리뿐 아니라 이시시와 노시시의 활약이 놀라워요. 그건 슈퍼울트라 파워를 가진 방귀 힘을 이용하는 거예요.

그리고 47권에서는 조로리의 로맨스와 조론드 론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어요. 만화보다 더 재미있는 동화 <쾌걸 조로리>를 한 번 만나보실래요?

우리 아이들은 이미 조로리의 매력에 푹 빠졌네요~~~ ㅋ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친구 마음 안아주기 A BIG HUG 안아주기 그림책 2
쇼나 이시스 지음, 이리스 어고치 그림, 엄혜숙 옮김, 조선미 감수 / 을파소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속상해요, 친구 때문에...

친구랑 놀면 재미있고 좋기만 할 줄 알았는데, 왜 속상한 일이 생기는 걸까요?


<친구 마음 안아주기>는 A BIG HUG 안아주기 그림책 시리즈 두 번째 책이에요.

저자는 임상심리학자로서 수년간 아이들을 상담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기획했다고 해요.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의 말'에서

'아이들이 자신을 둘러싼 세상, 그리고 자기 내면의 세상을 이해하도록 우리가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는 이야기였어요.

여기에서 우리는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어른들일 거예요.

그렇다면 아이가 감정적으로 힘들어 보일 때, 어른들은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할까요?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할까요?

평소에 아이가 친구 때문에 속상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그냥 들어만 주면 되는 건지 아니면 어떤 조언을 해줘야 하는지 너무나 어려워요. 솔직히 아이의 감정에 바로 이입이 되어서 더 속상해지거든요. 그래서 아이를 가슴에 꼬옥 안아주면서 다독여줘요.

'안아 주기 그림책'은 아이와 어른이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든 책이라고 해요.

책 속에는 다양한 동물 친구들이 등장해요. 친구들과 어울린다는 건 마음을 주고받는 일이에요.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좋은 친구 사이가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려줘요.

서로 다른 친구의 마음을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과 시소 타기로 비유한 것이 재미있어요.

"친구라도 서로 다를 때가 있거든.

시소를 탈 때처럼 말이야.

친구와 시소를 타면

네가 위로 올라갈 때도 있고,

아래로 내려갈 때도 있어.

나란히 있을 때도 있지." 

아이 입장에서 자신의 마음과 친구의 마음이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서로 마주보며 마음을 잘 맞춰야 한다는 걸 알기쉽게 설명해줘요.

또 친구에게 무조건 내 뜻을 따르라고 하거나 친구가 하자는 대로만 따라 하는 건 좋은 친구 사이가 아니라고 알려줘요.

유난히 자기 주장이나 고집이 강한 친구 때문에 하기 싫은 놀이를 해야 할 때,

친구가 함부로 기분 나쁜 말이나 행동을 나에게 할 때,

나만 따돌릴 때....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려줘요.

중요한 건 좋은 친구 사이가 되려면 친구의 마음을 안아 줘야 한다는 거예요. 그럼 서로에게 더 소중한 친구가 될 수 있어요.

그림책 맨 뒤를 보면, 이 책을 활용할 수 있는 '부모 가이드'가  잘 나와 있어요.

부모가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친구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 가벼운 질문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이때 대답을 강요하거나 부담을 주면 안 돼요.  아이 스스로 마음의 문제를 생각해보는 기회를 주는 것이니까요.

책 표지에 <EBS 육아학교 멘토 조선미 교수님의 추천 그림책>이라고 표시된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아동심리 전문가가 쓰고, 감수한 그림책이라 역시 다른 것 같아요.

따뜻한 위로와 현명한 해결책까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친구 때문에 속상한 마음을 치유하는 맞춤 처방전 같아요.

말 그대로 '마음 안아주기'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최고의 방법인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그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책 덕분입니다.

대한민국 유부남으로서 매우 파격적인 발언을 책제목으로 쓴 것을 보고 간이 크다고 생각했는데, TV에 출연한 모습을 보니 역시...

물론 그 책에 담긴 진짜 내용은 남자들의 철들지 않는 심리에 대한 이야기이자 남자로서 자신의 경험담이라서 솔직 그 자체였습니다.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는 저자가 여수로 내려가 살면서 느낀 것들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그는 자기만의 공간인 '바닷가 작업실'에서 지내면서  바로 이것이 '슈필라움'이라고 말합니다.

'슈필라움 Spielraum'이라는 독일어는 '놀이 Spiel'와 '공간 Raum'이 합져진 단어로, 우리말로는 '여유 공간'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슈필라움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공간'이며 물리적 공간과 심리적 여유를 포함하는 단어라고 설명하면서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우리말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 책이 탄생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직접 자신의 슈필라움을 만들고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정확한 설명일지도 모르니까.


책 속에는 바닷가 작업실에서 쓴 글과 그린 그림들이 담겨 있습니다.

무엇을 하느냐는 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느냐의 결과물인 것 같습니다.

문화심리학자라서 일상의 소소한 경험들도 심리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됩니다.


"지금 이 섬의 미역창고에 작업실을 짓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할 것임이 분명하다.

반대로 섬에 작업실이 완공되어 습기와 파도, 바람 때문에 아무리 괴롭고 문제가 많이 생겨도

난 내가 한 행동에 대해 합당한 이유를 얼마든지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 섬에서 왜 행복한가의 이유를 끊임없이 찾아낼 것이다."   (61p)


심리학적으로 정리하면, 후회는 '한 일에 대한 후회'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로 구분해야 한다고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심리학과의 닐 로스 교수는 주장합니다.

'한 일에 대한 후회'는 오래가지 않지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쉽게 정당화되지 않아서, 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후회한다는 뜻입니다.

고로 그의 슈필라움은 필연적인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좋다는데...

한국 사내들은 진지하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 없어서 모든 문제는 거기서 시작된다는 것.

심리학적으로 자의식은 공간의 통제감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아이들이 자기 방문을 잠그기 시작하면 주체적 개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해달라는 뜻입니다.


저자는 여수 남쪽 섬에 자신의 작업실 '미역창고 美力創考'를 소유하게 되었고, 작고 낡은 배를 구입하여 '오리가슴'호라는 별난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이력을 특이하게 설명합니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결코 하고 싶지 않은 일이 '군대(20대)', '독일 유학(30대)', '교수 생활(40대)', 그리고 '일본 유학(50대)'입니다.

당시에는 그게 그리 힘들고 어려운 줄 몰랐습니다. 나름 재밌게 보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나니 내가 어떻게 그 생활을 견뎠는지 정말 신기합니다.

.... 그래서 난 내 스스로가 참 기특합니다. 난 '자뻑'이 아주 심합니다.

외로움을 견디려면 스스로를 많이 사랑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바로 무너집니다."  (251p)


그러니까 이 책은 슈필라움의 심리학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어느 섬 남자의 시시콜콜 이야기입니다.

거창한 이야기일랑 접어두고, 바닷가 작업실에서 벌어지는 일상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그게 진짜 삶이 아닐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