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스타일은 바꾸고 스케일을 키워라 - 온오프라인 경계를 넘는 강의와 발표의 모든 것
조벽 지음 / 해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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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스타일은 바꾸고 스케일을 키워라>는 조벽 교수님이 전하는 강의법에 관한 책입니다.

현재 HD행복연구소에서 강사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조벽 교수님의 수십 년의 경험들이 이 한 권의 책속에 담겨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택트 세상에서 환영받는 강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달라진 환경을 이해하고 적응해야 합니다. 가상 면대면과 실제 면대면은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 면대면은 오감과 더불어 육감이 작동하여 청중과 다차원적인 소통이 가능한 반면, 가상 면대면은 전적으로 시각과 청각에만 의존해야 합니다. 사전 녹화의 경우는 오감이 완전히 차단됩니다. 그래서 언택트 시대 강의의 핵심 이슈는 어떻게 강사와 청중 사이의 교감을 확보하느냐라고 합니다. 언택트 시대 강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감정을 의식하고, 감정마저 의도적으로 고려한 강의를 디자인해야 합니다. 

강의법의 기본은 크게 세 영역으로 나뉘는데, 강의 준비, 강의 기술, 그리고 강의 기준입니다. 기본이란 어느 강의 상황에서든 다 적용되는 내용이기에 오프라인 면대면이든 온라인 비대면이든 강의의 기본은 같습니다. 활용하는 도구는 달라져도 강사가 주도할 일은 같기 때문에, 기본을 먼저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본을 튼튼하게 갖추면 명강사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강의법, 교수법, 발표법은 다릅니다. 그 공통점과 차이점이 부록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강의에는 여섯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배울 바가 많은 전문성, 현장을 안다는 친밀성, 신뢰를 주는 안전성

감동을 주는 열성, 선한 영향력으로 누군가에게 기여하고자 하는 진정성

재미를 주는 창의성입니다." (46p)

이 여섯 가지는 청중이 강의를 들으면서 의식하는 부분이 아니라 무의적으로 느끼는 감정적 요소에 가깝습니다. 전문성, 안전성, 진정성은 모든 강사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고, 이를 보완하는 친밀성, 열성, 창의성은 각 강사가 자신의 특성에 맞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전자는 강사의 스케일을 보여주고, 후자는 강사의 스타일에 해당합니다. 유능한 강사는 스케일이 크고 스타일은 적합하다는 것이므로, 훌륭한 강의를 위해서는 청중과 상황에 맞게 스타일을 바꾸고 스케일을 키워야 합니다.

이론적인 내용만 보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실제 유명한 강사님의 강의를 들어보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근래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크게 감동하고 깨달은 적이 있는데, 이 책에 나온 강의 기준과 기술을 알고나니 그 모든 것이 종합된 결과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강의는 청중의 마음 깊은 곳에 있던 강한 감정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치유하고, 두려웠던 미래에서 희망을 보게 해준다는 것.

강의의 목표는 다양한데, 저자는 매 강의마다 깨침, 깨우침, 희망을 주고자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 바로 강의 구성이며, 이 강의 구성에는 콘텐츠 디자인과 감정선 디자인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합니다. 그 세부적인 내용들이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임팩트 있는 강의를 위한 실전 기술이 나와 있습니다. 그중에서 유머는 웃음 더하기 깨달음이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강사는 진중함과 유머감, 둘 다 필요합니다. 이 두 개가 균형을 이룰 때 훌륭한 강사가 됩니다. 사실 유머는 강사에게만 필요한 능력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을 버텨낼 수 있는 능력이 유머감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 제시된 여섯 가지 기준을 강의실 안이 아니라 밖에서도 적용시켜 보라고 제안합니다. 우리는 직업적인 강사가 아니어도 늘 일상에서 소통을 위한 스피치를 하고 있습니다. 말하는 능력, 설득하는 능력은 사회적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강의 기준은 훌륭한 강의뿐 아니라 성공적인 삶의 기준이 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 책은 언택트 시대에 필요한 소통 능력을 강의법이라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누구나 배울 수 있고, 배우면 잘할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사회 생활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최고의 강의법이 유용한 지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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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전쟁 기율특허법률사무소 시리즈 1
신무연.조소윤.이영훈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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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와 상표는 무엇이 다를까요?

브랜드는 상표와 유사하지만 조금 더 넓은 개념이라고 해요. 

브랜드는 하나 또는 여러 개의 상표에 의해 보호되기 때문에, 상표등록은 매우 중요하다고 해요.

왜냐하면 상표등록이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이에요.


이 책은 상표 분쟁 사례를 통해 상표등록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에요.

저자는 변리사로서 현장에서 개인이나 중소기업들의 다양한 지식재산권 사건을 담당하며 실무를 쌓았다고 해요. 

실제 현장에서 지식재산권 관리의 부재로 낭패를 겪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는데, 그것이 이 책을 쓴 동기가 되었대요.

상표는 먼저 쓰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권리가 주어지기 때문에 상표를 먼저 신청한 자에게 상표권이 주어지는 선착순 싸움이라는 것.

이른바 상표전쟁인 거죠.

그러니 브랜드를 만든 사람이 상표를 등록하지 않는다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 거예요. 국내 상표법상 상표권자는 자신의 상표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가질 수 있어요. 자신이 사용하는 등록 상표가 타인의 등록상표와 유사하다는 주장을 받더라도 상대방의 침해 주장을 방어할 수 있어요. 반면 자신의 등록 상표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상표와 비슷한 상표를 사용하면 상대방의 침해 주장에 대처하기 어렵고 상표 분쟁 사건으로 번질 수 있어요. 따라서 마케팅보다 중요한 것은 상표를 출원하여 등록 받는 거예요. 브랜드 보호의 첫 단계는 상표 등록이에요.

상호 등록을 하면 상표 등록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업주들이 있는데, 상호 등록과 상표 등록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상표와 상호는 전혀 다른 별개의 제도라서 보호하는 법률에도 차이가 있어요. 상호는 상법에 의해 권리가 보호되고, 상표는 상표법에 의해 권리가 보호된다는 것. 상표는 한 번만 등록하면 특정 지역을 넘어 전국 어디서나 유사한 업종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쓰지 못하게 하는 독점권을 가져요. 보호 기간도 상표는 설정 등록일로부터 10년간 존속되며, 갱신 시 이어서 사용이 가능해요. 반면 상호는 해당 상호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 한 시간적 제약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달라요. 상호는 먼저 사용해도 상표 등록이 되어 있지 않으면 언제든지 상표 분쟁이 발생할 수 있어요. 결국 안전한 사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상표 등록을 해야 해요.

그렇다면 상표 등록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표 등록 절차와 상표 등록을 위한 조언이 자세히 나와 있어요. 사례로 살펴보는 등록 상표 관리 팁은 굉장히 유용한 정보예요. 여기에 나온 사례는 어느 기업을 대표하는 사례가 아니기 때문에 감안하여 참고하면 될 것 같아요. 상표전쟁의 기술뿐 아니라 해외상표 획득의 기술까지 상표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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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의 즐거움 - 비건 몸과 마음을 살리는 소울 푸드
이도경 지음 / 소금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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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푸드(Soul Food)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자신만의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거예요. 

이 책의 저자는 채식과 자연식을 중시하며 환경 에너지를 정화하고 의식을 맑게 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소울 푸드의 진정한 정의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는 비건 셰프이자 채식 요리 연구가로서 25년 동안 음식 철학가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해요.

<채식의 즐거움>은 단순히 채식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영혼의 음식으로서 채식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이에요.

먼저 우리에게 채식은 왜 필요할까요. 

저자는 채식 요리를 연구하면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일으키는 원인에 대하여 탐구했다고 해요. 기후 위기, 환경 문제, 사회 문제의 모든 이면에는 사람이 존재하며, 결국 사람의 의식이 영향을 끼친다는 것. 결론적으로 나의 작은 자각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거예요. 나를 이루는 몸과 마음, 영성에 영향을 미치는 음식이 소울 푸드인데, 그 소울 푸드가 바로 채식이에요. 채식이야말로 소박하지만 놀라운 음식혁명이라는 것.

채식의 이로움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에요. 그런데 왜 실천하기가 어려운 걸까요.

그건 어쩌면 음식을 대하는 마음 자세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음식을 그저 배고픔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나 미각적 쾌락의 대상으로만 여긴다면 좋은 음식을 선택하기 어려워요. 쉽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가공품은 굉장히 자극적이고 몸에 해로운 경우가 많아요. 반면 자연식과 채식은 준비 과정에서 시간은 걸리지만 정성이 담긴 음식으로 우리 몸에 이로워요. 이러한 음식을 먹을 때는 시간의 여유를 갖고 천천히 오래 씹어야 해요. 신토불이, 제철 음식을 강조하는 건 자연이 선사하는 음식물의 에너지가 우수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좋은 먹거리를 외면하다보면 자연히 건강을 해치게 되는 거예요.

이 책에서는 채식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요리에 관한 실질적인 정보를 알려주고 있어요. 다양한 레시피도 원리는 다섯 가지라는 것. 똑같은 재료라고 해도 요리 방법이나 응용에 따라서 각지 다른 요리가 연출될 수 있어요. 요리는 재료의 정확한 계량으로 만드는 것보다 눈과 귀, 코, 손의 느낌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그건 요리하는 사람의 성정이나 추구하는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재료와 상황에 맞게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요리 원리와 레시피 공식은 재료와 부재료, 칼 썰기, 요리 방법(튀김, 볶음, 찜, 구이, 데침, 무침 등), 양념과 소스의 다양성이라고 정리할 수 있어요.

이 책에서 "채식 셰프의 요리 조언과 팁"은 요리를 하는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정보라고 할 수 있어요. 맛있는 밥 짓기부터 신선한 채소 고르기와 보관, 김치 담구기 등 알찬 정보가 많은 도움이 되네요. 특히 채식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 같아요. 이제 채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네요.




책에서 알려주는 소울푸드의 슬로건은 다음과 같아요.


● 사람은 영혼, 에너지, 신체의 삼위일체적 구조이므로 셋의 조화를 통하여 전체적인 건강을 추구한다. 

(명상, 마음의 평화, 감정 조절, 자연식 식단, 생활 습관 개선 등.)

● 우리는 지구의 세포와 같다. 환경이 좋아야 세포도 건강해지므로 지구의 환경을 아름답고 평화롭게 유지, 개선해 나간다.

● 현대인은 중금속, 식품첨가물, 육식, 가공식품으로 인하여 인체에 노폐물이 쌓여 있다. 

따라서 해독을 근원으로 하는 전체식과 채식을 중시한다.

● 현대인은 과도한 스트레스와 경쟁심리로 인하여 가슴과 머리는 뜨거워지고 에너지가 고갈된 음식 섭취와 나쁜 생활 습관으로 하복부를 냉하게 만들었다.

그러므로 뿌리 음식의 섭취, 적절한 운동과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을 추구한다.

● 음식의 영양, 기氣를 포함하여 음식 재료 속에 담긴 우주의 정신을 중시한다. 

(이것을 도가에서는 선식仙食 이라고 불렀다.)

● 소극적이 아닌 적극적 태도로써 시대에 동참하여 의로운 일에 앞장서고 대의명분을 중시한다.

   (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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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집
래티샤 콜롱바니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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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연말이 다가오고 있네요.

길거리에 종소리와 함께 빨간 구세군 자선냄비를 본 적이 있을 거예요.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는 걸까요.


<여자들의 집>은 래티샤 콜롱바니의 신작 소설이에요.

프랑스 파리에 실재하는 쉼터 '여성 궁전'을 배경으로, 그 공간의 과거와 현재라는 두 갈래 시간을 보여주고 있어요.

현재를 살고 있는 주인공 솔렌은 유명 로펌의 엘리트 변호사예요. 파리 근교의 부유한 동네에서 태어나 법학 교수인 부모 밑에서 성장하여 스물두 살에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곧바로 유명 로펌에 들어갈 때까지 순탄하고 모범적인 삶을 살아왔어요. 주말과 휴가를 포기할 정도로 일에 매진하여 유능함을 인정받았고, 한때 사랑하는 남자 제레미가 있었지만 헤어졌어요. 서로 결혼을 원하지 않았고 자유로운 삶을 원했으니까. 

그런데 그 날 그 사건 이후, 솔렌의 삶은 고장이 나버렸어요. 마치 엔진이 멈춰버린 자동차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어요. 

마흔 살이 된 해에, 고장이라니....

의사는 업무상의 과로 때문이라고, 번아웃 증후군이라면서 수면제를 비롯한 각종 약물을 처방했어요. 도저히 다시 일할 엄두가 나지 않아 로펌을 그만뒀어요. 솔렌은 의사에게 솔직히 요양원을 떠나기 두렵다고 털어놓았어요. 그러자 의사는 한 가지 방법을 제안했어요. 퇴원 후에 봉사 활동을 해보라고. 자신이 누군가에게 혹은 무엇인가에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 필요하다고, 그래야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말이에요. 

집으로 돌아온 솔렌은 우연히 검색하다가 '펜 연대'라는 협회의 구인 광고를 봤어요. '글을 대신 써 줄 작가'라는 문장을 보자마자 무기력했던 솔렌의 내면에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어요. 자신의 글 쓰기 재능을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마음이 끌렸어요. 

'펜 연대' 협회 본부 사무실에서 40대 남성 레오나르를 만났고, 그는 솔렌의 이력서에 깜짝 놀라며 당장 일을 시작할 수 있냐고 제안했어요. 레오나르가 연결해준 곳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여성들이 피난 와서 지내는 쉼터였어요. 그곳은 20세기 초에 건립된 6층 건물로, 역사 유적의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로 지정되었다는 내용과 함께 '팔레 드 라 팜므(Palais de la Femme)'라고 동판에 새겨져 있었어요. 건물명이 '여성의 궁전'이라니, 학대받은 여성들이 피난한 장소에는 어울리지 않는 거창한 이름이었어요.

바로 그 '여성의 궁전'에서 솔렌은 아픔을 겪은 여성들을 만나고 그녀들을 위한 글쓰기를 하게 되는데...


시련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아무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솔렌의 삶은 단 하나의 사건으로 와르르 무너졌어요. 

우리의 삶은 젠가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는 나무조각 같다고 생각해요. 한두 개 정도 빠진다고 해서 무너지지 않아요. 아무리 많이 빼내도 중심만 흔들리지 않으면 버틸 수 있어요. 그러다가 결정적인 조각 하나가 전체를 흔들어 놓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무너진 젠가를 다시 쌓을 수 있다는 거예요.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1925년, 파리의 블랑슈는 놀라운 열정과 끈기를 보여준 여성이에요. 블랑슈가 꿈꾸는 것은 고통받는 여자들이 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었어요. 

그녀만큼이나 멋진 사람이 또 한 명 있어요. 블랑슈의 평생 반려자 알뱅은 혼자보다 둘 일때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었어요. 결혼이 서로를 구속하는 게 아니라 연합이라고 했던 알뱅은 자신의 약속을 지켰어요. 블랑슈가 투쟁하는 천사라면, 알뱅은 그 천사를 지켜주는 수호천사. 그리고 천사가 이뤄낸 여성 궁전.


"고통을 멈추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아뇨. 세상의 고통은 계속될 거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멈출 수 없어요." (1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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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건 - 내게 살아있음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 야생에 대하여
김산하 지음 / 갈라파고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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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에 살아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이 책의 저자는 우리나차 최초의 야생 영장류학자라고 해요.

생태학자로서 코로나19사태가 인류에게 던져준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내가 살고 싶으면 남도 살게 해주어야 한다"라고 이야기해요.

그동안 바이러스만 원망했는데, 그 원인을 살펴보니 생태계를 파괴한 인류의 잘못을 간과하고 있었네요.

이 책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를 좀더 깊이 느낄 수 있게 해주네요.

바로 자연 안에서 더 많은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


겉으로 보면 우리의 삶은 자연과 동떨어져 보여요. 길을 걸어도 흙을 밟을 일이 거의 없고, 풀 한 포기나 나무 한 그루도 다가가지 않으면 만져볼 일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우리 인간이 생태계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자꾸만 잊게 되나봐요. 저자는 그럴 때 일어나 창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 모든 것들을 만끽하라고 이야기하네요.

활짝 열린 창문으로 계절을 느끼고, 생태계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라고.

아마 다들 일분일초를 다투는 출근 시간에 지하철 한 대를 타기 위해 혹은 버스를 타기 위해 뛴 적이 있을 거예요. 정신 없이 뛰고 난 후에 헉헉대는 숨소리, 그리고 쿵쾅대는 심장소리에 화들짝 놀란 적이 있어요. 괜히 옆사람에게 내 심장소리가 들릴 것만 같아서. 새삼 내 심장이 이토록 잘 뛰고 있었구나 확인할 수 있었죠. 저자도 똑같은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내 몸이 작동하는 소리에 더 자주 귀 기울여보라고 하네요. 심장의 목소리, 평소엔 조용하지만 힘을 들여 몸을 움직일 때면 비로소 들리는 그 박동 소리를 낼 기회를 주자고.

저자의 야생동물과 인간에 관한 미학적 시선이 매우 흥미롭네요. 동물에 대한 미학적 시선을 갖는 것은 그들의 멋과 가치를 알아보고 이해하는 좋은 길이라고 해요. 반면 동물을 바라볼 때 지나치게 정보에 의존하는 버릇은 눈앞의 동물도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든다고. 어쩌다 숲길에서 마주친 동물의 심상이 뇌리에 박히듯이, 야생 동물을 미학적으로 경험하는 이유는 동물 본연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한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를 이해하려고 하는 그 사이의 가치가 미학적 풍부함과 창조력을 낳는 거라고.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그 감정을 바탕으로 가치판단을 하곤 해요. 하지만 생태계의 일원이라는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달라져요. 생물은 각자 고유한 삶의 방식이 있으므로 그 다름이 잘 맞물려야 공존할 수 있어요. 살아있는 한 존재가 다른 존재와 같아지는 건 어색한 일이고, 생명의 본질에 배치되는 억지라는 것. 

우리 개개인은 매일 각기 다른 세상을 겪어내고 있어요. 야생동물을 미학적 시선으로 바라보듯이, 다름을 매력적으로 받아들이면 함께 존재하는 것이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세상은 원래 함께 어울리고 나누며 살아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어요.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공간은 자유가 허락되는 곳이다. 감각과 인지와 행동과 경험의 자유.

특정한 상태에 몰입하지 않더라도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

그 어느 것보다도 자연이 필요한 것이다. 

... 그곳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다.

또 무언가를 사서, 쓰고, 버리고, 에너지를 낭비하고, 쓰레기를 유발하는 그런 행위가 아니라 

죽치고 앉아 몸을 좌우로 천천히 흔들면서 공기와 햇빛 속에 있는 일.

그것을 원하며 그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할 때라야 그토록 절실했던 휴식이 가능할 것이다. 

... 모든 것으로부터 갑자기 벗어나기란 무척 어렵다. 

쉼이 필요할 땐 그저 아무것도 하지 말자.

가장 간단하고 무해하게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   (195-1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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